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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지산 ⓒ 가지산 홈피^^^ | ||
여행은 확실히 많이 다녀본 사람이 자주 하게 되는 것같다. 많이 다녀봤다는 것은 구체적이든지 대강이든지 여행코스와 다양한 정보들을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먹었을 때 행동으로 옮기지만 여행을 자주 다녀보지 않은 사람은 늘 일상적인 생활의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보지 못한 까닭에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도 쉽게 행동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한다.
어제는 예전에 잠시 같은 직장에 다녔던 벗과 함께 가벼운 여행을 떠났다. 오랜만에 전화해 온 벗은 함께 밀양에 가보자고 했던 것이다. 벗은 혼자 가기 싫다고 동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그러자고 말했다.
우리는 차를 타고 밀양으로 향했다.
시내를 벗어나 동서 고가도로를 타고 가다가 서부산 톨게이트를 통과한 다음 고속도로 위에 차를 올렸다. 한참을 가다가 진양 휴게소에 잠시 들려 자판기 커피를 마신 뒤 찢어놓고 파는 오징어 한봉지를 사서 다시 차에 올랐다.
차는 어느새 단감으로 유명한 진영을 지나고 있었다. 길가에 내놓고 팔고 있는 단감을 쳐다보며 우리는 계속 달렸다. 가을 걷이를 아직 끝내지 않은 황금 들판과 추수를 끝낸 텅 빈 논밭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가 달리는 차 옆에는 계속 계곡이 이어지고 있었다. 계속은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눈부셨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밀양의 그 유명한 '솔숲'이 오른쪽에 쭉 이어지고 있었다. 밀양시 산외면 남기리에 위치한 송림은 15년에서 3백년 생의 오래 묵은 소나무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태풍의 피해를 입었던 탓인지 곳곳에 처참한 모양으로 꺾여져 쓰러진 소나무들이 즐비했다.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그렇게 꺾여져 있는 소나무의 모습은 참담해 보였다. 언뜻 보기에 생살을 찢어놓은 듯, 다리를 부러뜨려 놓은 듯 처참한 광경이었다.
한참 가다보니 표지판에 밀양 단장면이 보였다. 바드리 동네, 가을 길이 정겨웠다. 우리는 가지산으로 올라갔다. 까마득하게 높은 산으로 꼬불꼬불한 길이 나 있었는데 차가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길이었다.
맨 꼭대기에는 인가가 있다고 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돌고 돌아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큰 산들이 발끝에 내려다 보였다. 점점이 앉은 작은 마을은 아득히 멀어보였다. 이렇게까지 높은 곳에 어떻게 길을 내고, 차가 다닐 수 있게까지 만들어 놨을까.
길은 말없이 우리를 길로써 안내하고 있었다. 올라갈수록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장엄한 자연을 그 어떤 필설로 설명할 수 있을까.
차는 계속 올라갔다. 점점 높이 올라갈수록 하늘이 더 가깝고 햇볕이 가까웠다. 푸른 가을 하늘에 떠다니는 흰구름이 손에 잡힐듯 가까웠다.
맨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꽃동산을 이루고 있는 인가가 보였다. 마당 앞에 가득한 꽃밭에는 벌과 나비가 꽃 사이에서 놀고 있었다. 흙으로 지은 집이었다. 지상천국이었다.
우리는 집 위로 조금 더 걸어가서 풀밭에 자리를 펴고 해바라기를 하다가 도시락을 먹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왔던 길을 내려왔다. 깎아지른 듯 높은 산을 내려오는 길은 더 가파르게 느껴졌다.
다시 내려온 우리는 내친 김에 표충사를 보고 가기로 했다. 방향을 오른쪽으로 돌려 쭈욱 길을 따라 올라갔다. 여기저기 등산객들과 데이트족들이 눈에 띄었다.
표충사 앞에는 대추와 여러가지 특산물로 보이는 물건을 내놓고 파는 장사치들이 있었다. 어릴 때 추수할 때면 풀빵 심부름을 하곤 했는데, 작은 풀빵을 열심히 굽어 내고 있었다.
우리는 표충사 입구까지 가서 차를 돌렸다. 그리고 쭈욱 내려오다가 오른쪽으로 꺾었다. 그리고 '고레 양수발전소'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는 길 안으로 들어섰다.
