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군사관학교 문제, 여야 정쟁 아닌 국가안보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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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군사관학교 문제, 여야 정쟁 아닌 국가안보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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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통합 취지와 해군 전문교육 분리해 검토해야
진해 해양교육 기반 살린 미래전 교육거점 구축 필요
충분한 공론화로 국가안보와 지역발전 해법 찾아야
해당 이미지는 AI를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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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운/이미애 보도국 국장] 현재 경남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해군사관학교의 진해 존치와 충분한 의견 수렴을 요구하고 있다. 경상남도의회도 여야 의원들이 뜻을 모아 사관학교 통합·이전 반대 결의안을 의결했다. 지역의 역사와 미래가 걸린 현안에 정치권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대한민국 장교 양성체계와 국가안보의 미래가 걸린 이번 사안을 여야 정쟁이나 지역 간 유치 경쟁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정쟁보다 국가안보가 먼저다.

정부는 대전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설립하고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교육체계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진해지역에서는 해군사관학교 이전이 해군의 역사와 정체성을 훼손하고 지역의 미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진해에 남기느냐, 대전으로 옮기느냐’는 이분법으로만 접근하면 국방교육 개편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오늘날 전쟁은 육·해·공군이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인공지능과 드론, 우주·사이버전, 무인체계가 결합하면서 군종 간 경계를 넘어선 합동작전 능력이 군사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장교를 양성하는 교육체계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춰 혁신할 필요가 있다. 육·해·공군 생도들이 초기 단계부터 서로의 임무와 작전체계를 이해하고 군사학·리더십·AI·사이버·국가안보 등 공통 분야를 함께 교육받는다면 합동작전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복된 교육시설과 행정체계를 효율화하고 절감한 자원을 미래전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통합교육의 장점이다. 따라서 사관학교 교육체계의 통합이라는 발상 자체를 무조건 거부할 일은 아니다.

다만 통합교육과 해군사관학교의 물리적 이전을 반드시 하나로 묶어 추진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해군은 바다에서 싸우는 군이다. 함정 운용과 항해, 전투수영, 연안·해양훈련 등 해군 장교에게 필요한 전문교육은 실제 해양환경과 분리하기 어렵다. 진해가 오랜 세월 해군 인재 양성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것도 함대와 항만, 교육·훈련시설을 아우르는 해양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반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생도와 교수진, 핵심 교육기능을 내륙으로 옮긴다면 교육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현실적인 해법은 공통교육의 통합과 군종별 전문교육의 특성화를 병행하는 것이다. 통합 사관학교 체계에서 군사학과 리더십, AI·사이버, 합동작전 등 공통교육을 실시하되 해군 생도들은 일정 단계부터 진해의 해양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함정·항해·해양작전 전문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핵심은 학교 건물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 아니라 미래전에서 가장 강한 장교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혁신하는 데 있어야 한다.

정부도 진해지역의 반발을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진해에는 80년 가까이 이어진 해군의 역사와 전통뿐 아니라 국가가 오랜 기간 투자해 구축한 교육·훈련 자산이 축적돼 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채 새로운 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과연 국가재정과 국방 효율성 측면에서 타당한지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통합에 따른 교육 효과와 이전 비용, 안보상 장단점,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

진해지역 역시 ‘무조건 존치’라는 구호에 머물러서는 설득력을 넓히기 어렵다. 해군사관학교의 독립적인 법적 지위와 핵심 교육기능을 지키는 동시에 진해를 미래 해양안보 교육과 연구의 중심지로 발전시킬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해양안보와 무인수상정, 잠수함, 해양 AI, 국방과학 분야를 특화하고 관련 기업·연구기관·대학과 연계한다면 진해는 기존 사관학교의 존치를 넘어 대한민국 미래 해양전력을 이끄는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정부는 결론을 정해 놓고 형식적인 의견 수렴에 나서서는 안 된다. 군사·교육 전문가와 현역·예비역 장교, 사관학교 구성원,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에서 한 차례 공청회를 여는 데 그치지 말고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진해에서도 별도의 공청회를 개최해 지역 주민과 해군교육 전문가에게 공식적인 발언과 검증의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에는 지역도 정파도 없어야 한다. 국방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해군의 전문성과 진해가 보유한 해양교육 인프라를 함께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통합의 장점은 받아들이고 이전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육·해·공군이 함께 배우는 공통교육과 진해의 해양 전문교육이 공존할 수 있다면 정쟁과 지역 갈등을 넘어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군사관학교 문제는 ‘진해냐 대전이냐’의 싸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어떤 미래 군을 만들 것인지, 미래 해군 장교를 어디에서 어떻게 양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사관학교 통합을 국방개혁의 기회로 만들되 해군의 전문성과 진해의 역사적·전략적 가치를 희생하는 개혁이어서는 안 된다. 국가안보와 지역발전을 함께 지키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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