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 ‘자유지상주의’가 부상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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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 ‘자유지상주의’가 부상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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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에서 국가 포퓰리즘은(National populism) 점점 더 우파적 선거 정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는 다른 길을 선택, 세계무대에서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의 보루로 부상하고 있다고 대외정책 전문 매체인 ‘포린 폴리시’가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올해만 해도 자칭 아나코 자본가(anarcho-capitalist)가 아르헨티나 야당인 자유선진당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그는 극우 자유주의자이다.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는 지난 8월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10월 22일 대통령 선거의 첫 번째 라운드에서 중도우파 후보인 패트리샤 불리치(Patricia Bullrich)를 제거했다.

밀레이는 11월 19일 결선투표에서 여당인 페로니스트(Peronist) 운동의 세르지오 마사(Sergio Massa) 경제장관과 맞붙을 예정이다.

마사는 10월 22일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투표를 아르헨티나 좌파의 승리로 묘사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중도우파 표심은 불리치와 밀레이가 양분했고, 이후 불리치는 밀레이를 지지해 왔다. 보수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여론조사는 일관성이 없지만, 밀레이는 엘 옵서바도르(El Observador)가 평가한 10개 여론조사 중 전국 6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1차 선거와 같은 날, 베네수엘라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María Corina Machado)와 그녀의 자유주의 정당은 내년 예상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예비 선거에서 전통적인 야당에게 굴욕을 주었다.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 전 영국 총리와 비교돼온 마차도는 ‘석유산업 민영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베네수엘라 야권의 유일한 목소리 중 하나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매장량의 본거지) 그녀의 일행은 또 자유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을 기념하는 세미나를 조직했다.

마차도 자신은 사회 보수주의와 케인즈 경제학(Keynesian economics)과 거리를 두면서 동성 결혼과 같은 사회 진보적인 원인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었다.

한편 우루과이에서는 밀레이의 영감을 받은 자유주의 정당(libertarian party)이 9월 29일 공식적으로 당국에 등록하면서 ‘우파 대 좌파’ 담론을 넘어서 “모든 사람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에콰도르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의 아들인 다니엘 노보아(Daniel Noboa)는 최근 사회주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전임 대통령인 기예르모 라소(Guillermo Lasso)의 친기업적 유산을 이어갈 예정이다. 노보아의 원칙은 앞서 언급한 정치인들 중 가장 혼란스럽다. 그는 자신을 중도좌파라고 규정하고 자유 기업을 우선순위로 꼽는다.

2021년 그의 전임자이자 현재 지지자인 라소도 에콰도르의 자유주의운동(Libertarian Movement)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 경제는 자유지상주의의 완벽한 번식지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운동의 급속한 성장은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해온 자유주의적 싱크탱크, 지도자, 그리고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에 기인해야 하며, 그것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대공황 이전부터 중남미 국가들은 광범위하게 수입대체 산업화 모델(import substitution industrialization model)에 가입했다. 이 전략은 다른 나라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의 감소를 규정하고 국가 생산을 장려했다.

쿼터와 관세는 국내 산업에 타격을 주는 수년간의 수출 중심 모델에 대한 반응인 이 시대의 선호된 정책 수단이었다. 1914년 이전에는 이 지역이 지구상에서 가장 보호주의적인 지역으로 여겨졌는데, 이 사실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아시아가 따라잡았을 때 비로소 바뀌었다.

당시 이론적으로 일관되고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수입 대체 산업화는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정책이 됐다. 1970년부터 1982년까지 라틴 아메리카의 총 부채 수준은 1,000% 이상 증가했다 (29달러에서 3,270억 달러로).

지금 학자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은 수백만 명의 라틴 아메리카인들을 화나게 했고, 긴축 정책을 규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워싱턴에 기반을 둔 국제통화기금(IMF)에 반대하는 시위가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까지 번졌다.

국민들의 불만이 치솟자 옛 소련은 반구에서 미국에 더 도전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찾았고, 이는 결국 미국의 개입주의를 다시 부추겼을 뿐이다. 두 나라는 각각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경제 모델을 확장하려는 노력으로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틴 아메리카 독재 정권을 도왔다.

특히 미국은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와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비델라( Jorge Videla)를, 옛 소련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와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Daniel Ortega)를 지지했다.

이 시대의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결정은 라틴 아메리카의 기능 장애를 가속화하여,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가는 반동적 고리(reactionary loop)를 조성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라틴 아메리카는 당시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지역이다. 지난 10년 동안 불평등이 상당히 감소한 후에도, 지구상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20개국 중 8개국이 이 지역에 위치해 있다.

사회주의자들이 그들의 생각을 퍼뜨리기에 완벽한 지형을 찾았고, 그들이 통치한 후, 그들이 남긴 인플레이션과 자본 유출이 많은 국가들은 인플레와 싸우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라는 요구에 의존한 친(親)기업 정치 계층에게 총알받이(cannon fodder)가 됐다.

그러나 불평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사회주의자들은 다시 한 번 그들의 운동이 번창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마련했다. 라틴 아메리카의 지도자들이 종종 급진적인 민영화나 국유화 프로젝트를 요구하는 유명 인사로 부상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에서는 우고 차베스(Hugo Chávez) 전 대통령이 대규모 재분배 프로그램을 요구하며 정치 혁명을 이끌었다. 1999년 집권 이후 대부분 온건파처럼 말하는 야당 대선 후보는 마차도만큼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저분한 머리에 입버릇이 나쁜 밀레이가 온건 보수주의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 말 그대로 국영 TV에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피냐타(piñata)를 무너뜨렸다. 지난 몇 년 동안 라틴 아메리카는 사회주의의 부활을 경험했다.

