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지난해 대선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당시 안철수 후보가 후보 사퇴를 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양보해 안철수가 제시한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도 거짓말이라는 것이 뻔하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일이지만 안철수와 단일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무렵 문재인은 자신은 민주당이라는 공당의 후보 이므로 결코 사퇴할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안철수를 심하게 압박하여 안철수를 삐치게 만들었는데도 문재인은 안철수가 사퇴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재인의 책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대선패배의 원인이 온통 다른 요인과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 문재인은 자신이 패배한 원인으로 종북프레임을 제기한 상대방 진영,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종편 불출연, 천안함 폭침을 침몰로 표현한 점, 민주당 내의 근본주의에 함몰된 점, 상대당의 흑색선전 등등을 패인으로 꼽았다. 모든 선거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선거에서 진 패자에게는 변명은 필요 없는 짓이다. 단 한 표의 표차로도 졌으면 진 것이고, 졌다면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이 패자의 덕목이다.
문재인은 국회의원직을 유지한 것이 패배의 원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지난 일 년 동안 문재인이 보여준 정치적 행간을 회상해 볼 때,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자 했던 진짜 이유는 대선불복을 하기 위한 수단에서 국회의원직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얄팍한 술수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후안무치한다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문재인의 패인은 종북프레임 때문도 아니요, NLL논란 때문도 아니고, 종편 불출연 때문도 아니다. 오로지 안철수와의 단일화에만 성공하면 모든 것이 그저 굴러들어 온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것과 친노프레임에 깊게 함몰되어 있었다는 것 외에도 경쟁 상대였던 박근혜 후보와의 질적 비교에서 문재인의 함량으로는 박근혜와는 결코 대적할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국민들의 판단 때문이었던 것이 패인의 주요인 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한 이유일 것이다.
또한 백번 양보하여 설령 문재인이 주장하는 그런 이유들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인정을 해 주더라도, 자신이 왜 그런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그 점을 간파하고 시의적절하게 잘 대처해 나가야 하는 것이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이 분명한데도 문재인이 정면으로 돌파하지 못한 것을 보면 문재인 자신에게는 그런 능력과 자질이 그만큼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러니 자신의 자질 부족으로 인한 패배원인을 온통 남 탓으로 돌리는 핑계가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문재인은 국정원의 선거공작이 없었으면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아쉬워 하는 것은 지지자들로서는 당연한 일이고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라고 지적하면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이제라도 국민의 정당한 분노를 인정하고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처지를 바꾸어 민주당이라면 아마도 대통령의 사과로는 만족하지 않고 하야를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애둘러 말했지만 이 말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고작 20%대 언저리의 민주당 지지세력에게 대선불복 운동을 전개하라는 선동으로 들릴 뿐이다. 대선이 끝난 후부터 지금까지 문재인이 보여준 것은 계속되는 말 바꾸기 뿐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자중하지 않고 자꾸 정치권에서 중심역할을 하겠다면 1219는 끝이 시작이 아니라 끝이 바로 종말이라는 것을 머잖아 직접 확인하게 될 것으로 본다.
글 : 장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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