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이렇게 슬픈 일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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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렇게 슬픈 일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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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춘연 씨를 기리며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신문사에 도착한 저는 자판기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대를 들고 신문을 바라봅니다. 그날의 헤드라인 뉴스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신문의 불착여부(투입구가 따로 없는 경우 타인에 의해서 신문이 도난당할 경우)의 빈도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특종이라도 있는 날에는 이날만큼은 신문을 꼭 보시고자 하는 많은 분들의 작은 범죄로 인해 신문사는 하루종일 전화통에 매달려야 하죠. 그러면서 신문을 넘겨봅니다. 사회면 '태풍 피해 기사'부분의 조그만한 박스기사가 저의 눈길을 멈추게 합니다.

"두 딸은 지하철에... 엄마는 태풍에"

이번 태풍 매미는 두명의 딸을 지하철 참사로 하늘로 먼저 보내고 그 영혼들을 달래기 위해 사찰에서 불공을 드리던 한 어머니의 생명을 가져갔습니다.

김춘연(여. 49. 대구 동구)씨는 지난 12일 오후 10시경에 화왕산 자락의 도성암에서 인극 계속 물이 불어나서 발생한 산사태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2월 지하철 참사에서 피아노 학원에 가던 두 딸의 위패를 봉안한 도성암에서 말입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수 있냐고 제 눈을 의심해 봅니다. 평소 신문기사에는 별로 관심조차 보이지 않던 다른 동료들도 다시한번 기사를 확인하기 위해 제각자 신문을 펼쳐 봅니다. 그리고 별 말을 하지 못합니다.

다들 이렇게 살아있음에, 이렇게 일할수 있음에 이렇게 웃고즐길 있음에 그저 누군가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말 슬픈 일입니다.

하늘을 한번 쳐다봅니다. 불과 며칠전의 그 끔찍스러웠던 공간. 하지만 지금은 그 악몽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고요하게 아침을 준비하는 하늘입니다.

그런 하늘이 참으로 애석합니다. 도대체 당신은 어떤 분이시기에 그렇게 슬퍼하고 있는 영혼마저 가차없이 거두어 들이시는지 그저 작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젊은 딸은 사람의 인재로 인하여, 그 뜨거운 불길에 생을 마감하였고, 그 딸들을 기리는 어머니는 천재로 인하여, 그 속수무책의 물길에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우리의 감성으로 믿고 있는 이곳과는 다른 저 세상에서 모녀들의 아름다운 재회 정도를 기대하는 것 아닐까요? 아무리 모진 하늘이라도 그것만큼은 분명 허락하리라 계속 믿어야 하는 것. 이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바람입니다.

그렇게 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마음을 하늘이 헤아리고 이 세상에서의 임무를 마감시키고 저 세상으로 불러 드려겠죠. 저는 그렇게 믿겠습니다.

오늘도 저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세상과 하늘의 이치속에서 그저 존재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저 인간답게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대학원 공부와 신분배달,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한 고민의 연속. 새벽에 눈을 떠야 하는, 때로는 그때까지 눈을 붙이지 못한 괴로움.

이런 것은 불평의 대상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김춘연씨를 불러들인 하늘을 생각하는 의미있는 하루하루를 살아야하겠습니다. 언제라도 준비되어 있는 가득 찬 하루하루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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