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33)
왜색에 물든 우리말-(33)
  • 이준규
  • 승인 2009.12.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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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뎁보(むてっぽう)

어느 날 K-TV아침뉴스에 모당의 거물급 정치인이 상대편의 정책을 비난하며 현안사항을 '무뎁보'로 밀어 붙인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언어순화에 앞장서야할 정치인의 말로는 적절하지가 않았다.

말은 한번 뱉어 놓으면 주워 담을 수가 없다. 본인은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말했지만 듣는 이나 보는 이는 그렇게 생각지 않고 그의 자질을 의심하게 된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요 수준이다.

무뎁보(むてっぽう-無鉄砲/無手法)란 말은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이다. 이를 우리말로 고치자면 앞뒤생각 없이 함부로 행동해 무모한 짓을 한다. 또는 시시비비나 결과를 생각지 않고 행동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글자를 풀어보면 재미있는 얘기가 된다. 그 중 첫 번째의 무뎁보(むてっぽう-無鉄砲)는 전쟁터에서 총 없이 싸운다는 뜻으로 패망을 눈앞에 둔 무모한 짓이라는 뜻이고 두 번째의 무뎁보(むてっぽう-無手法)는 계획 없이 일을 시작해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뜻으로 실패를 눈앞에 둔 역시 무모한 짓이 라는 뜻이다.

이분의 얘기를 듣고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 말이 일어권(日語圈)밖의 외국어였다면 교양 있는 말이라 평했을지 모르나 그러나 일본말이다 보니 우리말과 일본말조차 구분 못하는 교양 없는 사람으로 평가됐다.

'무뎁보'라는 말은 우리 생활권에 깊숙이 파고들어 뿌리내리고 있다. 놀라운 것은 어린이들까지도 '무뎁보'라는 말을 쓸 때는 앞이 캄캄해 이를 어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렇다고 그냥 넘기다 보면 그대로 굳어버릴게 불을 보듯 뻔하다.

노년층에서는 알며 모르며 예전부터 써오던 말이니 관심이 없을 것이고 젊은 층에서는 우리말인줄 알고사용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전자 후자 다 같이 주체성을 잃은 말이다.

어려서 배운 말은 죽을 때까지 사용하게 된다. 어려서 지방에 살다가 도시로 주거를 옮긴 사람은 평생을 두고 자기 고향 말을 사용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려서부터 고운 말, 바른말을 익혀야 평생토록 사용하게 된다.

맹모삼천(孟母三遷)이 생각난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를 했다는 말로 어린이 교육은 환경이 주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이다.

맹자가 어렸을 때 첫 번째 공동묘지 근처에 살 때는 장사(葬事)지내는 흉내만 내고, 두 번째 시장근처로 이사를 했더니 장사치의 흉내를 내기에 세 번째는 서당근처로 옮겼더니 공부놀이를 하여 이후 공자에 버금가는 대학자가 되었다는 고사가 있다.

이를 가리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 한다. 어린 시절 제대로 못 배우면 성인이 돼서도 문제가 많다. 이는 전적으로 어른들에게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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