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웅장했던 궁궐은 온 데 간 데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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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웅장했던 궁궐은 온 데 간 데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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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두 딸에게 보내는 편지> 반월성

 
   
  ^^^▲ 멀리서 바라본 반월성
ⓒ 이종찬^^^
 
 

"성이 반달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반월성(半月城)이라. 그러면 안압지도 월지(月池)가 아니라 반월지(半月池)라고 불러야 짝이 맞는 게 아닙니까?"
"이 성을 월성(月城)이라고도 불렀다고 하니더. 신월성(新月城)이라 부르기도 하고, 왕이 사는 곳이라 해서 재성(在城)이라 부르기도 했고."
"그러면 이곳이 바로 신라 왕들이 살았던 왕궁터였구먼."

푸름아 그리고 빛나야!

아빠는 지금 안압지 건너 편에 있는 반월성을 향해 걸어가고 있어. 근데 날씨가 무척 더워. 네 엄마가 사 준 제법 큰 손수건이 벌써 다 젖어버렸어. 아빠가 땀이 많은 체질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 이번 주말에는 양복과 넥타이를 훌훌 벗어 장롱 깊숙히 걸어두어야 할 것 같애.

나의 경주 길라잡이 신 선생은 자주 투덜대. 왜냐고? 내가 걸음이 너무 빠르다나 어쨌다나. 그리고 나이 핑계도 자주 대. 나도 이 선생 나이 때에는 핑비 총알처럼 날아다녔다나 어쨌다나. 핑비 총알? 참 재미있는 말이지. 핑비 총알이란 말은 풍뎅이가 총알처럼 날아가듯이 그렇게 빠르다는 뜻이야. 여기에서는 풍뎅이를 핑비라고 불러.

아차! 이를 어쩌지? 카메라 필름이 다 떨어졌어. 근데 반월성 안에는 활 쏘는 곳과 말 타는 곳은 있어도 필름을 파는 곳은 없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저 아래 첨성대에 가야 필름을 판대. 거리가 제법 멀어도 어쩔 수 없지 뭐. 사러 가야지. 그래서 신선생을 반월성에 홀로 남겨두고 계림을 지나 첨성대까지 터덜터덜 걸었어.

"입장권 끊어가지고 들어와야 하니더."
"필름 사러 왔다니까요."

근데 필름값이 시내보다 1000원이 더 비싸. 하지만 어떡해. 설령 2000원이 더 비싸더라도 살 수밖에. 후후후. 근데 지금쯤 신 선생은 나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거야. 왜냐구? 내가 필름을 사러 가는 길에 시원한 막걸리를 한 병 사오겠다고 약속했거든. 근데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첨성대 주변에는 막걸리를 파는 곳이 없었어.

반월성은 신라시대 흙과 돌로 쌓은 도성이야. 경주시 인왕동에 속해 있고. 반월성은 버스를 타고 언뜻 지나치다 보면 성이 아니라 마치 야트막한 야산처럼 보여. 하지만 성 안에 들어서면 운동장처럼 널찍하고 경치가 아주 좋아. 근데 이곳에도 장사치들이 활터와 조랑말 타는 곳을 만들어 놓았어. 마치 자기들이 이 궁성의 왕이나 된 듯이 말이야.

 

 
   
  ^^^▲ 성내엔 잡초만 무성해
ⓒ 이종찬^^^
 
 

 

 
   
  ^^^▲ 반월성 남쪽 성벽을 따라 구불거리고 있는 오솔길
ⓒ 이종찬^^^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 의하면 반월성은 서기 101년, 신라 제5대왕이었던 파사왕 22년에 쌓았대. 그리고 둘레는 어른 걸음으로 1423보라고 기록되어 있대. 학자들은 이 기록을 보고 이곳에 월성을 궁성으로 쌓은 뒤, 금성(金城)에서 도성을 옮겨왔다고 말하지.

"처음에는 이 성이 왜인(倭人)이라고 전하는 호공(瓠公)이라는 사람의 주거지였다면서요? 근데 그 당시에 어떻게 이곳에 왜놈이 살았지요?"
"그건 나도 잘 모르니더.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곳이 명지(名地)인 것을 알아차린 탈해왕이 계략을 써서 이곳을 빼았다고 하니더. 그리고 그때부터 이곳을 왕의 거처지로 삼았다고 하니더."
"그래도 실제로 궁궐을 짓고 왕이 살기 시작한 것은 파사왕 때부터였다고 하던데요? 자료를 보면 파사왕 22년 2월에 이 성을 쌓고 7월에 도성을 이곳으로 옮겼다고 기록되어 있지요."

푸름아 그리고 빛나야!

반월성은 신라 제5대왕부터 시작해서 신라의 역대 왕들이 대를 이어 살았던 곳이란다. 그리고 그때부터 신라의 영토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지. 반월성 부근에 있는 땅들도 점점 도성으로 편입되기 시작했고. 그 뒤 삼국통일을 한 문무왕 때에는 월지와 임해전, 첨성대 일대도 모두 도성으로 편입되었대. 그러니까 그 당시에는 이곳이 통일신라의 중심이었지.

