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맹' 드디어 디지털 카메라를 사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기계 맹' 드디어 디지털 카메라를 사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젠가 나도 사진이 있는 글을 쓸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나도 카메라를 하나 샀다. 꿈에 그리던 디지털 카메라다. 거금을 들여 제법 괜찮은 사양의 디지털카메라를 사놓고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사용법을 어떻게 익히지?’

난 원래 기계를 만지는 일엔 지독하게 흥미가 없다. 지금은 워드프로세스 정도는 비교적 자유롭게 쓰는 편이지만, 처음엔 그것을 배우는 것도 쉽지가 않다. 어떤 부분에는 이상할 정도로 호기심이 많은 나는, 또 삶의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관심이 없다.

그런데 디지털카메라는 순전히 내가 고집을 부려서 산 것이다. 아내는 기존의 광학카메라면 충분한데 무슨 디지털카메라가 필요하냐고 계속 말려왔던 터이다. ‘세상이 온통 디지털 천지인데 이젠 사진도 디지털로 저장해야 한다.’고 우겨서 힘들게 산 것이다.

그러니 아내가 원해서 구입했던 대부분의 기계처럼 ‘사자고 한 사람이 알아서 연구해 보셔!’ 라고 남의 일 보듯이 아내에게 미룰 수도 없게 되었다. 그렇잖아도 아내가 카메라를 사는 것을 반대했던 이유 중에 ‘기계를 사면 평생 설명서 한번 읽어보지도 않는 사람이 어떻게 상용하려고...’ 라는 게 있었던 터였다.

책상위에 새 디지털카메라를 올려놓고 요리조리 만져본다. 모든 새로운 것이 그렇듯이 참 예쁘게도 생겼다. 조그만 모양도 마음에 든다. 그러나 어떻게 쓰는지를 알아야 사용을 할 것이 아닌가! 카메라를 보면 마음이 흐뭇하기만 한데, 사용설명서는 모양만 보아도 머리가 아프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분명 사용설명서도 책 중의 한 종류인데, 나는 사용설명서만 보면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나도 이젠 디지털세대에 끼어야 한다는 욕심에 용기를 내본다. 심호흡을 하고 사용설명서를 읽어본다. 몇 장을 넘기지도 않아 벌써 지겨워진다. 꼭 같은 책일 뿐인데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책도 척척 읽어내는 내가 아닌가. 그런데 기기사용 설명서에 대해서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 모르는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는 커녕 자꾸만 다른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어떻게 이 지겨운 과정을 요령껏 피해가는 방법은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곤경을 헤쳐 나갈 방법은 한가지뿐이다. 어떻게든 아내에게 떠맡겨야 한다.

마침 아내가 옆을 지나가며 한마디를 한다. “참 별일이야. 세상에 기계라고는 아예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 카메라 사용설명서에다, 디지털 카메라 사용법에 대한 책까지 사서 저렇게 보고 있다니...디지털카메라를 사고는 사람이 달라졌네...” 이렇게 칭찬 반, 비난 반이 섞인 말까지 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나는 이제 완전히 망했다. 이젠 어떻게 해볼 방도가 없는 것이다. 내가 기댈 곳이라곤 아내뿐인데 처음부터 저런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부탁해볼 방법이 없다. 좀 창피하지만 친구에게 부탁할 순 없을까? 이런저런 친구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이런 일에 재능이 있는 친구들 중 디지털카메라를 산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이런 불행이 있나!

나는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 나이가 먹어가면서 기억력이 엄청 나빠져 가는 것이야 슬프긴 하지만 나도 이미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해력 하나는 제법 쓸만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도무지 새로운 기계에 대해서만은 적응이 안 되는 것이다. 적응이 느리기도 할 뿐더러 아예 거부감이 앞서는 것이다.

아내가 마음먹고 사준 핸드폰도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냥 ‘1번 누르면 우리 집’, ‘2번 누르면 직장’ 이렇게만 겨우 외우고 다니는 현실이다. 물론 사람들에겐 그런 눈치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란 없는 법이다. 한 두 사람씩 그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참 이상한 일이야!’ 였다.

내가 생각해도 ‘참 이상하다’ 나는 왜 그런 쪽에는 그렇게 머리가 발달이 되지 않은 것일까? 아니 왜 관심을 하지 않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나는 단 한번도 내가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이 가진 기능들을 알아보려는 노력하지 않았었다. 첫날 아내가 나의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며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것을 가로막고 물어보았을 뿐이다. “우리 집에 전화하려면 몇 번 누르면 돼? 그리고 직장은?”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래 하려고 노력을 하지 않아서 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기계사용에 대해선 도무지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팔 수 밖에. 나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페이지를 넘긴다. 언제 이 매뉴얼을 다 독파할지 알 수는 없지만, 언젠가 이 힘들고 낮선 공부가 끝나는 날. 나도 멋지게 사진이 깃든 글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날을 기대하며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