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느낀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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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느낀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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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의 피로를 털어 낼 요량으로 목욕탕에 갔다.
그런데 주인이 옷장 열쇠를 주는데 3번이었다. 우라질~! 어쩌면 내 인생과 똑같은 3번이란 말인가. 은근짝 씁쓸한 맘으로 그 열쇠를 받아들고 탕에 들어갔지만 기분은 내 인생과 똑같은 '3 번'이라는 생각에 내내 꿀꿀했다.

노이무공(勞而無功)처럼 사람을 힘들고 어렵고 지치게 하는 게 또 있을까. 튼튼한 가정과 화목한 가족, 그리고 안전한 경제력의 제고를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20여년... 하지만 그 길은 늘상 험상준령이었고 또한 첩첩산중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막 말로 '뭐 빠지게' 생업에 매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알찬 결실과 좋은 맺음은 커녕 배반과 불신의 세월만이 가득했다.

나는 불자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엔 마음이 하도 헛헛해서 기독교 방송을 자주 듣는다. 어제 그 종교방송을 듣노라니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 나왔다. 순간 나는 다시금 고소(苦笑)가 터지는 것이었다. 뭐? 내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구?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엔 마누라에게까지 마저도 그야말로 '똥 친 작대기' 취급을 받는 명실상부한 3류 인생이 바로 내 엄연한 현실이거늘...

그래서 솔직히 고백하건데 요즘엔 살맛이 하나도 안 난다. 고 정채봉 시인이 지은 글 중에 '일찍이 작고하신 어머니가 내 곁에 계신다면 다만 얼마라도 내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억울했던 부분을 일러바치고 싶다!' 는 구절을 읽으며 한참을 오열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요즘 바로 그런 기분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내 처지가 사고무친이다보니 그 누구에게라도 일러바치고 싶은 대상이 애시당초 없으니 나의 기분은 늘상 침잠의 바닥을 점철하는 것이다. 처절한 3류 인생의 질곡을 벗어나 내 천박한 주제에 1류는 언감생심이고 최소한 2류 인생으로라도 살아보자고 달려온 인생의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처럼 각고의 노력을 경주했어도 역시나 무변한 세월이었다. 고진감래 대신에 그러한 노이무공은 정말이지 사람을 극도로 지치고 힘들게 하는 것이다... 라는 천착을 최근에 다시금 구구절절 느낀다.

내 아이들만큼은 부디 나처럼 3류가 아닌 1류 인생으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은 철철 흘러 넘치는 목욕탕의 물 만큼이나 많고도 간절한 나의 절실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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