하지만 아빠가 반월성을 한바퀴 휘이 둘러보니까, 신라 역대 왕들이 살았던 궁궐치고는 그리 크고 넓게 느껴지지는 않았어. 너희들 서울 살 때 경복궁에 가봤지? 그것보다 훨씬 더 작고 좁게 느껴져. 물론 당시의 궁궐이 무너지고 빈 터만 남아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어.

 

 
   
  ^^^▲ 성내 동쪽 편에 서 있는 당간지주
ⓒ 이종찬^^^
 
 

 

 
   
  ^^^▲ 화려한 궁궐이 사라진 빈터엔 햇살만 가득해
ⓒ 이종찬^^^
 
 

반월성은 동서의 길이가 900m 남짓하대. 남북의 길이는 260m 남짓하고. 또 도성의 둘레는 모두 2400m이며, 반월성 안의 면적은 약 19만8000㎡래. 어떻게 다 외우고 있냐고? 관광안내자료에 그렇게 나와 있지. 하지만 아빠가 반월성을 돌아보는 데는 3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어. 아빠 걸음이 빨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반월성의 성벽도 지금은 숲에 가리고 무너져서 잘 보이지 않아. 동쪽과 서쪽, 북쪽에는 돌과 흙을 다져서 만든 성벽이 있었다고 하지만 말이야. 그래서 아빠는 성벽을 살펴보기 위해 석빙고가 있는 곳에서부터 반월성 끝자락으로 걸어가 보았어. 근데 성을 쌓았던 자리에는 드문드문 돌멩이들만 흩어져 있었어.

석빙고도 그곳에 있어? 그럼. 근데 석빙고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해 줄게. 반월성의 남쪽 벽은 제법 가파른 절벽이야. 이 절벽은 누군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이루어진 절벽이야. 그러니까 남쪽 벽에는 굳이 성벽을 일부러 쌓을 필요가 없었겠지?

 

 
   
  ^^^▲ 북쪽 성벽
ⓒ 이종찬^^^
 
 

"그래도 이 반월성이 신라의 여러 성들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왕들이 거처했던 곳이라면서요?"
"그러니까 이 반월성을 중심으로 안압지, 임해전, 첨성대, 계림, 오릉, 천마총 등이 신하처럼 둘러싸고 있다 아인교. 그뿐만 아이라 이곳에는 신하들의 하례를 받던 조원전(朝元殿)과 숭례전(崇禮殿)도 있었다고 하니더."

푸름아 그리고 빛나야!

이곳 반월성에는 지금의 정부종합청사와 같은 역할을 했던 정청(政廳), 그러니까 신라 정부의 여러 가지 일을 맡아보던 평의전(平議殿)과 강무전(講武殿), 동례전(同禮殿) 같은 궁전도 있었단다. 이름이 어렵다고? 하나도 어렵지 않아. 그냥 우리나라 정부 조직처럼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돼. 내부부, 외무부, 통일부, 국방부처럼 말이야.

그래. 그렇게 큰 정부조직이 모여 있었으니 궁전 주변에 누각이 없었을 수가 없었겠지? 근데 그 누각들과 여러 궁전들이 크고 작은 궁문으로 연결되어 있었대. 또 그 작은 궁문에도 제각각 이름이 있었대. 귀정문(歸正門), 임해문(臨海門), 인화문(仁化門), 현덕문(玄德門), 준례문(遵禮門),남문(南門), 북문(北門) 등.

동경잡기(東京雜記)에 의하면 서기 290년, 유례왕 7년에 이곳 일대에 큰 홍수가 났대. 그때 반월성 내에 있었던 궁전이 무너지기도 했대. 그래서 그때부터 100여년 정도 왕들이 다른 곳에 기거하기도 했대. 반월성은 그 이듬해에 보수공사를 깨끗하게 끝냈지만 말이야.

아, 참. 동경잡기가 뭐냐고? 동경잡기는 17세기 중반에 편찬된 경주의 지리도감 같은 그런 책이야. 그 뒤 487년, 소지왕 9년에 접어들면서 다시 왕이 이곳에서 살기 시작했대. 또 학자들은 동경잡기와 월성에서 출토된 기와에 새겨진 글씨를 보고 이렇게 말했대. 이곳 반월성이 가장 규모가 컸을 때는 문무왕 19년이었다고.

 

 
   
  ^^^▲ 서쪽으로 난 성벽
ⓒ 이종찬^^^
 
 

신 선생이 또 아기처럼 자꾸만 보채고 있어. 목 말라 죽겠으니 어서 가서 시원한 막걸리라도 한 사발 마시자고. 조금 더 보고 갈 테니 먼저 가서 드시고 계시라고 해도 계속 고집을 부려. 그래. 반월성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을께. 아빠도 목이 슬슬 말라오기 시작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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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짱 2003-07-13 09:40:54
산책하면 좋은곳입니다. 반월성... 옛 신라인의 정취를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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