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이 그리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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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갓집이 그리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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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에 다녀오는 길이면 '꼭 성공해야지' 다짐해 본다

^^^▲ 처갓집 가는 길
ⓒ 구현모^^^

5년 전 이맘때가 생각난다. 지금 아내된 사람의 부모님께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러 갈 때였다. 조금이라도 더 어른스러워 보이기 위해 갖은 궁리를 다 했던 것 같다. 그때 처음으로 안경을 벗고 렌즈를 껴 보았다. 동안이라 안경을 끼고 있으면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옷은 캐주얼을 입을까 정장을 입을까 망설이다 결국 정장 바지에 니트 티를 입었던 기억이 난다.

경북 왜관에 있는 아내의 집은 근처에 집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에 있었다. 큰 도로에서 집까지 들어가는 비포장 도로는 초등학생 시절 국어책에 나오던 그런 시골길이었다. 집 앞에는 강이 흐르고 뒤에는 산이 버티고 있었다. 그 풍경에 반하여 잠시 긴장이 풀렸었던 것도 같다.

^^^▲ 처가 입구
ⓒ 구현모^^^

현관에서 문을 열어 주신 분은 지금의 장모님이셨다. 그 인상이 어찌나 좋은신지 마음이 탁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어서들어오라고 반기시며 곧 장인어른을 부르시러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숨을 죽이고 쭈뼛쭈뼛 거실에 서 있는데 안방 문이 열리며 장인 어른이 나오셨다.

큰절을 올리고 나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데 장인 어른의 그 강렬한 눈빛에 주눅이 들어 더 긴장이 되었다. 남자 대 남자로서 그 부담스러운 심리전은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순간이었다. 꼭 내가 도둑놈이 된 그런 기분이었다.

장모님께서는 긴장을 풀어주려고 그러셨는지 아내에게 못생겼다더니 아니라며 키도 그리 작지 않다고 연신 칭찬 아닌 칭찬을 하셨다. 순간 고개를 숙이고 아내를 쬐려 봄으로써 속내를 표현했지만 후의 아내의 변명에 의하면 괜히 부모님이 기대를 가지실까봐 나에 대해 평가절하해서 말씀드렸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첫 대면에서도 장인 어른은 많은 말씀을 하시지 않으셨다. 다만 실망 시키는 일은 하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딸에 대한 섭섭한 마음과 사위 될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를 드러내셨다.

별다른 집안의 반대나 큰 어려움 없이 결혼에 성공했지만 아직도 장인어른 앞에서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괜히 장인어른께 죄스런 마음이 드는 것은 자격지심인지 아니면 4살된 딸아이를 바라보면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그 도둑 맞은 기분을 헤아리는 건지는 모르겠다.

^^^▲ 고추밭
ⓒ 구현모^^^

농사를 지으시는 장모님의 가장 큰 기쁨은 수확물을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실 때인 것 같다. 명절 때 뿐만이 아니라 철마다 그 과실들을 택배로 보내주신다. 해가 지날수록 점점 농사 짓기가 힘에 부친다고 하시지만 조그만 텃밭도 그냥 놀리지 않으신다. 배추며 무, 고추, 상추, 깻잎 등 순전히 자식들 줄려고 한여름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시며 고생을 하시는 것이다.

^^^▲ 포도밭
ⓒ 구현모^^^

^^^▲ 배추밭
ⓒ 구현모^^^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포도 농사는 영 망쳤고 고추도 병이 나서 신통치 않다고 말씀하신다. 호박도 물에 떠 내려가고 배추도 물에 잠겼다고 걱정하시지만 그래도 먹을만한 것은 다 챙겨주신다. 시골 인심이란 말과 장모님의 사랑이 함께 느껴진다.

겨울엔 밤과 고구마를 불에 구워주시는데 도시에서 나고 자란 필자에게 그 맛은 정말 꿀맛 같다. 곶감을 줄에 꿰어 마당에 널어놓으시면 오며가며 하나씩 빼먹는 재미가 일품이며 창고에 담궈둔 단술은 살얼음이 얼어 그 시원함을 생각하노라면 지금도 군침이 돈다.

^^^▲ 가마솥
ⓒ 구현모^^^

방학때 마다 처가에 갔다오노라면 항상 바지가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다. 잘난 것 하나 없는 사위가 뭐가 좋으셔서 그리도 챙겨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잘먹고 돌아오는 길이면 정말 열심히 살아서 부모님들께 효도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 얼마 전 포장된 시골길
ⓒ 구현모^^^

빨리 성공해서 잘 해드려야지라고 마음먹다보면 조급해지기도 하고 지금의 처지가 갑갑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별 말썽없이 열심히 사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효도인 것 같기도 하다. 자식이 어찌 부모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겠냐만은 4살된 딸아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그 심정을 알아갈려고 노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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