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회고록은 최악의 위조화폐, 그걸 까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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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회고록은 최악의 위조화폐, 그걸 까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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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오늘은 조금 더 진지하게 공부하는 분위기의 방송이다. 독자 여러분, 1970년대 대학 교수사회에서 좀 특이한 존재가 정치학자인 이명영 당시 성균관대 교수였다. 가짜 김일성론을 가지고 김일성을 비판하는 분인데, 당시 대학생이던 제 기억에 그가 그렇게 인기있는 교수는 아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데도 뭐랄까? 대공전선에서 나홀로 싸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북한 김일성을 그렇게 비판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질 않았다. 어쨌거나 북한 김일성이 일제시대 활약한 독립운동가 ‘김일성’의 이름을 도용한 가짜 인물이며, 일제 강점기에는 무려 ‘4인의 김일성’이 있었다는 걸 아주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 가짜 김일성론이었다.

이후 잊고 지냈던 이명영 교수를 요즘 새롭게 만났다. 물론 20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이번에 책으로 만났다는 얘기다. 이번에 그의 책 <세기와 더불어는 어떻게 날조되었나>를 보면서 이명영 교수를 재평가하게 됐는데 참으로 대한민국을 위해서 보석 같은 분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20세기 한국사에서 북한이라는 반문명적이고, 반인류적 체제를 상징하는 김일성은 가히 사탄에 해당하고 그런 그의 정체를 밝힌다는 건 어쩌면 20세기 대한민국 내 학계가 해야 할 가장 귀중한 현안이 아니겠느냐? 그걸 홀로 진행해오신 참으로 귀한 분이 이명영 교수다. 그런 그는 제1세대 북한학 연구자로 꼽힌다. 그런데 그 이명영 교수와 달리 지금 북한학 연구한다는 친구들이 어떤지를 아시느냐? 정말 어이없다. 은근히 주사파 물이 든 채 김정은을 옹호하고 있는, 정신줄 놓은 자들이 상당수다.

그런데 왜 이명영 교수가 돌아가신 지 20년만에 재등장했느냐? 그 배경을 여러분은 다 아실 것이다.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때문이다. 박병태, 인진섭, 권경선 그 이상한 판사들이 김일성 회고록을 만들고 판매하는 게 합법이라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원 세상, 그런 게 합법이면 김일성 우상숭배도 합합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거리마다 김일성 동상 세우고 집집마다 초상화를 달아도 막을 법이 없다. 이런 갑갑한 상황에서 김일성 저격수 이명영 교수가 20년만에 재등판한 것인데, 이번 책 ‘세기와 더불어는 어떻게 날조되었나’는 김일성 회고록을 치밀하게 분석했다. 비유컨대 이런 것이다.

즉 위조지폐를 식별하려면 진짜 화폐를 알아야 하듯이 날조된 역사를 식별하려면 진짜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 사실 황장엽도 죽기 전에 김일성 회고록이란 건 “역사를 위조한 허위선전의 종합본”이라고 지적했는데, 그건 주사파가 아니면 모두 아는데 문제는 디테일이다. 김일성 회고록이 한 줄 한 줄 어떻게 위조되고 허위인가를 밝히고 박살내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 이참에 황장엽 얘기 하나 더하자. 그는 김일성이 1970년대까지도 사람들에게 “예전 1930년대 내가 만주에서 총질을 좀 했지만, 크게 한 일은 없다”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는데, 김일성 회고록 이 미친 책은 전체가 김일성이 마치 세계사를 움직인 거물 거인인처럼 묘사해놓았으니 자던 소도 벌떡 일어나 웃을 노릇이다.

김일성 본인만 코끼리처럼 크게 묘사해놓은 대신 주변의 관련된 모든 사람은 마치 생쥐처럼 작고 보잘 것 없게 축소해놓는 장난도 멋대로 한다. 일테면 이승만에 대한 모독이 그렇다. 이승만이 모스크바에 가서 거액의 재정원조를 요구했다가 묵살당하자 반소친미 일변도로 되었다는 식이다. 말도 아닌 허구다. 그리고 이 교수는 김정일 출생지 날조도 아주 치밀하게 파헤치고 있다. 여러분도 아시듯이 김정일이는 소련 땅에서 태어났다. 제 애비 김일성이 1940년 10월 소련 땅으로 들어갔을 때인데, 그래서 김정일이 어렸을 때 이름은 소련 식 이름인 유라다. 그런데 김정일이가 백두산에서 태어났다고 터무니없는 사기를 치고 북한 주민들에게 숭배를 강요한 것이 바로 이 책 김일성 회고록이다. 그래서 이명영 교수는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자기 아들이 어디서 났는지를 제일 잘 알 사람이 거리낌 없이 세계를 향해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최고의 사기극이다.” 아시겠느냐? 김일성 회고록은 사기극의 끝판왕이 맞다.

그런데 이 번에 정말 움찔했던 것은 이 교수가 책 서문에서 했던 그야말로 가슴 철렁한 지적이다. 가히 예언자적인 말씀인데, 그가 볼 때 해방 이후 북한은 약간의 군사적 성취를 한 것 가지고 겁 없는 날뛰는 돌진족, 즉 돌진하는 족속이 됐고, 반면 남한은 약간의 경제적 성취를 한 것 가지고 겁 없는 질주하는 족속이 됐다. 문제는 남한 즉 대한민국의 운명이다. 북한이 공산주의 만능의 도그마로 물질 만능의 남쪽을 내부붕괴시키려고 자신하고 있는데, 어이없게도 이미 그런 생각을 남쪽 사회에 침투시키는데 성공했다.

그게 누구냐? 바로 주사파가 아니냐? 그들은 이명영 선생의 절묘한 표현대로 등 따시고 배부른 친구들, 그러나 엄연한 혁명세력이라는 게 이명영 선생의 지적이다. 오늘 강조한다. 그래도 한국사회가 복이 있어서 이명영 선생 같은 분이 예전에 등장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분은 대공전선의 선지자였다. 그런 분의 책을 읽는 건 숫제 행운이라는 걸 새삼 밝힌다.

※ 이 글은 8일 오전에 방송된 "김일성 회고록은 최악의 위조화폐, 그걸 까발린다"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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