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학벌보다 책벌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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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학벌보다 책벌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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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중 하나가 독서가 된지 오래다

현재 세계는 지식자본주의로 압축되는 메가트렌드에 놓여있다. 동구권의 붕괴( 1989-91 ), 역사의 종말이 현실화 되자 3차 산업혁명, 신경제, 무형자산, 창조계급, 위험사회 등 일련의 후기산업사회화가 본격화되었다.

후기(탈)산업화를 관통하는 것은 지식자본주의이다. 하지만 이미 지식은 "아는 것이 힘" 이라는 베이컨시대가 아니다. 팍스브리태니카의 시대를 연 영국의 황금시대는 르네상스의 진정한 의미였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가 예술과 문학에서의 혁명이었다면, 영국의 경우는 과학과 철학을 포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사에 나타나는 서양의 우위는 결국 지적 격차에서 유래했다. 전제정을 벗어나지 못한 동양은 지식도 제왕학에 종속되었다. 동양문화의 원형인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맹은 결국 법가적 현실정치로 귀결되어 2000년의 암흑시대로 연결된 것이었다. 반면 서양의 탄생은 자체가 반전제정의 시작이었다.

그리스의 진정한 위대함은 파르테논 신전의 아름다움과 페르시아와의 승리가 아니라 반전제정의 전범인 민주주의와 군주정의 발견과 교양과 전쟁술에 바탕한 시민교육의 교본이었다. 반전제정으로 권리와 의무, 자유와 질서와 같은 전혀다른 요소의 결합이 가능했고, 이를 버트란트 러셀은 서양 우위의 요인으로 인식하였다.

실지로 그리스시대의 표상이었던 알렉산더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지성의 상징이었다. 부친의 군사적 유산을 계승했지만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 자산을 활용한 것이다. 고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건립과 그리스 문화사를 체득한 그의 언행은 군사와 문화, 교양과 전쟁술의 창조적 결합 바로 지성(intellectuality)인 것이다.

하지만 알렉산더의 위대함은 당대에 그치지 않는 파급효과에 있었다. 이후 유럽의 제왕은 알렉산더의 이러한 유산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카이사르였다. 그리스를 뒤이은 지중해의 패자 로마는 승자의 혼란을 겪게 되었다. 포에니전쟁의 승리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지만 한세기에 걸친 내전과 쿠데타 등 혼미한 시대로 이어졌다. 이러한 혼란은 군사 지도자의 시대로 이어졌고 최종적 승자는 카이사르였다.

카이사르는 서양의 위대함을 반영한다. 알렉산더와 달리 군주정의 이점을 받지못하고 오히려 혼란의 와중에 젊은시절 어려움을 겪게되나, 이것은 오히려 후반기 성공의 초석이 되었다. 카이사르는 군사적 재능과 문화적 교양이 결합한 하나의 전범이었다. 전투를 수행하면서도 책을 소지하고 갈리아 원정기 등 인류의 문화유산인 최고의 글을 썼던 것이다.

위대한 로마가 종식되며 맞이한 암흑시대는 초기에 참혹한 서양문명의 위기였다. 혼란과 무질서는 지역과 민족을 넘어 대륙적 상황이었고 유목민에 뒤이은 이슬람의 침략은 서양의 일시적 수세기적 패퇴였다. 하지만 이러한 장기적 침체도 끝이 보였으며 암흑시대를 이끈 한축 기독교는 한면으로 계몽적 요인을 제공하였다.

서양의 회복은 도시와 대학에서 찾아졌다. 로마에서 출발한 도시의 건설은 도서관 등 지적인프라로 이어졌고, 대학은 지적 공동체를 제공했다. 여기에 인쇄술의 발전은 지적혁명을 낳았다. 이후 농업혁명과 산업발전은 일반인들의 생활방식과 문화생활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문맹율은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전국민이 독서를 생활화하는 독서국가가 탄생하였다. 특히, 여성들은 결혼하는 딸에게 지참금 대신 서재를 선물할 정도였다.

근대사회는 지적 혁명시대가 된 것이다. 르네상스와 기술혁명시대를 거치면서 지식은 상식, 과학, 양식( 교양), 영성으로 다양해졌다. 물론 과학의 발견이 근대사회를 연 단초가 되었지만 역사, 철학, 문학, 문화, 예술 등 도덕성(인성)과 지혜를 키우는 교양이 한층 풍부하고 체계화되었던 것이다.

이제 인생은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아니라 "동화에서 러시아 소설까지"로 바뀌었다. 이미 선진국들은 나라 자체가 하나의 지적공동체로 변화했다. 수많은 도서관과 문화시설은 이를 반영하고 있으며 유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지도층뿐 아니라 시민들도 독서를 생활화하지 않으면 사회적 소외자층으로 전락한다. 일반인들을 만나면 생활의 많은 부분이 독서로 채워지고 있으며 당연시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어떤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중 하나가 독서가 된지 오래다. 학벌보다 책벌이 우선되는 것이다. 고졸의 신화 해리 트루먼은 독서가로도 유명하다. 미국은 그를 평범한 사람도 위대해질 수 있다는 것으로 평가 한다. 문화대국 프랑스도 독서가 지도자 미테랑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자 일주일간 독서를 위해 잠적한 일화가 있고 유럽정상회의로 가는 헬리콥터에서 책을 읽은 사람이었다.

지금 한국은 총체적 난국이다. 지난 세대 가장 성공한 국가였으나 한국병으로 지칭되는 장기적인 국가지도력의 실종으로 경제는 침체되고, 문화적으로는 방종적이며, 사회적으로는 우울하다. 이러한 현상을 관통하는 것은 지적 공허함이며 반지성, 무지성의 어리석음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들은 하나같이 부정부패, 외교실패, 자원배분의 왜곡, 정국불안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돈과 권력에 미친 저차원적 정치를 보여온 것이다.

지성이란 품격, 위신과 같이 부, 권력, 명예를 초월하는 사회적 (초)가치란 점에서 한국 사회는 암흑사회인 것이다. 이러한 암흑사회는 역사, 시대와 지성에 반하는 사회주의, 평등, 민족주의 등을 키우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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