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A+다. 조순, 고건은 현상유지 행정을 했지만, 이명박은 강한 추진력으로 서울을 바꿨다. 그래서 서울시민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됐다.”
지난 4월20일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시장의 지난 4년간 시정을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서울시장이 되면 감사원이 정치 감사를 못하도록 시청 문 앞에서 쫓아내겠다고 까지 하며 대권후보인 이 시장을 엄호했었다.
하지만 그랬던 그가 이제 이 시장에게 등을 돌리려 하고 있다.
홍준표와 이명박. 이 두 사람이 가까워진 계기는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 사람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모두 상실했다. 그래서 바람도 쐴 겸 나간 곳이 미국 워싱턴. 8개월간의 워싱턴 생활에서 두 사람은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면서 세상일을 의논했다. 그러면서 삼국지의 ‘도원 결의’처럼 ‘재기의 결의’를 다졌더랬다. 둘은 그렇게 “형님, 아우”가 됐다.
두 사람은 고려대학교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이 시장이 고대 경영학과 61학번이고, 홍 의원이 법대 72학번. 학교 얘기를 꺼내면 홍 의원은 “학교 선후배라서 그런 게 아니고 우리는 뜻을 같이하는 정치적 동지관계”라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8일 “개인적으로는 섭섭하지만 이명박 시장도 자신의 입지와 대선으로 가는데 나보다 오세훈 후보가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치적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라며 서울시장 경선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홍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끝나고 보니 누가 나갔어도 이기는 선거였다”며 “나라의 대사이다보니 이 시장은 판단을 달리했을 수 있다.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판에 들어와서 이회창 총재 대통령 만들기에 총대를 멨는데, 그러다보니 저격수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다 뒤집어썼다”며 “1999년부터는 이 시장을 도와주면서 총대 메는 일을 해왔는데,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이제는 누구를 위해 총대를 메는 정치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총대 메는 정치를 하다 보니 적이 많이 생긴다”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전여옥 의원 같은 사람 10명만 있으면 한나라당은 집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 반 동안 남자의원들이 겁 내고 눈치 볼 때, 전 의원은 혼자 싸웠다”며 “정권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5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2007년 대선승리를 위한 한나라당 발전전략 세미나’에서 홍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유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론스타 사건’ 등 엄청난 국가적 사건이 터졌는데 파헤칠 생각을 않는다”며 “한나라당 의원들 한 명 한 명이 전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여옥 의원을 제일 좋아한다. 이런 사람 10명만 있으면 집권이 가능하다. 남자 의원들이 남의 눈치나 보며 이미지 가꿀 때 혼자 2년 반 동안 싸웠다”는 발언도 이 때 나왔다.
홍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선진강국론’을 들었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이유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정당임을 보여줘야 한다. 정권은 그냥 오지 않는다. 좌파 정권이 해방 이후 50년간 비주류로 살다가 주류가 됐는데 10년 만에 그 자리를 내주겠느냐”고 했다.
홍 의원은 ‘호남화해론’도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려면 호남지역의 동의를 얻고, 용서를 구하고 화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가해자인 박근혜 대표와 피해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화해해야 한다. 그러면 호남 정서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이 대선후보 경선일자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패배주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 6개월 전에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검증기간을 두기 위한 것”이라며 “흠이 있는 후보는 한나라당에서 뽑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겨냥해, “우리가 흠이 있는 사람을 뽑아놓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가, 아직도 사람들이 정신 못 차리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호남지역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표와 DJ가 만나 화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의 이 같은 얘기는 언뜻 원론적인 수준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내심 대선후보로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홍 의원은 이날 박근혜 대표의 복심으로 불리는 전여옥 의원을 크게 칭찬했다. 그는 “지난 2년반 동안 전여옥 의원 혼자서 싸워왔다”며 “전여옥 같은 의원 10명만 있으면 한나라당의 집권이 가능하다”고 치켜세웠다.
홍 의원의 이 같은 평가는 독설로 인해 갖은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전 의원이지만 박 대표가 그를 믿고 지켜주는 것을 이명박 시장과 자신의 처지에 대비시킨 대목으로도 읽혀질 수 있다.
공직생활의 대미를 서울시장으로 장식하고 싶어 했던 홍 의원은 이제 그 꿈을 접었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오세훈이 아닌 홍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갔어도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또 하나의 가정일 뿐. 정치는 냉정하고 냉혹하다. 오죽하면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동지도 없는’ 게 정치판이라고 했을까. 지난 8년간의 동침을 끝으로 홍준표와 이명박이 갈라서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