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릭스(BRICS)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약어로, 브릭스는 21세기 들어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며,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룹이다.
브릭스는 미국을 비롯한 전통적인 경제 강국들과는 다르게 ‘독특한 경로’를 통해 성장하며, 세계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 그룹의 등장은 ‘기존의 세계 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이며, 이는 국제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
브릭스의 독특한 특징 중의 하나는 세계 경제의 ‘다극화’를 상징하며, 단순한 경제연합을 넘어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대화, 공동 발전을 추구한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어, 기존 세계 질서를 이끈 미국 주도의 일방적, ‘단극화’에는 결을 분명히 다르게 하고 있어, 미래의 국제 질서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는 서로 다른 경제 체제와 발전 모델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다양성은 서로 다른 경제적 경험과 지식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며, 협력을 통해 공동의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데다, 글로벌 이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특징을 보여준다. 브릭스는 ‘기후 변화, 빈곤 감소, 지속 가능한 발전’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과 접근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 이들 국가의 경험과 자원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내부적 도전과 불안정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 그룹은 각각 정부별로 내부적 정치적 불안정, 경제적 불균형, 사회적 문제 등 다양한 도전을 안고 있어, 브릭스의 협력과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으며,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고, 급격한 성장과 영향력 확대는 일부 국가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이는 국제적인 긴장과 경쟁을 유발할 수 있고, 글로벌 협력에 있어 장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다소의 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브릭스에만 그 단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등 기존의 세계 질서 권역에서도 마찬가지의 어려움이 상존한다.
최근 들어 ‘글로벌 사우스’는 물론 시야를 좁혀 보아도 동남아시아 특히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중국에 손은 내밀며 끈끈한 악수를 하려 하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력을 보이고 있는 신흥 경제권인 브릭스에 가입하는데 관심을 보여왔다.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인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요즘처럼 요동을 치고 있는 국제적 상황 속에서 기존의 서방 세력은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점을 유지하려는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지난 6월 태국은 브릭스 가입신청을 완료했다. 7월에는 말레이시아도 브릭스 공식 가입을 신청 의향을 밝혔다. 브릭스는 10월 중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며, 기존 브릭스 회원국으로부터 신규 강비 신청을 한 두 나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렇다면, 왜 브릭스에 가입하려 할까?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가입신청은 브릭스 회원국과의 경제적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지는 너무나 명확하고, 브릭스 5개국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총 GDP의 약 25%를 차지한다.
반도체 산업에 국가적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미국에 한껏 기울고 있는 한국이나 대만보다는 우선 중국 기업과 협력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나 태국 역시 화교 자본이나 화교 조직이 막강해 중국과의 교류와 거래가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태국의 경우도 화석연료 자동차보다는 앞으로는 전기차(EV)에 집중할 뜻이며, 중국과의 거래로 기존 자동차 산업의 쇠퇴를 역전시키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는 미국이나 일본에 일방적으로 퍼주는 방식의 외교를 보여온 윤석열 한국 정부와는 다르게 “자국 국익 최우선”(top priority on their own national interests)이라는 너무나도 상식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주권 국가’(Sovereign state)로서 글로벌 사우스 각각의 국가들이 중시하는 ‘전략적 자치’(strategic autonomy)라는 기본적 관념을 기반으로 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흡인력도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시장 흡인력과 자본력으로 G2국가에 올라선 중국은 브릭스 회원국 확대를 꾀해왔고, 러시아도 동의했다. 2023년 8월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이집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등 6개국을 회원국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브릭스 회원국 수를 더욱 늘려 브릭스 그룹이 미국과 유럽에 대한 강력한 견제 세력으로 자리매김을 하려하고 있다.
출범할 2000년대 당시 브릭스는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룬 5개 신흥 경제국 간의 경제 협력 프레임워크로 시작됐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이끄는 ‘정치적 동맹’으로 더욱 발전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투가 시작된 지 한 달 후, 특별 온라인 정상회담이 열렸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 국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브릭스 국가들이 전투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수호하는 미국과 유럽과는 대조적으로 많은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를 포함하는 글로벌 사우스에 큰 두 손을 내밀고 있다는 신호였다. 미국과 유럽은 겉으로는 브릭스를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끄는 브릭스 확장 추세가 글로벌 분열을 촉진할 수 있는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2022년 아세안(ASEAN)과 미국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과 유럽과의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초래하는 안보 위협을 균형 있게 조절하려 하고 있다. 그 이후로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 미국은 아세안에 대한 접근을 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듯이 보인다. 이점이 중국이나 러시아가 파고들 지점이다.
중국에 대해 줄곧 저평가해 온 미국이 어느새 바짝 쫓아온 중국의 부상에 깜짝 놀라 미·중 무역전쟁, 기술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의 과오가 되풀이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글로벌 사우스가 만만한 존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 임기 동안 아세안을 크게 소홀히 했던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재선되면 아세안 회원국의 브릭스 가입이 가속화될 수 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외에도 베트남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이미 브릭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남방정책을 가동해 경제적, 정치적 위상을 높여야 할 한국 정부의 아세안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헤아리기 힘든 윤석열 정부이다. 일본은 이미 아세안 회원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 그 이점을 살려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은 각 국가의 발전에 기여한 그동안의 실적을 바탕으로 이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역할 증대를 하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와 적대적으로 가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오로지 미국과 일본하고만 잘 지내면 ‘만사가 잘되겠지’ 하는 ‘그야말로 편협하고 안일한 인식의 정부’가 아닌가 한다.
한국은 접근 방식에서 당연히 미국과 유럽과 민주주의적 가치와 이상을 공유해야 하지만, 이러한 가치를 아시아 이웃 국가에 강요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이 국가들의 상황을 고려해 국가별 맞춤형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 자체도 글로벌 사우스처럼 주권 국가로서의 ‘국익 최우선’이라는 기본적인 관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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