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치와 존엄성 되새기며 건강한 웰다잉 문화 확산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가운데 삶의 마지막 과정과 자기결정권을 미리 생각해보려는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전국적으로 352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경주시가 시민들과 삶과 죽음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는 웰다잉 문화 확산에 나섰다.
경주시는 지난달 27일 주민건강지원센터에서 시민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2회 경주 웰다잉 문화확산 한마당’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경주시보건소와 대한웰다잉협회 경주지회가 마련하고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죽음을 회피하거나 금기시하는 대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한 삶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행사장에서는 참가자들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는 버킷리스트와 유언장 작성 체험 등이 진행됐다. 사진 촬영 프로그램과 건강홍보관도 운영됐으며 연극과 강의를 통해 웰다잉의 의미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활동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도 맞닿아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다. 65세의 기대여명도 2023년 기준 21.5년으로 나타났다. 고령기가 길어지면서 노후의 건강과 소득뿐 아니라 생애 말기의 의료와 돌봄, 자기결정에 대한 논의도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확대되고 있다.
경주는 전국 평균보다 고령화 정도가 높은 지역이다. 경주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1월 기준 지역의 65세 이상 주민은 6만7501명으로 전체 인구 24만4589명의 27.6%를 차지했다. 시민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고령층인 셈이다. 시는 당시 노인복지 분야에 2536억원을 편성하는 등 고령인구 증가에 대응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연명의료결정제도 참여에서도 확인된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집계에 따르면 3일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누적 등록자는 352만7051명,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20만7165명이다. 실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이 이행된 누적 사례도 53만9439명에 이른다. 전국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817곳, 연명의료결정제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559곳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 향후 자신이 임종과정에 놓였을 경우에 대비해 연명의료와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미리 문서로 남기는 제도다.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을 직접 방문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등록해야 한다.
다만 웰다잉과 연명의료 중단은 같은 개념은 아니다. 웰다잉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건강과 돌봄, 인간관계, 유언과 장례, 삶의 의미 등을 폭넓게 생각하는 문화적·사회적 개념이고,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법적 장치 가운데 하나다.
정부 차원에서도 웰다잉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웰다잉 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열고 연명의료결정제도와 장례문화, 자기결정권 등을 논의했다. 당시 정부도 고령화와 사망자 증가에 대비해 존엄한 생애 마무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주시는 지역 차원의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 왔다. 경주시의회에서는 2023년 ‘경주시 웰다잉 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안’이 발의돼 관련 교육과 문화 조성을 위한 제도적 논의가 진행됐다. 이후 시 보건소는 웰다잉 관련 전문인력 양성과 교육·홍보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역 민간단체의 활동도 병행되고 있다. 대한웰다잉협회 경주지회는 30여 명의 회원을 중심으로 경로당과 복지관, 도서관 등을 찾아 주민 대상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고령자만을 대상으로 죽음을 준비하도록 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자신의 삶과 가족의 돌봄, 생애 마지막 선택을 미리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빠른 지역에서는 가족 구성의 변화와 독거노인 증가, 의료·돌봄 수요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생애 말기의 의사를 가족이나 의료진과 미리 공유하는 문화가 갈등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장세용 경주시보건소장은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의 가치와 존엄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웰다잉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과 홍보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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