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그 심오한 세계의 정겨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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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그 심오한 세계의 정겨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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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 전의 일이다. 하루는 막역한 지인이 찾아와 "새로운 사업을 구상중인데 함께 대구로 내려가 일을 해 보자"고 했다. 그래서 사업 아이템을 보니 썩 괜찮았기에 흔쾌히 동의를 하고 식당을 서둘러 처분했다.

대구로 내려가 사무실을 얻고 직원을 채용하는 등의 분주한 창업을 마치고 월셋방도 얻었다. 지인은 사장을 맡고 나는 영업본부장을 맡았는데 과장급 이하의 직원들은 모두 현지인들을 채용했다.

그런데 30년 이상을 내 고향 충청도 언저리에서만 살다가 난생 처음으로 경북의 핵심도시인 대구에서 생활을 해보니 사투리로 인한 의사소통의 난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선 같은 직원들의 토속적인 경상도 사투리를 나와 사장님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한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고 앉아 있노라면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의 거개는 마치 싸움이라도 하는 듯 그렇게 왁자지껄하기 일쑤였다.

그것은 지방간의 언어적 특성 차이를 이해 못 한 터였기에 후일엔 차차로 이해가 되었으나 그것 말고도 사투리로 인한 에피소드는 적지 않았다. 당시 집에는 주말에 왔다가 월요일 아침에 다시 대구로 내려가는 나날이었다.^

어느 주말의 아침에 사장님이 "홍 부장님, 오늘 집에 가실 때는 기름 값도 아낄 겸 제 차를 타고 함께 가실래유?"라고 물었다. 나는 "됐슈~"라고 사양했다. '됐슈'라는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는 전라도의 '거시기'에 버금 가는 언어로서 타 지역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일종의 '부정+긍정적' 의미를 담고있는 것이다. 그날 저녁엔 모처럼 아내와 아이들도 데리고 여행을 가기로 약속을 한 터였기에 나는 차를 가지고 집으로 가야만 했기 때문에 그처럼 "됐슈~"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자 경리아가씨가 다시금 배를 잡고 웃는 것이었다. 말끝마다 " ~했어유"라는 따위의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로 인해 '요'가 '유'로 바뀌는 어투에 경리아가씨는 늘상 웃느라 바쁘긴 했다. 그런데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막연한 "됐슈~"라는 말까지 사용했으니 경리아가씨의 포복절도도 기실 무리는 아니었다.

요즘 모 TV의 '개그콘서트'에서 '생활사투리'가 가히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개봉한 방화 <황산벌>에선 "거시기 해 뿔자~"는 전라도 사투리가 국민적 화두로 올라서고 있음에서 보듯 '사투리'는 그 지역민들의 문화와 정서의 대변과 유대감까지도 강화시켜 주는 일종의 끈끈한 점액질과도 같은 것이라고 본다. 당시에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던 경리아가씨는 이렇게 물었다.

"됐슈? 근데 대체 뭐가 됐다는 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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