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가 등장하기 전 소련(소비에트 연방)은 미국에 대한 영원한 적대감에서 움직일 수 없는 초강대국으로 보였다. 숨 막힐 정도로 일련의 개혁(perestroika, 페레스트로이카)과 함께 고르바초프(별명 : 고르비)는 모든 것을 바꾸었고, 20세기의 과정에서 방향을 바꾼 정치인이었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영국의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의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와 함께 고르바초프는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통해 살았던 사람들에게 거의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세계적 드라마의 핵심 주인공이었다고 미국의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높게 평가했다.

고르바초프 치하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수천 명의 정치범들이 풀려났으며, 공산주의만 알고 있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진정한 자유를 맛보았다. 그러나 그가 해방시킨 병력을 통제할 수 없었고, 결국 무너져가는 제국을 되찾기 위한 패배의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그랬던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30일(현지시간) 91세의 나이로 모스크바 병원에서 사망했다.

1985년 그가 지도자가 되기 전에는 소련 학자계(Sovietologist circles)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지만, 그는 빠르게 세계무대에서 지배적이고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 됐다. 그의 대머리에 있는 얼룩덜룩한 보라색 출생 자국은 누구나 즉시 그를 알아볼 수 있게 해주었고, 그의 활력은 최근 나이 들고 거의 말을 하지 않는 크렘린 지도자들의 운영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소련을 보다 인간적이고 유연한 나라로 다시 만들겠다는 그의 비전은 획기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1990년까지 그는 냉전을 종식시키고, 핵 긴장을 감소시키는 데 그의 ‘손꼽히는 역할(leading role)’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나 불과 1년 후, 그는 실패라는 슬프고도 당혹스러운 모습이 됐다. 소비에트 연방은 고르비의 손에서 무너졌고, 조국에서 그는 조롱당하고 경멸당했으며 점점 외면당했다. 고르바초프는 1991년 8월 쿠데타 시도로 그의 권력은 절망적으로 무너졌고, 1991년 12월 25일 사임할 때까지 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한 후, 공화국을 지켜보며 그의 임기 마지막 달을 보냈으며, 소련은 하루 후에 스스로 사라져갔다.

소련의 붕괴를 포함한 많은 변화들은 고르바초프가 1985년 3월 소련 지도자가 되었을 때, 구상했던 변화와 전혀 닮지 않았다. 그의 통치가 끝날 무렵, 자신이 뿌린 회오리바람을 막을 힘이 없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다른 어떤 정치 인물보다 20세기 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르바초프는 퇴임 직후인 1992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국가와 유럽과 세계를 위해 필요한 개혁을 시작한 사람이라고 생각 한다”면서 “나는 종종 질문을 받는다, 만약 내가 그것을 반복해야 한다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을까? 그렇다. 그리고 더 끈기와 결단력으로”라며 당당하게 말했다.

러시아인들은 한때 영토가 15개의 분리된 국가로 분열된 공포의 초강대국이었던 소비에트 연방의 1991년 붕괴에 대해 그를 비난했다. 1996년 그의 대통령 출마는 국민적인 농담이었고, 그는 1퍼센트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997년 그는 그의 자선 재단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피자헛의 TV 광고를 만드는 데 의지했다.

그의 이전의 동맹국들은 그를 버리고 국가 분쟁의 희생양으로 삼았다.

한때 고르바초프 지지자였던 아나톨리 루카노프(Anatoly Lukyanov)는 “광고에서 그는 피자를 들고, 우리나라를 분열시킨 것처럼 그것을 15조각으로 나눈 다음 다시 조립하는 방법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는 당초 소련 체제를 해체하지 않았고, 그 체제를 개선하기 원했다.

집권 직후, 그는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 즉 ‘구조조정(restructuring)’이라는 그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돕기 위해 "글라스노스트(glasnost)“ 또는 ‘개방(openness)’을 통해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침체를 끝내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의 회고록에 “엄청난 천연자원을 가진 나라에서 수천만 명이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에 오랫동안 좌절해 왔다”면서 “우리사회는 관료적 지휘체계의 손아귀에 눌려 숨이 막혔다”고 지적하고, “이념에 봉사하고, 군비경쟁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기 위해 종말을 고했다, 그것은 극도로 긴장됐다”고 적었다.

일단 고르바가 개혁과 개방을 시작하자, 하나의 동작이 다른 동작으로 이어졌다. 그는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공개 토론과 복수 후보 선거를 허용했으며, 그의 동포들에게 여행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고, 종교적 탄압을 중단했으며, 핵무기를 줄였으며, 서방과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고, 동유럽 위성 국가들에서 공산주의 정권의 붕괴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이른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를 말했다.

