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 오지 마라, 친구가 힘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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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오지 마라, 친구가 힘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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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의 고마움을 느끼며

아침에 눈을 뜨면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집어 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요 몇일 계속 비가 내리던 터라 늘 신문은 비닐 포장된 상태였고, 새벽에 비가 내리던 걸로 봐서 오늘도 비닐 옷을 입은 신문이겠거니 하고 나가 보았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오늘 신문은 답답한 비닐 옷을 집어 던지고 뽀송뽀송한 종이내음을 풍기며 고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신문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와 창문을 열어 젖히니 저 멀리서 노란 햇살이 들어와 방바닥에 창문 모양을 만들어 낸다. 비가 그친 것이다. 난 바로 세탁기를 돌리기 시작했고 작은 방에 널어 놓았던 꿉꿉한 빨래들을 옥상으로 올려놓았다.

아내는 새로운 직장생활을, 그리고 나는 방학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새학기 시작을 하는 오늘 아침의 그 햇살은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았다.

농사 짓는 사람이야 적당히 비가 와줘야 풍년을 기대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흐린 날보다 맑게 개인 날을 더 좋아할 것이다. 나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늘 맑은 날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기에 오늘 같이 개인 날이 더 신선해 보이는 거겠지만 나로서는 요즘 무조건 비가 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이유는 새벽에 신문을 돌리는 친구 때문이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고향 친구는 예전에 해보았던 신문 배달 경력으로 지금은 그 지국의 가장 믿음직한 직원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대학원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고 용돈을 벌어 쓰기에는 적합하다는 결론으로 하루에 500부 가량을 돌리는데, 맑은 날이야 숙련된 경험으로 4시간 정도면 족하다고 하지만 어제 같이 억수같이 퍼부을 때는 아침 9시가 되어도 다 끝내지 못한다고 한다.

아침에 그렇게 진을 빼놓고 나면 무슨 수로 하루를 버틸 수 있을지 내가 걱정이 든다. 대학원 공부와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라는 본말이 전도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영 마음이 편치가 않다. 아침에 땅이 젖어 있으면 '아, 이 친구가 또 고생했겠구나'라고 걱정이 앞선다. 오늘처럼 맑은 날이면 신문을 돌리며 기분 좋았을 친구 생각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신문을 돌릴 때 비가 오고 있는 것은 그나마 괜찮단다. 왜냐하면 미리 신문에 비닐을 씌우고 우의와 장화를 챙기고 또한 마음의 준비까지 든든히 하고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을 돌리는 중이거나 다 돌리고 난 직후에 비가 오면 정말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중간에 다시 신문에 비닐 작업을 해야 하고 전투태세로 돌입할려면 그만큼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친구로 인해 아침마다 집 앞에 놓여 있는 신문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같은 자리에 놓여 있는 신문이 일상의 당연함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신문이 누군가의 손을 거쳐 그곳에 있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연들이 숨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해본다.

오늘 난 따뜻한 햇살의 고마움을, 그리고 내 집 앞에 조용히 신문을 두고 간 이에게 감사함을, 또한 나에게 이런 자그마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르쳐 준 친구에게 진한 우정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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