- 북한 언론, 간접적이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가능성 이미 보도
- 북한 매체, 윤석열은 ‘꼭두각시’라는 말 반복 사용

반향실 현상(echo chamber) 현상에 빠져 있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놀라울 정도로 절제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크게 대비되고 있다. 비상계엄령을 합법적으로 선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북한의 옆구리를 아무리 찔러봐도 북한은 모르는 척 꿈쩍도 하지 않아 윤 대통령의 원대한 꿈(?)이 수포로 돌아갔다.
‘반향실 효과’란 자기 자신이 지닌 기존의 관점을 극도로 강화하는 정보를 반복하여 습득하여 이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지니게 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또 다른 현상으로 미국 심리학자 리언 페스팅거(Leon Festinger)의 ‘인지부조화이론’에서 유래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혹은 자기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념과 다른 모순이 생길 때, 이런 모순과의 부조화로 인한 불편한 심리를 말한다.
2024년 12월 3일 밤늦게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발표한 비상계엄령과 관련해, 일본 게이오대학의 이소자키 아츠히토(SOZAKI Atsuhito)교수는 “북한의 김정은 지도자의 예측 불가능성에 익숙한 노련한 한국 전문가들조차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실 북한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이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계엄령을 선포할 가능성에 대해 보도해 왔다.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해 8월 20일에 계엄령 가능성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전역에서 윤석열에 대한 반대 집회를 보도하면서 윤이 계엄령을 선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감정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한국 최대 야당)이 경고한 것과 유사한 내용이었다고 이소자키 아츠히토 교수는 전했다.
북한의 기사들은 남한에서 비슷한 감정을 표출하는 다른 목소리들에 대해 계속해서 보도했다. “전시 계엄령 하의 친일 반역자 윤석열을 탄핵하라!" "윤석열은 임기 중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빠졌고, 그의 탈출 전략은 전쟁과 계엄령이다." "윤석열의 계엄령 음모." 이러한 북한 언론의 기사들은 단지 남한의 추세를 다룬 것일 뿐이며 북한의 논평은 전혀 없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윤석열이 진정으로 계엄령을 부과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는 게 이소자키 교수의 견해이다.
윤석열이 실제로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북한은 일주일 이상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2024년 12월 11일에 그 상황을 보도했는데, 그날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미 통치와 탄핵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던 꼭두각시 윤석열이 갑자기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민에게 파시스트 독재의 총구를 펼쳤다.“
다음날, 북한 매체는 ”정치적 혼란이 심화되면서 꼭두각시 윤석열 탄핵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2월 14일 토요일, 한국 국회는 찬성 204표, 반대 85표로 2차 탄핵안을 통과시켜 윤석열의 대통령 권한을 정지했다.
북한 매체는 또 남한 전역에서 윤석열을 비난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으며, 집권당 국민의힘에서 더 많은 구성원이 표결에서 이탈하면서 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꼭두각시 헌법재판소가 탄핵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700단어 분량의 기사에서 ‘꼭두각시’라는 단어가 19번이나 사용되었다. 그래도 ‘꼭두각시’는 북한의 정서를 반영하는 유일한 단어였고, 그 외에는 독창적인 해설이 전혀 없었다. 북한 매체가 남한 시민들의 반(反)윤 움직임을 매일 보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엄령 소동 이후 상황이 상당히 진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윤석열은 터무니없는 행동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남한의 내정에 간섭하려 한다고 여겨진다면, 이는 남한의 보수 세력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이 단계에서 조용히 상황을 살피고, 대중에게 공개되는 정보의 양을 제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고 외교 전문 매체인 ‘디플로매트’가 10일 전했다.
1987년 이후 37년 된 민주주의 한국의 대통령이 독선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이 여전히 혼란스러운 가운데, 윤석열이 국내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엄령을 정당화하는 입장은 충격적이다.
지난해 10월 2일 북한 김정은은 군 특수작전 훈련을 시찰하면서 전날인 국군의 날에 윤이 한 연설을 비판하면서 ”비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큰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윤에게 이런 종류의 비난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고지도자 본인이 그렇게 강한 어조를 사용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윤에 대한 그의 경멸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는 하지만, 회고해 보면 김정은의 대응을 극단적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는 게 이소자키 교수의 생각이다.
윤석열이 에코 챔버 현상에 빠졌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지지자들과만 소통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이 보편적으로 진실이고 타당하다고 잘못 인식했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김정은이 11년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삼촌 장성택을 제거한 후, 그는 예스맨의 내부 서클만 남게 되었고, 이로 인해 북한 정권 내부의 경직성이 증가했다.
주변 국가들은 평양이 윤의 터무니없는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 비정상적으로 침착함을 유지한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이소자키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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