하지만 그가 풀어놓은 힘은 빠르게 그의 통제에서 벗어났다. 오랫동안 억압되어 온 민족적 긴장이 고조되어 남부 코카서스 지역과 같은 분쟁 지역에서 전쟁과 불안을 촉발시켰다. 물가 상승과 소비재 부족에 이어 파업과 노동 불안이 이어졌다.

1991년 초 고르바초프는 발트해 공화국들에 대한 탄압을 승인했다. 그 폭력은 많은 지식인들과 개혁가들로 하여금 그에게 등을 돌리게 했다. 개혁과 개방의 반동적 현상이 그를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뜨렸다.

또 경쟁적인 선거는 고르바초프의 정책과 권위에 도전하는 포퓰리즘(populist, 대중인기영합주의) 정치인들의 새로운 작물을 생산했다. 그들 중 가장 중요한 사람은 러시아의 첫 대통령이 된 그의 전 후견인이자 궁극적인 적수인 보리스 옐친(Boris Yeltsin이었다.

고르바초프는 사임하면서 “이 나라를 개조하고, 국제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으로 입증됐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 성취한 것을 인정하자”며 “사회는 자유를 얻었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졌다. 이것은 우리가 아직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의 어린 시절에는 그가 세계무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것이 거의 없었다. 여러 수준에서, 그는 전형적인 러시아 마을에서 전형적인 소련식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특이한 행운의 획을 받은 어린 시절이었다.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고르바초프(Mikhail Sergeyevich Gorbachev)는 1931년 3월 2일 러시아 남부의 프리볼노예(Privolnoye)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들은 모두 소작농, 집단농장 의장, 공산당원이었다.

훌륭한 소련공산당의 당원임에도 불구하고 고르바초프의 가족은 소련의 독재자 요제프 스탈린(Josef Stalin)에 의해 촉발된 테러로부터 무사하지 못했다. 두 할아버지는 모두 반(反)소련 활동 혐의로 체포되어 투옥됐다. 그러나 그 시기에는 매우 드물게 둘 다 결국 풀려났다.

고르바초프가 10살이 되던 1941년 그의 아버지는 프리볼노예 마을에서 온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전쟁에 참여했다. 독일 나치는 소련에 대한 전격적인 공격으로 서부 스텝지대(steppes)를 가로질렀다. 그들은 프리볼노예를 5개월 동안 점령했다. 전쟁이 끝났을 때, 어린 고르바초프는 아버지가 전쟁터에서 돌아온 몇 안 되는 마을 소년 중 한 명이었다.

15세가 되었을 때 고르바초프는 학교가 끝난 후, 먼지투성이의 여름 내내 아버지의 콤바인 운전을 도왔다. 그의 그 같은 노력으로 17세의 나이로 이례적으로 노동의 붉은 깃발 훈장(the Red Banner of Labor)을 받았다.

그의 그 같은 성과는 1950년에 소비에트 연방의 최고 대학인 모스크바 주립 대학에 입학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곳에서 그는 아내 라이사 막시모브나 티토렌코(Raisa Maximovna Titorenko)를 만나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다.

과거의 수상한 이력과 그의 가족의 자격은 “모범적인 공산주의 행위에 비추어 간과되었던 그의 할아버지의 체포라는 불명예를 극복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회고록에 “당을 통해 전진하면서 자신을 독불장군이라고 묘사했고, 때때로 소련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비판으로 터져 나왔다”고 적었다.

그의 초기 경력은 니키타 흐루시초프(Nikita Khrushchev)가 시작한 해빙(thaw)과 일치했다. 젊은 공산당 선전 관료로서 그는 소련의 독재자 요제프 스탈린의 수백만 억압을 폭로한 제20차 당 대회를 지역 당 활동가들에게 설명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자신이 먼저 “죽음의 침묵(deathly silence)”을 만났고, 그 다음에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 그럴 리가 없어. 그는 2006년 인터뷰에서 스탈린이 죽었으니 모든 것을 스탈린 탓으로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주의의 비(非)정통적인 신봉자였다. 1971년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었고, 1978년 소련의 농업 정책을 이어받았으며, 1980년 정식 정치국원이 됐다.

