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제 아이디는 알았는지. "전에 누리네 집에 갔을 때, 그 집 컴퓨터에 좋은 사람이라고 있었거든, 그래서 그거 우리 아빠 아이디야 하고 말해줬더니 누리하고 누리 엄마가 막 웃었어"하고 작은 아이의 잔소리는 계속됩니다.
누리 엄마는 '자연스럽게'라고 하는 홈 페이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거기 들어갈 때 '좋은 사람'으로 가입을 했거든요. 이제부터는 아이디를 바꿔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통신의 좋은 점은 익명성인데 그만 정체가 탄로나 버렸네요.
한 명의 잔소리도 지겨운 판국인데 아내와 큰 딸까지 가세해서 저를 나쁜 사람, 못된 아빠로 몰아 붙임니다. 그러게 평상시에 잘했어야 하는데, 매 일 애들한테 큰소리나 치고, 신경질만 부렸으니 당해도 할 말은 없습니다. 분위기를 바꿔 볼 겸해서 서둘러 밥에 물말아서 먹고, 설겆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설겆이가 끝나갈 무렵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서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렸습니다.
"일등을 하는 것보다 꼴찌가 더욱 힘들다
바쁘게 달려가는 친구들아 손잡고 같이 가보자
보고픈 책들을 실컷보고 밤 하늘에 별님도 보고
이 산 저 들판 거닐면서 내 꿈도 지키고 싶다
어설픈 일등보다는 자랑스런 꼴찌가 좋다
가는 길 포기하지 않는다면 꼴찌도 괜찮을거야"
저는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같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가 다 끝난 다음엔 " 모은아,정말 잘 쳤다"하고 애써 칭찬도 해주었습니다. 떨어질대로 떨어진 인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영어 공부를 하는데까지 이어졌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모은이에게 짧은 시간이지만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원래는 매 일 해 주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3-4일째 하지 않았던 공부 시간입니다. 화내지 않고 가르칠려고 노력 많이 했습니다. 조금 못 읽는 귀절이 있어도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가 주었습니다.
눈 앞에 있는 가족들한테도 잘 해주지 못하는 사람이 밖에 나가서 이웃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색한 광경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인기없는 아빠가 되고 남편으로 살아 왔습니다. 넓고 넓은 세상에서 가족으로 만났습니다. 신이 우리들을 이렇게 한 집에서 살도록 묶어둔 것은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라는 뜻일 겁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는데 가족은 나의 가장 소중한 이웃입니다.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그것하나 못 지키면서 살아온 어설픈 가장이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읽었던 시 한 귀절이 떠오름니다.
"한 사람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모든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거짓입니다.
이제부터는 알뜰하게 당신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 그러나 거의 비슷한 내용입니다. 지금도 큰 방에선 <꼴찌를 위하여>란 노랫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달리고 있지, 하지만 꼴찌인 것을"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