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옥계계곡에서 음악을 듣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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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옥계계곡에서 음악을 듣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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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 씨에게 띄우는 가을편지

^^^▲ 옥계계곡 팔각산 등산객
ⓒ 이화자^^^

얼마 전 태풍이 왔을 때 창수면에 갔다. 그래도 제일 먼저 달려가고 싶었던 곳이 바로 창수의 김갑숙 씨 집이었는데 갑숙씨와의 인연은 주부 공보관 일을 하면서 시작됐다.

그 인연으로 경북도에서 교육하는 정보화 교육도 함께 받으러 갔는데, 그때는 본의 아니게 갑숙 씨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해서 한 번은 가봐야지 하면서도 거리상의 문제도 있었고 또 가정일이라는 것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어서 한가하게 시간을 내기란 어려운 것이었다.

벼르고 별러 한번 가 보았다. 우리 집에서 갑숙 씨 집까지는 차로 50여분을 가야 하는 거리다. 또 갑숙씨는 시어른을 모시고 살고 있고, 창수 하면 영덕군내에서도 보수적이면서도 전통생활 양식을 그데로 간직하면서 생활하는 양반골이므로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닌지라 그동안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갔다.

가 보니 갑숙 씨 집 앞으로 정원이 필요 없는 과수원이 펼쳐져 있어 사계절 자연 변화를 가장 빨리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마침 늦은 봄이라 복사꽃은 졌지만 사과꽃과 배꽃이 만발해 거실에서 내다보는 과수원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즐겁게 차를 마시면서 어느덧 점심시간을 맞앗다. 돌아올려고 하는데 꼭 점심을 먹고 가라고 붙잡는 바람에 소담스러운 점심 상을 받았다. 과수원 집이라서인지 사과로 만든 물김치와 봄나물 등 아주 소박하고 담백한 반찬으로 맛있는 점심을 얻어 먹었다.

과수원 하면 일이 많은 건 모두들 인정하는데 집안 곳곳에 먼지 하나 없는 아주 깔끔하게 정리됐고 거실 한쪽에 자녀들과 찍은 사진이 걸려 있어 이 집 안주인의 가족 사랑이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항상 그렇듯이 시어른을 모시고 사는 입장은 늘 조심스러운 것이라서 은근히 신경 쓰는 것 같아 그만 돌아와야겠다고 일어서는데 사과 저장고에서 사과를 한 보따리 싸주는 것이다.

봄쯤 되면은 사과 맛이 다소 떨어지는 것인데 갑숙씨네 사과는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그때 그 일이 늘 미안해서 마음에 걸렸는데 태풍 피해 취재를 하면서 창수면에 갔을 때 갑숙씨네가 과수원을 해서 제일 먼저 나도 모르게 찾아가게 되었다. 가 보니 사과가 온 밭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할 말을 잊었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지만 한 개의 사과를 상품으로 만들기까지의 노력은 땀방울을 얼마나 많이 흘려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뭐라고 위로의 말이 없었다. 해서 사진 몇 장 찍고 왔으나 다른 일에 밀려서 기사를 못내 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 바쁜 와중에도 바쁘게 돌아오는 나에게 사과와 배를 싸주면서 지난 봄에 경북도에서 수료증을 받지 못하고 왔는데 수료증과 사진을 봉투에 넣어둔 걸 쥐어 주었다. 정말 고맙수.

^^^▲ 필자와 김갑숙씨(오른쪽)^^^
시민기자 활동을 하면서 머리 손질 할 여가도 없이 어느새 하루를 보내곤 하는 게 요즘 나의 하루다. 추수의 계절이고 지금쯤 추수에 바빠 전화 받을 여가도 없을 것 같아 고맙다는 전화도 한번 못하고 거의 한 달여를 보냈다.

농촌의 가을은 한가하게 단풍이나 가을을 느끼고 노래할 여가가 없다. 농사지은 걸 하나라도 더 거둘려면 바삐 움직여야 하니까.

갑숙씨 부군은 바쁜 농사철에도 독학으로 대학원을 다니는 만학도라 들었다. 두 부부가 비록 농촌에서 살고 있지만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제 사십대 중반에 들어선 탓으로 자녀들을 전부 대구와 포항으로 유학 보내고 있다.

올해는 포항에서 고등학교 다니는 자녀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어 더욱 마음이 바쁠 것 같아 전화하기도 조심스럽다. 작년에 옥계 단풍 음악제에 못 간 걸 섭섭하게 생각하던데 올해는 갈 시간이 있을지 궁굼하다. 올해 시간이 되면 꼭 같이 옥계 단풍 음악제에 같이 가고 싶다.

사람이 살면서 뭔가 하나 하나 준비해나가는 것은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걸 경상도에서는 유렴이라고 한다. 항상 어른 모시고 살면서도 모임에 나오면 꼭 뭔가를 준비하는 그 자세가 좋아보여 내가 갑숙 씨를 눈여겨 보았다.

친정이 이 지방에서 행신하는 의성 김문이라 어른을 섬기면서도 항상 어른의 뜻을 거르지 않고 농사와 안살림 자녀들까지 훌륭하게 교육 시키는 모습을 보고나서 아! 그 사람은 그 무언가를 준비하면서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갑숙씨, 올해는 옥계계곡 단풍음악제에 같이 갈 시간이 되겠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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