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3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10~12.5%의 “강제노동 (forced labor) 관세”를 60개국에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은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에 대한 금지 조치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수입품의 99%를 차지하는 60개국에 10%~1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AP통신 등 다수의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한국도 사실상 12.5%의 관세를 맞았다.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의 상호 관세 무효 판결 이후 도입한 “10% 글로벌 관세”의 만료를 불과 7시간 앞두고,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관세를 들고 나온 것이다. 강제노동 관세는 24일 0시 1분부터 적용되는데, 10% 글로벌 관세가 만료되자마자 발효되는 것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은 거의 한 세기 동안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해 왔으며, 이를 엄격하게 시행해 왔다. 이제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도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며, “오늘 발표된 조치는 인권 침해이자 왜곡된 무역 관행인 강제 노동 수입 금지를 바로잡고 전 세계 노동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오후 5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을 문제 삼아 60개국에 10∼12.5%의 관세를 확정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USTR은 이제 1974년 무역법 301조에 의거한 더욱 강력한 관세 조치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무역법 301조가 다 트럼프의 21세기에 부활한 것이다. 이 조항은 대통령이 ‘정당화할 수 없는’, ‘불합리한’ 또는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 국가에 대해 수입 관세 및 기타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 301조를 이용해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고, 이는 법적 소송에서도 효력을 유지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미국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16개국이 과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고, 미국 기업들을 세계 시장에서 불리하게 만들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이 조사를 완료하지 않았다.
높은 관세가 미국 제조업을 되살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는 지난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저관세 및 자유무역 정책을 뒤집었다. 그는 1977년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발동하여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두 자릿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의 오랜 무역 적자가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IEEPA가 관세 부과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인해 정부는 관세를 납부한 수입업자들에게 환불금을 지급해야 했다.
이에 대응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1974년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 세계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22조에 따른 관세는 150일 동안만 사용할 수 있으며, 그 기한은 23일(현지시간)에 만료된다.
이날 발표된 새로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석유, 가스, 비료 등 일부 제품이 제외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협상한 북미 무역 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는 제품도 제외된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에는 제품별로 최혜국 대우 세율이 12.5%가 안될 경우 강제노동 관세와 합쳐 12.5%가 되도록 하고, 최혜국 대우 관세가 12.5% 이상일 경우는 강제노동 관세를 0%로 하도록 했다. 합산치가 최소 12.5%가 되도록 한 것이다.
유럽연합(EU)과 대만도 10%를 기준 삼아 같은 방식을 적용하도록 했다. 미국과의 무역 합의가 이뤄진 나라들에 대해서 별도의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인도, 멕시코,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17개 국가에 대해서는 10%가 적용됐다. 이외의 나머지 국가들에는 12.5%가 부과됐다.
새로운 관세는 금요일 오전 0시 1분에 임시 10% 전 세계 관세가 만료되는 시점에 발효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대법원이 그의 가장 강력하고 과감한 관세 조치를 위헌으로 판결한 후 이러한 임시 관세 조치를 도입했다. 트럼프는 관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극찬한 적이 있어, 관세는 트럼프의 거래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금과옥조(金科玉條)이다.
한편, 인권 감시 단체들은 ’관세 부과의 동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세가 ’강제 노동 문제 해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국제노동기구(ILO)의 1930년 강제노동 협약은 강제노동을 “어떤 처벌의 위협하에 어떤 사람에게 강요되는 모든 노동 또는 서비스로서, 그 사람이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정의된다. 유엔 산하 인권 및 노동권 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적으로 매일 약 2,760만 명이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
인신매매 법률 센터의 설립자 겸 회장인 마르티나 반덴버그는 “우리는 수년간 수입 금지를 옹호해 왔다. 이것이 만병통치약이나 묘약은 아니지만, 전 세계 강제 노동 근절에 잠재적으로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그러하듯 관세에 대해 매우 비판적일 수 있고, 국가들을 압박하는 무기로 사용되는 포괄적 관세에 대해 매우 우려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수입 금지 조치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반덴버그와 그녀의 단체는 증언에서 각국이 금지 조치 또는 시행 계획을 마련할 시간을 주기 위해 관세를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대학교 스턴 인권센터의 글로벌 노동 분야 선임 연구원인 이자벨 글림처는 “관세의 한 가지 결점은 국가가 수입하는 상품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임박한 관세 위협으로 인해 인도와 같은 여러 국가들이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대외 무역 정책을 수정하게 되었다”며. “내년 말 발효 예정인 유럽연합(EU)의 강제 노동 규정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자벨 글림치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반드시 또는 전적으로 301조 조사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국이 대응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301조 근거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23일(현지시간) ”험악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는 유권자들과 미국의 동맹국 모두를 분노케 하고 있다“(We’re getting into an ugly phase’: Trump’s new tariffs are angering voters and US allies alike)는 제목의 기사에서 ”관세가 다시 등장했다. 그리고 이는 공화당에게 최악의 시기에 찾아왔다.“고 썼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며칠 내에 97개국에 대해 10~12.5%의 추가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풍력 터빈부터 산업 기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여러 건의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관세가 중간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화당은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더라도 관세 부과 위협 자체는 개의치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세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공화당이 달가워하지 않는 일이며, 관세 인하를 제외한 관세 관련 논의는 공화당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백악관 보좌관들은 이번 관세가 범위가 좁고 특정 품목을 겨냥한 것이며, 발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간선거 전에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들은 생활비에 대한 우려는 주택 가격과 유류비에 관한 것이지 하키 장비나 술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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