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정문에 나붙은 간담 서늘한 대자보
휘문고 정문에 나붙은 간담 서늘한 대자보
  • 조우석 주필(평론가)
  • 승인 2021.06.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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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건 때론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느낌을 준다. 좌빨이 집어삼킨 나라라서 희망이 없는 것 아닌가 싶다가도 그와 정반대로 짜릿한 느낌을 받을 때도 종종 있다. 며칠 전 명문고등학교인 휘문고 정문에 나붙은 “군을 홀대하는 나라는 망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그것인데, 참으로 개운하다. 전교조 교육에 눌려 다 죽어가는 듯 보였던 우리 학생들이 저렇게 펄펄 살아있다는 걸 보면 더없이 기운이 난다. 여러분 서울 강남의 휘문고 사태 잘 아시지요?

이 학교 교사 한 명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안함이 폭침이라고 치면, 파직 당하고 귀양 갔어야 할 함장이란 XX가 어디서 주둥이를 나대고 XX이야. 천안함이 무슨 벼슬이냐? 천안함은 세월호가 아냐 XX아.”하고 떠벌였다가 강력한 항의를 받고 지금 꼼짝달싹도 못하고 있는 사건이다. 역효과를 낸 것이다. 실제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고소 계획을 밝혔고, 그 교사를 숫제 파면해달라는 글이 며칠 전 청와대 국민청원과 서울시교육청에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사람들이 뿔난 것이다. 더욱이 지금이 6월 아니냐? 6.25 전쟁 71주년이고 얼마전이 현충일이었다. 자, 그리고 이런 일의 시작은 그 교사의 막말을 학생들이 제보했기 때문에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니겠느냐?

그리고 지난해 가을 최인호군, 김화랑군 사건과 비슷하다. 서울 관악구의 인헌고등학교의 전교조 교사가 이른바 페미니즘 교육이 문제가 됐던 경우였다. 그 학교 학생들은 “전교조 꺼져라”란 구호 아래 첫 반 전교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이번 휘문고 학생들은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택를 지켜보다가 드디어 “군을 홀대하는 나라는 망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교 정문에 붙여놓은 것인데, 참으로 담대하다. 제가 놀란 것은 그 대자보에 담겨있는 가히 폭발적인 내용이다. “그렇게 우리 군을 비웃고 조롱하는 자들은 나라를 망치려고 작정한 반역자들이니까 국민이 나서서 응징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던 대목이 그것이다.

그런 지적으론 안되며 “교육부장관 유은혜, 서울시교육감 조희연은 휘문고 교사 정해욱의 망언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교총과 전교조도 입장을 밝히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동시에 100년이 넘는 역사의 사학명문 휘문고 동문회와 재단과 동료 교사들이 모두 입장을 밝히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이 사태에 대한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왜 그러냐면 이 번 일은 문제의 그 교사를 물러나게 하는 걸로 무마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제 판단에 그 학생은 실로 대단한 원칙론자가 맞는데, 그 문제의 교사 정해욱을 그렇게 내쫒아내지 않으면 사랑하는 아이들을 그 사람한테 배우도록 방치했다는 낙인을, 그 주홍글씨를 교육장관, 서울시교육감 그리고 학교동문회와 재단 그리고 동료교사들이 평생 지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 대자보는 막말을 했던 정해욱 교사은 천안함 함장에게 사과한다고 해서 용서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조롱하고 모욕한 죄로 스스로 교단을 떠나서 석고대죄하기를 권유한다고 선언했다. 이상이다. 참으로 대견스럽다. 우리 학생들, 이 정도로 생각이 여물고, 얼치기 좌빨 어른들보다 100번 똑똑하다는 걸 재삼 재확인할 수 있어 기쁘다. 저는 그 대자보를 쓴 휘문고 학생이 정말 훌륭한 미래의 재목감이라고 믿는다.

그렇다. 나는 이 대자보가 그 옛날 서울대 시위를 촉발했던 그 유명한 ‘4.19선언문’ 못지 않다고 판단한다. “보라!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횃불을 올린다. 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다유의 鐘(종)을 난타한다”고 선언했던 그 글은 당시 정치학과 3학년생이던 이수정이 썼는데, 그는 나중에 기자생활을 거쳐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어쨌거가 그가 쓴 선언문은 한국의 명문이라고 하지만, 실은 많이 미흡한, 전형적인 대학생 글이 사실이다. 하지만, 높낮이가 뭐자 중요하냐?

어쨌거나 이번 휘문고 대자보는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글이 분명하다. 그리고 생각해볼수록 역설이다. 전교조가 우리 교육현장을 이렇게 오염시키고, 대다수 학생들이 그 작업에 포로가 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렇게 훌륭한 학생들을 배출한다는 역설이 흥미롭다. 부디 교육당국이 그 선언문을 쓴 학생이 누구인가를 색출해서 불이익을 주거나 할 경우가 걱정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 이 글은 18일 오후에 방송된 "휘문고 정문에 나붙은 간담 서늘한 대자보"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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