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 법조인들이 들으면 열 받을 일이겠지만 이 것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글이 없다. 국민 대다수가 지금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한 법조비리를 보면서 충격에 빠졌다.

사법부가 썩어도 너무 썩었다는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너무도 허탈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국민들도 부지기수다.

‘최악’이라는 수식어는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에 붙어 있는 고정 수식어인데 이제 이 딱지를 사법부에 옮겨 붙여야 할 것 같다. 최악에 더 보태 부패한 냄새가 진동하는 시궁창이 되다시피 했다.

‘전관예우’ ‘검피아’ ‘법조 브로커’ 등 박근혜 정부 들어와 척결대상으로 삼았던 것들이 그대로 기생하고 있었다. 말로만 척결을 부르짖었지, 그 속에서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부정부패가 곰팡이처럼 번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최유정 변호사와 홍만표 변호사의 일탈에 광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번 사건이 사법개혁의 기회가 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사법부는 영원히 회생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경찰, 검찰, 판사, 변호사들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술이 불가능한 불치병 직전까지 와 있다. 모두 심장에 손을 얹고 “나는 깨끗한지” 한번쯤 회개하고 고해성사라도 해봐야 할 단계가 됐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이전에도 심심찮게 터졌다. 밍크코트, 벤츠 검사 등 법조비리가 터질 때마다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게는 가재 편’이라 냄비 끓듯 하다 이내 수그러 들었다. 그리고는 그 뒤쪽에서 저질러지는 각종 부정부패에 눈을 감았다.

국민들 속에는 사법부의 불신이 황당한 수사, 황당한 재판, 황당한 변론으로 깊이 자리하고 있다. 법률 상식이 전혀 없는 국민이 보기에도 황당한 결과들이 수 없이 나온다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뒤바꾸기, 피고소인을 부르지도 않고 무혐의 처분하는 수사, 피고소인에게 알리지도 않고 일사천리로 해버리는 판결, 같은 증거물이 1심에는 패소 2심에는 승소하는 판결, 적의처리를 같다 붙여 판사가 알아서 하라는 검찰, 만취상태로 흉악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감형해주는 판결에 항소하지 않는 검찰, 당국에 알리지도 않고 북한을 다녀와도 처벌하지 않는 재판부 등 열거 하자니 한 둘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전관예우와 법조브로커, 그리고 인맥으로 범죄를 천칭(양쪽에 동일한 접시 위에 똑같은 물체를 얹어 균형을 잡아 물체의 무게를 측정하는 기구)에 올리다 보니 생긴 문제다. 자연히 술잔이 오가야 하고, 결국에는 뇌물과 현금이 오가다 이번처럼 대형 사고가 난 것이다.

형사사건에서의 수임료 100억은 전대미문의 액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여전히 형사사건에서는 전관예우, 법조브로커, 인맥이 대세라는 것을 잘 입증하고 있다.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인식 때문에 지금도 많은 국민들은 대형로펌을 찾아가고 부장판사, 부장검사를 지내다 금방 나온 변호사들을 찾아 나선다.

범죄가 중하면 지검장이나 검찰 총장, 법무부 장관 출신의 변호사를 찾아 가는 것도 다반사다. 솔직히 1,000만원짜리 준비서면과 20억짜리 준비서면이 뭐가 다른가. 모두가 사법고시를 합격한 법조인에 불과한데 A가 작성하면 무죄, B가 작성하면 패소라는 결과는 알게 모르게 검은 손이 수사기관과 재판부에 미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법조계에는 “판검사는 변호사가 먹여 살린다” “판검사가 술 마시면 변호사가 돈을 낸다”는 비아냥조의 말이 있다. 법조인들도 잘 알고 있는 부끄러운 말들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사법부는 군사정권 시절 정치권에 휘둘렸고, 지금은 이념논쟁에 휘말려 중심을 못 잡고 있는 형국이다. 솔직히 상상이 되지 않는 판결 들은 많은 국민들을 실의에 빠지게 한다. 그 고통은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가정을 파괴하는 또 다른 범죄적 수준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2012년 4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해병대 군복을 입은 문장식 씨가 검찰 개혁이 담긴 유언장을 뿌리며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있었다. 문씨는 억울한 옥살이를 무려 7년 6개월이나 했다며 지금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송사 중이다.

서럽고 억울한 사람은 문씨 뿐만 아닐 것이다. 지금도 사법부의 잘못을 호소하며 검찰과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국민들이 있다. 이제 정부가 사법개혁을 위해 전쟁을 선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