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로 내려가 사무실을 얻고 직원을 채용하는 등의 분주한 창업을 마치고 월셋방도 얻었다. 지인은 사장을 맡고 나는 영업본부장을 맡았는데 과장급 이하의 직원들은 모두 현지인들을 채용했다.
그런데 30년 이상을 내 고향 충청도 언저리에서만 살다가 난생 처음으로 경북의 핵심도시인 대구에서 생활을 해보니 사투리로 인한 의사소통의 난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선 같은 직원들의 토속적인 경상도 사투리를 나와 사장님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한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고 앉아 있노라면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의 거개는 마치 싸움이라도 하는 듯 그렇게 왁자지껄하기 일쑤였다.
그것은 지방간의 언어적 특성 차이를 이해 못 한 터였기에 후일엔 차차로 이해가 되었으나 그것 말고도 사투리로 인한 에피소드는 적지 않았다. 당시 집에는 주말에 왔다가 월요일 아침에 다시 대구로 내려가는 나날이었다.^
어느 주말의 아침에 사장님이 "홍 부장님, 오늘 집에 가실 때는 기름 값도 아낄 겸 제 차를 타고 함께 가실래유?"라고 물었다. 나는 "됐슈~"라고 사양했다. '됐슈'라는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는 전라도의 '거시기'에 버금 가는 언어로서 타 지역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일종의 '부정+긍정적' 의미를 담고있는 것이다. 그날 저녁엔 모처럼 아내와 아이들도 데리고 여행을 가기로 약속을 한 터였기에 나는 차를 가지고 집으로 가야만 했기 때문에 그처럼 "됐슈~"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자 경리아가씨가 다시금 배를 잡고 웃는 것이었다. 말끝마다 " ~했어유"라는 따위의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로 인해 '요'가 '유'로 바뀌는 어투에 경리아가씨는 늘상 웃느라 바쁘긴 했다. 그런데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막연한 "됐슈~"라는 말까지 사용했으니 경리아가씨의 포복절도도 기실 무리는 아니었다.
요즘 모 TV의 '개그콘서트'에서 '생활사투리'가 가히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개봉한 방화 <황산벌>에선 "거시기 해 뿔자~"는 전라도 사투리가 국민적 화두로 올라서고 있음에서 보듯 '사투리'는 그 지역민들의 문화와 정서의 대변과 유대감까지도 강화시켜 주는 일종의 끈끈한 점액질과도 같은 것이라고 본다. 당시에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던 경리아가씨는 이렇게 물었다.
"됐슈? 근데 대체 뭐가 됐다는 거유?"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