칠레와 콜롬비아 등 과거 이른바 ‘핑크 타이드(Pink Tide)’에 저항했던 국가들은 사회주의자를 선출했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는 보수 성향의 대통령들이 재선에 실패했다. “핑크 타이드”란 1990년대 말부터 2014년 11월까지 남미 12개국 가운데 파라과이와 콜롬비아를 제외한 10개국에서 온건한 사회주의를 표명한 좌파가 정권을 장악한 물결을 뜻한다.

이 지역에 대한 좌파의 장악력이 높아지면서 자유주의자들이 조직화되고 있었다. 사회주의와 그들이 보기에 약한 보수 야당에 불만을 품은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 정통한 대중 지식인들이 우상이 되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 집단의 덜 유명한 구성원은 나이 제한에 미치지 못했지만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한 과테말라의 글로리아 알바레즈(Gloria Álvarez)와 진보를 위한 자유주의 싱크탱크 재단을 설립한 칠레의 악셀 카이저(Axel Kaiser)이다.

괴팍한 성격과 수용적인 인구가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자유주의자들이 부상하는 데 역할을 했지만, 이 운동은 단순히 유기적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코흐 형제(Koch brothers)와 같은 부유한 미국인들은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를 포함한 미국의 자유주의 싱크탱크 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방대한 입지를 가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예를 들어, 스스로를 ‘싱크탱크를 만드는 싱크탱크’라고 설명하는 아틀라스 네트워크(Atlas Network)는 전 세계에 약 500개의 파트너가 있으며, 그 친구로는 마차도(Machado),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마리아 페르난다 카발(María Fernanda Cabal), 페루 노벨상 문학상을 수상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 등이 있다.

2018년, 이 네트워크는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 기반을 둔 라틴 아메리카를 위한 센터를 만들었고, 당시 80개 이상의 제휴 시민 사회 단체를 포함했다. 칠레의 피엔사 재단(Fundación Piensa)과 아르헨티나의 프리타디 프로그레소(Libertady Progreso)가 주목할 만한 두 회원사이다. 아르헨티나의 싱크탱크는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 액톤 연구소(Acton Institute),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과도 협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자유 시장 경제의 기치 아래 지역 동맹도 강화되었다. 라틴 아메리카를 위한 자유 네트워크(RELIAL, Liberal Network for Latin America)는 2004년에 설립됐다.

1947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설립된 리버럴 인터내셔널(Liberal International)의 지역 조직으로, 그 후 전 세계 수십 개의 회원 정당이 있는 탁월한 글로벌 리버럴 조직이 됐다. RELIAL은 현재 17개의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서 온 연구소와 재단 등 42개의 기관을 포함하고 있다. 마차도의 일행은 회원이다.

RELIAL 파트너 싱크탱크 중 “자유를 위한 경제 지식 폭로 센터(CEDICE, Center for the Dissemination of Economic Knowledge for Liberty)”는 베네수엘라의 전 대통령인 차베스(Chávez)의 지지자들로부터 10년 넘게 비난을 받아 왔다.

아르헨티나의 Libertad Y Progresso와 마찬가지로 CEDICE는 RELIAL 및 아틀라스 네트워크(Atlas Network)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언론인 출신의 차베스 고문인 에바 골린저(Eva Golinger)의 2009년 아포레아(Aporrea) 보고서에 따르면, CEDICE는 2001년부터 미국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재정 지원과 전략적 조언을 받아왔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밝혀내기 위해 정보자유법 요청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골린저는 민주주의를 위한 국립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미국 국제개발처(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그리고 CEDICE 사이의 관계를 이끌어냈다.

그녀는 지금은 없어진 마차도의 비정부 기구인 수마테(Súmate)를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과도 연결시켰다. 골린저의 보고서는 또 카토 연구소가 카라카스의 엘카토-세디체(ElCato-CEDICE) 대학을 경유하는 등 세디체와 협력하고, 베네수엘라의 반대파와 직접 협력해온 방법을 지적하고 있다.

카토연구소는 2008년 베네수엘라 정치인 욘 고이코에체아(Yon Goicoechea)에게 밀턴 프리드먼 상을 수여했다. 최근 몇 년간, 러시아계 미국인 작가 아인 랜드(Ayn Rand)는 라틴 아메리카의 중도우파 활동가들 사이에서 이념적인 연인이 되었다.

아인 랜드 라틴 아메리카 센터(Ayn Rand Latin America Center)와 같은 단체들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아인 랜드(Ayn Rand) 컨벤션을 개최했으며, 랜드의 아틀라스 슈러그(Atlas Shrugged)는 2019년 번역본 출판 이후 라틴 아메리카 책장에 넘쳐났다. 밀레이는 심지어 ‘아틀라스의 반란(Atlas rebellion)’을 요구했다.

유니비전(Univision)의 리니어 드 후에고(Linea de Fuego) 토크쇼 진행자 프랭클린 카마르고(Franklin Camargo)와 영 아메리카 재단(Young America's Foundation)의 다니엘 디 마르티노(Daniel Di Martino)를 포함하여 미국에 기반을 둔 베네수엘라의 자유주의 운동가들은 랜드의 아이디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자는 아틀라스 소사이어티(Atlas Society)와 함께 유튜브 비디오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여 수천 명의 청중들에게 랜드를 인용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후자는 폭스 뉴스(Fox News)가 사회주의의 위험을 강타한 것에서 반(反)사회주의적이고 반(反)권위주의적인 연설자들을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에 보내는 반체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으로 발전시켰다.

라틴아메리카의 자유주의자들은 조직화를 진지하게 생각해왔다. 새로운 선거가 다가왔으니 그들의 성공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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