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끄럽게 하는 자랑스런 내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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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끄럽게 하는 자랑스런 내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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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친구가 너무 좋다,

내 남편의 친구 중에 의사가 한 사람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좀 특이한 의사입니다. 사람은 전혀 특이할 게 없습니다. 멀죽히 큰 키에 카랑카랑한 눈빛이 살아있는 것 외엔 평범합니다. 오히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딘지 나이든 아저씨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영락없는 시골아저씨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 외관을 가진 그가 하는 짓은 좀 엉뚱합니다. 몇 년 전 서울 외곽지역에 조그만 동네의원을 하나 열긴 했는데, 이 분은 얌전히 진료실에 않아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가 않나 봅니다. 여기저기 의료와 관련이 있는 사회문제가 생길 때마다 불쑥 불쑥 잘 끼어듭니다. 나는 그냥 그런데 관심이 있는 좀 특별한 구석이 있는 남편친구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얼마 전 이 분이 갑자기 내 눈 앞에 불쑥 나타났습니다.

내가 그분의 얼굴을 본 것은 신문에서였습니다. 무심코 신문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분의 얼굴이 보이는 것입니다. “어-. 이상하다.” 하고 자세히 보아도 역시 틀림없는 그분의 얼굴입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대로변에서, 그는 환자복을 입은 환자들 틈에서 전경과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의 배경이 밝은 모습인 것으로 보아 대낮인 것 같은데, 그분은 대낮에 진료실을 비우고 어디서 저런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놀랄만한 일이었습니다.

하기야 의사라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말란 법도 없긴 합니다. 의료와 관련된 사회문제는 더욱 의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남편의 지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분이 평소 그런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는 나로서도, 사진에 나타난 그분의 모습은 조금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기사에 의하면 그분은 ‘글리벡 공동대책위원회’에 관여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글리벡!” 나는 언젠가 남편이 글리벡 약가가 너무 높다고 하면서 흥분하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남편은 또 그분이 평소 “백혈병 환자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약을 그렇게 비싼 값으로 팔면, 돈 없는 백혈병 환자는 다 죽어라고 하는 말이냐!”라고 주장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라고 예기하곤 했습니다. 그는 사석에서도 그렇게 의료제도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곧잘 흥분을 하곤 했습니다.

가끔 남편을 통해 그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분의 그런 주장에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게 또 어디 있겠어!”라는 그분의 주장에 동감이 됩니다. 사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고생고생하며 살아가는 이유도 결국은 ‘행복하게 오래 살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행복하기 위해서도, 오래살기 위해서도, 건강은 빠져서는 안돼는 필수요소가 아니겠습니까.

신문에서 그분의 그런 모습을 보고나서, 저도 요즘 건강문제에 대한 관심을 조금 가지게 되었습니다. 신문에서 어쩌다 글리벡에 관한 기사를 볼 때는 물론이고, 환경문제니 보건정책이니 하는 문제만 신문에 실리면 나도 모르게 신문을 눈앞에 가까이 대고 열심히 읽어봅니다. 그러면 평소 그가 열변을 토하던 말들이 하나씩 기억에 되살아납니다.

“경제니 성장이니 말들 하지만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어. 하지만 우리사회가 건강을 대접하는 수준을 한번 봐-.” 그렇게 말하는 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지금 당장이라도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게 또 있을까요?’ 그 분의 말대로 우리사회가 건강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아픈 사람이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그런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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