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 이미애 보도국 국장]국민연금의 투자 원칙과 의사결정 과정을 전면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포함된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에 투자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해외주식 투자 성패를 넘어 국민연금의 투자 심사와 위험관리 체계 전반을 되짚어봐야 할 사안이다.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 이른바 CMC 명단은 중국 인민해방군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을 미국 국방수권법에 따라 지정하는 제도다. 미국 정부의 판단이 우리나라의 투자 결정을 곧바로 구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 수준의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이라면 해당 기업이 지닌 국가안보와 공급망, 제재 가능성, 평판 위험을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 국민연금은 일반 금융회사의 투자금이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노후와 직결된 공적 자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기업이 CMC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국민연금이 투자 전에 인지했는지, 투자 결정 당시 어떤 심사와 검토가 이뤄졌는지, 국가안보와 대중국 투자 위험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렸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의사결정 구조가 적절하게 작동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수익률 전망만을 앞세워 투자했다면 공적 연기금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과 위험관리 원칙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문제는 투자 대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4%에서 14.9%로 확대하고 해외주식 목표 비중을 38.9%에서 37.2%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같은 포트폴리오 재검토 과정의 회의록은 투자전략 노출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장기간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기금운용 전략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면 시장이 이를 역이용하거나 운용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일정 기간 회의록을 비공개하는 제도 자체를 무조건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공개가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까지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왜 지금 국민연금의 투자 방향을 바꾸는지, 그 판단의 기준은 무엇인지, 국민의 노후자금이 어떤 원칙에 따라 해외 기업에 투자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안보와 제재 위험은 어떻게 걸러지고 있으며, 국민 생활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의사결정 내용을 오랫동안 확인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묻고 있다. 정부와 국민연금은 이 질문에 추상적인 원칙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들어 답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정권의 재정수단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자수단도 아니다. 수백만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기금인 만큼 수익성과 안정성은 물론 투명성과 독립성, 책임성을 최고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국가안보와 공급망 위험에 맞닿아 있는 해외투자라면 일반적인 수익성 검토를 넘어 더욱 엄격한 판단 기준과 사전 검증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
국회도 이번 논란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경위와 사전 검토 여부, 기금운용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 외부 압력이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비롯한 국회 차원의 검증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위법이나 외압 또는 부당한 의사결정이 드러날 경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해외투자 대상 기업의 안보·제재 위험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도록 심사 기준과 감시체계를 보완하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것이다.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지만, 이를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비공개가 필요한 투자정보와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할 판단 기준을 명확히 구분하고,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기금답게 더욱 투명하고 엄격한 원칙으로 운용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투자 결정과 의사결정 구조를 이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검증해야 한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