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그것도 초등학교시절의 이야기이니 어렸을 때의 한조각의 기억에 지나지 않을것 같은데도 이렇게 살아오면서 아직까지 머리에 선명하게 남은 기억들을 바라보며 참으로 산다는 것이 한편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4학년이었을 때 우리마을의 저 안동네엔 새로운 학교가 하나 생겼다. 아마도 인구밀도가 높아 옆의 동네에 학교가 하나 더 들어섰던것 같다.
그런데 우리 담임 선생님 이셨던 정태범 선생님께서 그 학교로 전근을 가시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는 모두 말도 안된다며 울었다. 아마도 2학기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선생님이 정식으로 임명받아 가신다며 인사를 하셨을 때 우리는 그날 수업을 하지 앟았다 아니, 할수가 없었다. 어린마음에 우리는 반장을 앞세워 60여명이 모두 교문 밖으로 나섰다.
선생님이 가실 그 학교엘 우리도 쫒아 가겠다고 말리시는 선생님들의 말을 들으려도 하지 않고 그길로 선생님을 따라 나섰다. 아마 길거리에 웬 아이들이 수십여명이 줄을 이어 울면서 따라 가는 것을 본 길을 가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여 모두를 쳐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우리는 그날 오후 내내 선생님이 전근가신 그 학교의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결국 선생님의 설득과 우리를 달래시는 위로에 백기를 들고 운동장을 나섰지만 그날의 기억들은 이렇게 성인이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선생님이 어디 그분 한분뿐이시겠는가. 그런데 당시의 아이들 모두의 마음에 뿌리내린 선생님의 사랑과 진심은 아이들의 마음에 남아 그렇게 선생님을 쫓아가게 만들었던것 같다.
그 일이 있은 후 우리는 선생님의 근황을 서로 서로 이야기하며 중학교엘 갈때까지 연락을 했던것 같은데 그 이후 어느사이 한사람 한사람 흩어지며 그만 친구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그래도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선생님의 특별했던 아이사랑과 엄하면서도 아버지처럼 인자하시고 자상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은 아련한 추억으로 가슴에 남아있다.
이제 내 딸아이가 자라 초등학교 에 다니는 나이가 되었는데 얼마전 딸아이 담임선생님께서 한달간 외국에 연수차 가시게 되어 임시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시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남자 선생님이 아주 명물이시라며 아이들은 '한번 걸리면 다함께 벌받아요'. 하며 은근히 무서워 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한달간의 임시담임직을 끝내시고 돌아가시는 날, 아이는 학교에서 인쇄된 편지 한통을 가지고 왔다. 거기에는 2학년 2반 친구들에게.. 라는 제목으로 한달간의 생활을 끝내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먼저 반아이들에게 당부하는 말들과 함께 읽어내려가다 보니 한친구 한친구에게 이름을 정답게 부르며 대화 하듯이 그 학생의 특질과 성격등 칭찬하고 싶은 말, 그리고 당부하고 싶은말들이 편지 형식으로 씌여 있었다.
나는 그 편지를 읽으며 그 옛날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되살아났고 그때 우리들이 울며불며 쫓아갔던 그 선생님께서는 아마도 칠순을 넘기셨을 터인데 아직 건강하게 살아 계신지 무척 뵙고 싶었다. 아이는 그 편지를 읽고는 어린이 글쓰기 사이트 어디엔가 '두 선생님' 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는 눈치였고 며칠뒤 확인해보니 글이 예선에 당첨되었다는 연락이 와있었다.
아이의 가슴속에 남게될 그 선생님에 대한 기억들은 아이가 자라면서 세상을 향해 희망의 나래를 펴나가는데 도움이 될것 이라는 생각을 해보며 참으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 ' 그것도 어린시절의 만남이 가지는 그 순수함과 여린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며 우리는 그런 인연들을 보듬고 살아가며 사람이 되어간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름다운 기억들, 그것은 끊임 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메말라 가는 우리 영혼을 적셔 주며 마음 저 깊은 곳에 차곡차곡 그렇게 쌓여 갈 것이다. 변하지 않는 보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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