길은 길을 내며 계속 우리를 안내하고 있었다. 길은 넓고 깨끗했다. 한적한 길 옆에는 계곡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가을 햇볕에 눈부신 강물이 은빛 별바다를 이루며 끊임없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가을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산은 높고 깊었다. 산은 겹겹의 아름다운 치마폭으로 멀리 혹은 가깝게 펼쳐져 있었다.
길을 따라 쭈욱 가다보니 고레마을의 폐교된, 앙증스러울 정도로 작은 분교가 앞을 가로막았다. 분교 앞에 선 나무에서는 낙엽을 흩날리고 있었다.
길 맞은편, 그러니까 밀양댐 건설 때문에 이사 비용을 받아서 그곳으로 옮겨온 사람들이 사는 집들이 산자락 아래 앉아 있었다.
한참을 시원하게 뚫린 길을 달렸다. 저만치 '밀양호'의 높은 둑이 보였다. '밀양호'라고 새겨진 바윗돌 앞에 차를 세웠다. 상쾌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감탄사를 연발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거대한 댐이 가을 하늘 아래 옥색빛으로 거기 누워 있었다. 차가운 바람과 옥색빛 깊고 거대한 댐 주변을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경관... 산마루를 따라 쭈욱 길을 낸 가깝고 먼 산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곳이 있었구나...둘만 보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곳 공중화장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깊고 높은 산에 둘러싸인 밀양호에는 숲을 돌고 계곡의 얼굴을 만지고 하늘에 닿을듯 펴져나갔다가 밀양호의 수면을 스쳐온 상쾌한 바람이 가슴 속까지 상쾌하게 훑고 지나갔다.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건설된 양수 발전소로써 첨두부하 수요충당과 전력계통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30만 KW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순 양수식 지하 발전소이다. 전력 생산은 물론 환경과 조화를 이룬 반절설비로 많은 볼거리와 휴식 공간을 제공하여 98년 6월 1일부로 방문객 6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방문객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으며, 전력 홍보관을 운영 학생들의 과학 학습장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발전소 진입로에서 하부 저수지에 이르는 5km의 벚꽃 터널은 장관을 이룬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이곳 양수발전소에 대한 정보다. 밀양댐의 아름다움과 그 주변 경관의 절경 앞에 그저 필설로는 표현 못할 자연의 위대함 앞에 감탄사만 내뱉고 있었다.
많은 아쉬움을 안고 우리는 산마루로 쭉 깨끗하게 닦아놓은 길이 이어져 있는 꼬불꼬불한 길을 우리는 계속 달렸다. 우리는 신비한 자연의 품에 깊이 싸여 있었다. 깊고 오묘한 산의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넉넉한 품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문명 사회를 이루고 사는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들인가...그러면서도 그 작은 존재들이 자연 속에서 또다른 문명의 그림을 만들어 내며 살고 있었다.
배내산으로 향했다.귀는 아까부터 멍하게 막혔다. 높은 고지대에 올라 가다보니까 양쪽 귀가 꽉 막히는 기분이었다. 이내 우리는 배내산 꼭대기에 다다랐다. 꼭대기는 평지였다. 오히려 나무는 별로 없고 풀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도 여러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길은 계속 길로써 우리를 인도하고 있었다. 신불산 공원이라고 적힌 양산 공원묘지를 지났다. 사람은 죽어서 이렇게 1평에서 2평 남짓 되는 작은 땅에 묻히는구나... 이렇게 1평밖에 안되는 땅에 묻힐 사람들은 마치 땅 따먹기하듯 아등바등 경쟁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인간에 대한...그리고 내 자신에 대한 연민이 들었다.
양산 공원묘지의 묘지들은 화려한 조화로 장식되어 마치 꽃동산처럼 예뻐보였다. 길은 우리를 양산쪽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그렇게 쭉 내리뻗어 나가서 시내를 통과해 대동 톨게이트를 거처 부산에 진입했다.
당감동을 거쳐 집에까지 당도했다. 어느새 해는 기울고 있었다. 오전 10시30분이 좀 넘은 시각에 나가서 오후 4시30분쯤에 집에 당도했다.
즐거운 여행이었다.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며 가슴에 담아온 가을의 산야가 내 안에서 끊임없이 출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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