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정구역 통합 졸속추진을 경계한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정부 행정구역 통합 졸속추진을 경계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적 지역감정은 중앙집권적 자원배분의 편파성으로 인한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의 지난 6일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행정구역 통합과 관련한 추궁이 잇따랐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율통합 방식이 사실상 강제통합의 의미가 짙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자율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어쩌면 밀어붙이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당 지자체간 진지한 논의와 협상이 필요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부작용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지방행정체제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도를 폐지해서 자치계층을 단순화하고 시.군을 통합하여 70개 전후의 ‘통합광역시’로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17대 국회에서 논의하였으나 저항에 부딪혀 실패한 정책이다. 18대 국회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다시 제안하고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이를 받는 형식을 취하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세균대표가 회동한 자리에서 지방행정체제개편을 초당적인 추진과제의 하나로 선정하였다.

이명박정부는 지방행정체제개편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여 이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도로.교통.통신의 발달과 인터넷의 보급 등으로 그동안의 시간적, 지리적, 공간적 개념이 크게 변화되었으므로 ‘100년’이나 된 행정구역은 개편되어야 한다고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 생활구역과 행정구역이 일치하지 않아 주민의 불편이 있는 곳에서는 부분적인 경계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래되었기 때문에 바꾸어야 된다는 논리는 지방행정구역과 지방자치의 원리를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역은 단순이 생명이 없는 땅덩어리가 아니다. 지방의 행정구역은 그 위에 사는 주민공동체의 범위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주민공동체는 땅위에 선을 그어놓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함께하면서 경험과 고락을 함께하면서 생긴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인 유기체이다.

단지 지역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행정의 편의를 위해 함부로 허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는 그 지역에 사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데 근본적인 목적이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 지역공동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도는 995년 고려성종 때 도입된 이래 조선태종에 이르러 오늘날 지방체제의 기초가 되는 8도제로 정착한다. 1895년 갑오개혁의 일환으로 도를 폐지하고 소지역주의를 채택하여 23부제를 채택한 적이 있었으나 다음 해인 1896년에 다시 도제도로 복귀한다.

지역이 큰 지역을 남북으로 분할하여 13도 제도를 채택하여 지금까지 큰 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일본식민지하에서도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애초에 생활권을 구분하는 산맥과 강을 기준으로 도의 경계를 정하였기 때문에 도의 행정구역은 지난 지금에도 대체로 생활구역과 일치한다.

1,000년이나 축적되어 온 도공동체를 해체시키고 분할하여 ‘통합광역시’를 만들려고 한다. 지역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도를 폐지한다는 발상이다. 이는 지방자치의 근본을 경시하는 것이다. 지역감정이야말로 지방자치의 원동력이다.

자기 지역을 다른 지역보다 더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어서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지역감정이야말로 향토애의 출발점이고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성장의 동력이 된다. 지역감정이 없이는 애국심도 없다. 우리가 없애고자 하는 정치적 지역감정은 중앙집권적 자원배분의 편파성으로 인한 것이다. 그 지역의 운명을 그 지역주민이 스스로 결정하는 지방분권을 강화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지역감정은 다른 지역과 경쟁을 끌고 가는 힘의 원천이 된다.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를 구성하는 근간이 된다. 그러기에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많은 국가에서 헌법에서 직접 이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서는 이를 명문으로 보장하지는 않고 있지만 국가의 근본에 해당하고 1,000년을 넘게 유지되어온 중요한 제도라면 이미 실정법의 유무를 떠나 헌법적인 보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노무현정부의 수도이전을 관습헌법위반이라고 했던 논리는 지방행정단위인 도에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도를 해체하고 이를 여러 개로 분할하거나 폐지하는 경우에 행정단위가 너무 왜소하게 되어 지역경제나 산업과 같은 큰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며 효율이 현저하게 뒤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수개의 시?군을 포괄하는 통합광역시를 설치하여 시?군의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에 주민 가까이서 일상생활수요를 충족하는 기초자치는 실종되고 주민의 불편은 커진다. 주민편익을 높이고 동시에 지역경제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는 분할하여 무력화할 것이 아니라 광역시와 통합하여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시.군의 행정구역은 생활구역과 행정구역의 불일치로 인한 주민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