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밀도·보존 가치·선단지 여부 고려한 ‘선택과 집중’ 맞춤형 복합방제 추진

포항지역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산림청과 포항시가 기북면을 중심으로 항공방제와 드론방제, 예방나무주사를 병행하는 집중 대응에 나섰다. 올해 5월 기준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이 177만 그루에 달하는 상황에서 포항 역시 주요 피해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어, 단순 고사목 제거를 넘어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의 추가 확산을 차단하는 ‘선단지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은식 산림청장과 박용선 포항시장은 13일 새벽 기북면 탑정리 일대 유인항공방제 현장을 찾아 방제 상황과 효과를 점검했다.
현장에는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지방산림청, 경북도, 포항시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해 매개충 방제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기관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포항시는 지난 6월 지역방제협의회를 열어 항공방제 계획을 마련한 뒤 6월 17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기북면 탑정리 일대 소나무림 80㏊를 대상으로 세 차례 유인 헬기 약제 살포를 실시했다.
항공방제의 목적은 소나무재선충병을 직접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등 매개충 밀도를 낮춰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데 있다. 산림청도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수단으로 항공·지상 약제방제와 매개충 유인 트랩, 예방나무주사 등을 병행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한번 감염되면 치료가 쉽지 않고 고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산림병해충이라는 점에서 초기 확산 차단이 중요하다. 특히 감염목에서 빠져나온 매개충이 주변 건강한 소나무로 이동하면 피해지역이 빠르게 넓어질 수 있어 고사목 제거와 매개충 방제, 예방나무주사를 동시에 적용하는 복합방제가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전국적으로도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소나무재선충병은 전국 166개 시·군·구에서 발생했으며 피해목은 177만 그루로 집계됐다. 경북에서는 구미와 칠곡, 포항 등이 주요 피해지역에 포함돼 있다. 산림청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가방제전략을 새로 마련해 피해 밀도와 확산 위험에 따라 지역별 맞춤형 방제를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가 이번에 기북면을 집중 관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기북면은 피해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지역으로, 재선충병 확산의 최전선에 해당하는 ‘선단지’로 관리되고 있다. 포항시는 이 지역에서 확산을 막지 못할 경우 인접한 죽장면과 송이 생산지역 등으로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방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선단지는 재선충병 피해가 심한 지역과 아직 피해가 적거나 발생하지 않은 산림 사이의 경계지역이다. 이곳의 고사목과 매개충을 우선적으로 관리하면 새로운 지역으로 병이 확산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어 방제전략에서 중요성이 크다.
산림청 역시 올해 방제협의회 등을 통해 시·군 경계를 넘어서는 확산을 막기 위해 지방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방제전략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인접 지역 간 방제 시기나 방법이 다르면 매개충 이동으로 방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포항시는 2023년 유인항공방제를 중단한 이후 매개충 확산과 대면적 피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 다시 유인 헬기를 활용한 방제를 도입했다.
다만 항공방제만으로 재선충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매개충 방제 효과가 있는 기간과 범위가 한정돼 있고 이미 감염된 나무는 별도로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피해 정도와 산림의 보존가치, 선단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항공방제와 드론방제, 예방나무주사, 고사목 제거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마을숲이나 지역을 대표하는 소나무림은 상시 예찰과 예방나무주사, 약제살포를 우선 적용하고 있다. 민가와 도로 주변에서 고사하면서 쓰러질 가능성이 있는 나무는 재해위험목으로 분류해 시민 안전 차원에서 우선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산림병해충 대응이 단순 산림보호 문제를 넘어 지역경제와 생활안전 문제로 연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항 북부 산림지역에는 송이 생산지와 마을숲 등이 분포해 있어 소나무림 피해가 확대될 경우 임산물 생산과 산촌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산림청은 재선충병 피해가 커진 지역에서는 목재 손실뿐 아니라 산림경관 훼손과 임산물 생산기반 약화, 방제비 증가 등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방제전략에서도 피해가 심한 모든 지역을 동일하게 관리하기보다 청정지역과 선단지, 중요 소나무림 등을 우선 보호하는 방식으로 방제 우선순위를 세우고 있다.
효과적인 방제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은 2014년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이 54만 그루까지 증가했지만 집중 방제 이후 2025년에는 2만7천 그루 수준까지 줄었다. 장기간 일관된 예찰과 고사목 제거, 예방방제를 병행하면 피해 밀도를 낮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용선 시장은 포항의 현재 피해 상황에 대해 “확산 속도가 방제 속도를 앞지르고 있는 극심한 상황”이라며 피해가 적은 지역과 보존가치가 높은 산림을 중심으로 방제수단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공방제 현장 점검을 마친 관계자들은 기계면 서숲으로 이동해 드론방제와 예방나무주사 현장도 살폈다. 기계면은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한 지역이지만 보존 가치가 높은 소나무림을 우선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예방 중심 방제를 병행하고 있다.
향후 포항의 소나무재선충병 대응 성과를 평가하려면 단순히 항공방제 면적이나 약제 살포 횟수만 볼 것이 아니라 피해목 증가율과 신규 발생지역 수, 선단지 이동 여부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북면 80㏊ 항공방제 이후 매개충 밀도가 실제로 얼마나 감소했는지, 죽장면과 인접지역에서 신규 감염목 증가세가 둔화됐는지를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사업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전국 피해목이 177만 그루에 이르는 상황에서 포항의 과제는 이미 감염된 나무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북·죽장 지역과 주요 송이산지, 생활권 소나무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켜내느냐가 향후 재선충병 피해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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