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DNA에 지성을 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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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DNA에 지성을 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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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인은 책을 들어야 한다

어릴때 부터 외국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다. 그때는 가난하고 헐벗어서 책들도 별로 없었지만 외국은 신기하고 놀라운 별천지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바다 도시에 살았기에 일본TV도 시청되었는데 부러운 나라였다. 하지만 역시 일본 보다는 피부와 생김새도 전혀다른 서양에 대한 호기심은 한층 커갔다.

중학생이 되자 교실 위층의 도서관은 꿈의 낙원이었다. 좋아하는 소설책, 해외여행 안내서, 백과사전, 잡지, 심지어 만화책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가장 큰 유혹의 하나가 학업을 게을리하고 이러한 책들을 읽는 것이었다. 밤늦도록 도서관에서 학업과 관계없는 독서로 보내는 위험(탈선)은 곧 나타났다. 수업의 집중이 떨어지고 성적은 지지부진 했다. 특히, 방학동안 과외반을 집중하는 친구들과 달리 온갖 독서로 매번 신학기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본인도 모르게 점차 학교와 친구들과 멀어졌다. 마침내 진학문제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한때 우등생이었으나 가족, 친지 그리고 친구들로 부터 인정 받지 못하게 되었다. 대학진학에 실패하고 선택한 것은 공무원이었다. 무려 5년동안 방황과 혼돈속에서 주경야독의 세월을 보냈다. 청소년기의 실패는 지울수 없는 그림자를 남겼으나 대학졸업과 동시에 사립명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좌절과 고독속에서 선택한 어이없는 학문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생활하는 것은 재미있고 자부심도 있었다. 대학원을 마치니 외국유학을 선택했다. 경제적 능력이 없기에 택한 독일유학은 또 다른 좌절이었다. 늦은 나이에 외국어공부는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공부를 하다가 죽기로 작정하게 되었다. 그때 구원의 불빛이 보였다. 수년동안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이 나에게 내민 선물이었다. 예상외로 가장 성공적인 학업을 마치게 되었다.

서울에 돌아왔으나 여전히 주변인이었다. 그후 2년간 시간강사로 보내며 약자의 설움도 겪었다. 마침내 고향(부산)에서 전임직(교수)가 되자 나는 자신에게 유럽과 독일에서 본 학자의 길을 가기로 굳게 다짐했다. 전공을 떠나 경제학, 경영학 등 인접학문 뿐 아니라 역사, 문학, 철학 등 인문학도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했다. 10년만에 2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러나 책 출판과 함께한 해외생활에서 충격을 받게 되었다. 우연한 체험을 통해 무엇보다 한국인(학생들)은 독서를 싫어한다는 사실이었다. 역사(지성사, 책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봐도 부정하기 어려웠다. 흔히 서양인들에게 동양인(일본 제외)은 전략, 지성, 문화 등에서 빈곤을 보여준다고 한다. 나는 지난 10년동안 이것에 대한 근거를 광범위하게 찾았고 마침내 최근 결론에 도달했다.

그 결론은 역사, 제도, 문화 등에서 나타나는 차이(격차)를 한국인들은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지로 동서양의 지적 격차는 천년에 이르고 그 양은 놀라울 정도라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지적 혁명, 지식폭발은 그 규모가 불과 2-3년마다 배증된다는 것이며 이것은 정확히 세계시장규모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식자본주의시대에 지식과 과학은 대학이나 도서관을 넘었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이들과 유기적 관계인 지혜와 지성 등 새로운 지각(지적 대혁명)도 필요한 것이다.

한국은 반세기전 조국근대화를 시작하여 불과 한세대만에 성공한 기적의 나라 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조국근대화는 결코 선진화가 아니란 사실이다. 선진화는 국가경제발전의 혁신단계라는 고도의 지적 선진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은 또한 도덕적 문화적 가치관적 영역이기도 하다. 조국근대화는 동양적(유교적) 전통가치속에 서양의 교육과 과학기술을 결합한 형태였다. 이제 한국은 새로운 도전 즉 지적 지성적 선진화가 필요했다.

역사적으로 서양의 우위는 한편으로 지적 우위였고 문화적 다양성과 체제의 개방성에 뿌리를 두었다. 유럽의 기원이 된 그리스는 좋은 예이다. 고대사의 획을 그은 인물들도 위대한 정복자인 동시에 지성인 이었다. 알렉산더는 아카데미아의 지성을 구현했으며 최고의 도서관을 건립했다. 카이사르는 지성의 절정이었고 국립도서관을 제도로 도입했었다. 이는 분서갱유를 저지른 진시황과 대비된다.

로마가 멸망하였으나 천연후 르네상스로 재탄생되었다. 중세에도 도시와 대학은 지적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근세는 지적 대혁명이었고 종교개혁은 한편으로 인쇄술을 통한 시민독서 시대를 연것이다. 근대화와 함께 독서국가가 되었고 양식있는 부모들은 시집가는 딸에게 지참금 대신 서재를 선물했다. 이제 인생은 동화에서 출발하여 러시아소설로 마감되게 되었다. 선진국들의 진정한 힘은 군사력, 경제력이 아니라 수억의 도서관장서와 국민독서 지성의 생활양식이다. 책은 이제 교양의 상징이자 복지국가의 필수적 코드인 것이다.

나는 광야에서 울고 싶다. 조국이 불행하고 어리석은 한국인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도 교양, 지혜(성)을 모르고 교육을 왜곡시키고, 지성집단이라는 학계도 파편화되어 사실을 호도하고, 정치인들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 세계최고의 금속활자와 위대한 한글의 나라가 책맹의 나라가 되었고, 6.25 피난시절에도 세계철학사전과 세계문학전집을 발간한 나라가 가무음주의 나라가 된것이다.

이제 한국인은 책을 들어야 한다. 책은 지식자본주의 시대의 최대 자본이며, 문화와 도덕성의 척도이며, 심지어 행복과 천국으로 가는 열쇠인 것이다. 2000년전 중국이 선택했던 분서갱유(책맹)가 오늘날 한국에서 재현되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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