그 과정에서 고르바초프는 서양, 벨기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를 여행할 수 있었다. 그 여행들은 소련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그의 믿음을 흔들면서 그의 생각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고르비는 회고록에서 “그 질문이 나를 괴롭혔다. 왜 우리나라의 생활수준은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가 ?”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나이든 지도자들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생활수준, 불만족스러운 생활 방식, 그리고 첨단 기술 분야에서 뒤쳐지는 것에 대해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그의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소비에트 연방의 지도자 레오니트 브레즈네프(Leonid Brezhnev)가 1982년에 사망했고, 고르바초프의 멘토인 안드로포프(Andropov)와 콘스탄틴 체르넨코(Konstantin Chernenko)가 뒤를 이었다. 체르넨코가 사망한 1985년 3월이 되어서야 공산당은 마침내 나라를 이끌 젊은 남자를 선택했다. 고르바초프는 당시 54세였다.

그의 임기는 술 반대 운동,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체르노빌 핵 참사를 포함한 험난한 기간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1985년 11월부터 고르바초프는 세계 지도자들, 특히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와 함께 일련의 관심을 끄는 정상회담을 시작했는데, 이것은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에 전례 없이 많은 감소를 가져왔다.

수년간 크렘린에서 끈질긴 지도자들의 협상 퍼레이드를 지켜본 후, 서구 지도자들은 매력적이고 활기찬 고르바초프와 그의 멋지고 똑똑한 아내에게 사실상 기절할 정도였다고 AP는 전했다.

하지만 가정에서의 인식은 매우 달랐다. 소련 지도자의 부인이 이처럼 공개적인 역할을 한 것은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의 사망 이후 처음이었고, 많은 러시아인들은 라이사 고르바초프가 과시적이고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고르바초프가 일으킨 변화로부터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이익을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불안정한 소련 경제는 붕괴되었고, 그것은 국가의 2억 9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을 가져왔다.

소비에트 연방의 마지막 날에, 경제 쇠퇴는 가파른 미끄러짐으로 가속화되었다. 초(超)인플레이션으로 대부분의 노인들이 평생 모은 돈을 빼앗겼다.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그 결과 고르바초프와 그의 아내에 대한 대중의 증오가 커지게 되었다.

그러나 1999년 여름 라이사 고르바초프가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다. 말년에 고르바초프는 TV 기자들과 매일 이야기를 나누었고, 고상하고 목조적인 늙은 정치인은 갑자기 깊은 슬픔에 굴복하는 감정적인 가족적인 남성으로 보였다.

고르바초프는 탈냉전 시대의 세계적 우선순위를 다루기 위해 만든 고르바초프 재단과 "인간과 환경 사이의 보다 조화로운 관계"를 배양하는 것을 돕기 위해 1993년에 설립된 녹십자 재단(Green Cross foundation)과 함께 일했다.

그는 소련이 해체된 후 현대 좌파 정당으로 개혁하지 못했다고 말한 공산당이 남긴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2000년 작은 통합사회민주당(United Social Democratic Party)의 당수에 취임했다. 그는 2004년에 당수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많은 동포들이 더 이상 그의 말에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위 전직 정치인으로 러시아 정치에 대해 계속 논평했다.

고르바초프는 1996년 회고록에서 “우리나라의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아마도 더 큰 격변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러시아는 돌이킬 수 없이 자유의 길을 선택했고, 누구도 전체주의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적었다.

고르바초프는 본인과 옐친 시대의 민주적 업적을 역행한 것으로 비난을 받아온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가벼운 칭찬 사이에서 방향을 틀었다. 그는 푸틴이 소련 붕괴 이후 격동의 10년 동안 러시아의 안정과 위신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점전 더 엄격해지는 제한에 항의했고, 2006년에 사업가 동료와 함께 러시아의 마지막 탐사 신문 중 하나인 노바야 가제타(Novaya Gazeta)를 매입했다. 그는 노바야 가제타와 다른 독립 언론을 굴복시키려는 크렘린의 노력을 암묵적으로 비판하면서 “이것은 우리의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는 70대에 다른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진출하여 전 세계에서 찬사를 받았다. 그는 유명 작곡가 프로코피예프(Prokofiev)의 음악동화 ‘피터와 늑대(Peter and the Wolf)’를 녹음한 공로로 2004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이탈리아 여배우 소피아 로렌과 함께 그래미상(Grammy)을 수상했고, 유엔은 2006년 환경보호 옹호 공로로 그를 ‘지구 챔피언(Champion of the Earth)’으로 선정했다.

그는 딸 이리나(Irina)와 두 손녀를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