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다가올 지도 모를 '희망'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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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다가올 지도 모를 '희망'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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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 인구(한석규 분)의 약국에 들른 혜란(김지수 분),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중에서
ⓒ 오브젝트필름^^^
우리가 사랑하거나 연애할 때에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뭘까.

영화 속 공간적 배경이 허진호 감독의 감성 멜로 <8월의 크리스마스>의 히어로 한석규의 연작으로 느껴질 만큼 닮은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제작 오브젝트필름, 감독 변승욱)은 어쩌면 홍상수 감독 스타일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영화 속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만한 약사, 의류 디자이너로 주인공의 직업은 이야기 전개에 암시를 제공하기도 한다. 명품 의류의 짝퉁 디자이너로 일하는 혜란(김지수 분)은 가족의 굴레가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죽은 아버지로부터 상속한 빚 문제를 다루며 알게된 변호사마저 매몰차게 내치는 혜란에게 공감되는 이유가 뭘까.

동네의 사소한 일들까지 주관하는 평범한 약사 인구(한석규 분) 역시 남들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지만 정작 자신의 상처는 외면할 수 밖에 없다. 고교 시절 정신분열증에 걸린 형을 두고 결혼하기엔 현실의 상황이 너무도 각박하기만 한 것. 마치, 영화 초반부 이제 딴 남자와 결혼한다며 하룻밤을 대신해 연인을 위로하려는 인구의 전 여자친구처럼.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극장전> 등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을 연상케하고 소통과 회복의 어울림을 통해 한 남자의 희망을 다루며 공간적 배경이 시골 마을 약국으로 설정됐던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과 유사한 로맨스 구조를 띤다.

트럼펫 연주자로부터 시골 오지 음악교사로 전락한 현우(최민식 분)를 따스하게 감싸는 약사 수연(장신영 분)으로부터 가족이란 굴레를 진 명품 짝퉁 디자이너 혜란을 따스하게 맞는 약사 인구로 역할만 치환했을 뿐이지 소시민들의 삶의 단면을 차분히 그려낸다.

다만,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주차 단속원 다림(심은하 분)이 들렀다가 사라지는 정원(한석규 분)의 사진관처럼 이 영화 <사랑할 때 이야야기하는 것들>에서 인구가 운영하는 약국은 감정의 기복이 다소 심한 혜란과의 에피소드를 사랑으로 발전시키며 삶에 지쳐있는 두 남녀의 로맨스를 잇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공간적 장치가 된다.

한석규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 이어 따스하면서도 편안한 남자로 등장한다. 하지만, 여자에게 혹은 여자로하여금 '사랑한다'는 것만으로 확신을 갖지 못하고 현실의 굴레에 얽매이고 만다. 이것은 영화 속 혜란 역의 김지수도 마찬가지. 그녀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소통의 껍질을 쉽게 깨지 못한다.

아버지로부터 상속 받은 빚으로 인해 어머니는 다소 괴상한 호흡법을 주장하며 요가학원에 다니고 혜란의 동생은 언니에게 애인 집안에서 자신이 결혼할 때 한 푼도 없어도 된다며 아버지가 물려준 채무까지 감당할 수 있다며 임신한 사실을 전격 터뜨린다. 혜란이 선택한 것은 당연히 가족.

앞서 영화 속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에 공감됐다고 말한 것처럼 변승욱 감독은 사랑한 후에도 현실을 바라보게 되는 30대 나이의 두 남녀가 미열같은 사랑 후에 다가오는 책임, 신뢰 그리고 약속 등이 잔인한 허상임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 영화 '사랑할 떄 이야기하는 것들'에서 형 인섭(이한위 분, 왼쪽)과 산 정상에 오른 인구(한석규 분,오른쪽)
ⓒ 오브젝트필름^^^
더욱이 최근 개봉된 한국영화 속에는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복고풍 가요가 영화 속 주제를 대변하고 있는데, 활주로의 노래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는 정신지체를 겪고 있는 인구의 형 인섭(이한위 분)의 무의식을 통해 인구의 희망을 대조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인섭은 자신이 그토록 갖고 싶었던 송골매의 전신이었던 그룹사운드 활주로의 노래 테잎을 혜란으로부터 선물받고 즐거워한다. 감정과 사랑을 스스로 통제하는 인구와 대조적으로 형 인섭은 도색 잡지와 만화 그리고 활주로의 노래를 통해 가슴 속 욕망을 분출해내기 때문이다.

티격태격 하던 가운데 인과와 혜란은 조금씩 소통하는 법을 배우면서 가까와지고 저수지 주변 밤 낚시 데이트를 가기까지 이른다. 하지만 사랑이 너무도 달콤했던 걸까. 혜란이 자신이 다녔던 초등학교 시절 종례 후 운동장에 울려퍼지는 '즐거운 나의 집'이란 노래를 인구와 함께 들으려고 수유초등학교로 가던 중 받은 전화 한 통으로 인해 다시 위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두 남녀 사이의 로맨스를 가로막는 굴레처럼 여겨지는 '가족'을 두 사람 각각의 삶의 치유제로 설정하고 있다. 포르노 잡지를 사러 잠시 나간 정신지체 형을 찾아나서다가 교통사고로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인구는 자신의 미래에 걸림돌 같이 여겨지는 형을 징신요양시설에 맡기기에 이른다.

이것도 잠시..형의 부재를 느낀 인구가 정신요양시설의 형을 데리고 형과 함께 등산길에 나선 후 산 정상에 올라 찍은 사진이 그들이 외친 희망의 메아리와 함께 혜란에게 전달되면서 두 남녀간의 희망이 소통될 듯하다.

이럴 때 쯤, 혜란은 일을 마치고 수유초등학교 운동장에 들어서지만 종례 음악이 예정된 시간에 나오지 않자 맥 없이 뒤돌아 설 때 울려 퍼지는 '즐거운 나의 집'을 자신의 휴대폰 음성 메시지로 인구에게 메아리처럼 들려주면서 비로소 혜란 역시 가족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 받는다.

변 감독은 잠깐 동안 사랑의 열병을 치른 두 주인공이 현실적인 선택 속에서도 사랑 후에 혹시라도 다가올지도 모를 희망을 기다리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두 주연배우는 물론 이한위의 감칠맛 나는 연기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 건 개봉 전 제목이었던 '미열'이 더욱 영화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한 가지 여운이 남는 영화다.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시절에 들었노라
만수산을 떠나간 그 내 님을
오늘 날 만날 수 있다면

* 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기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후렴)

- 활주로의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가사 中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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