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마저 깨지 못하게 하는 2003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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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마저 깨지 못하게 하는 2003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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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그쳐보라고 비를 원망하고 한탄하며 새벽녘에

후두둑 후두둑
밤새 비가 내린다 환할 때도 내렸다
누구 눈물 말리지 못해
이리 슬피 우는가 누가 울렸는가

그래 구슬프다 내리는 모습
처량하다
하염없이
쏟아라 또, 한사코 흘려라 쉬지 않고 짖어라

눈은 이리 내리지 않았다 작년에도
그대 무에 그리 한이 많아
독기를 품었는가

풀무치 여치 메뚜기 어찌 살라고
고추 나락 무 배추 숨을 곳 어딨다고
퍼붓는 바가지 깨질 법도 하련만
목놓고 정신 놓으면 혼절한다 비야
말릴 손대 아무래도 없다 누가 말리나

쉴새없이 나려 앉아
밭작물 논농사 다 망가뜨려라
너른 바닷물 다 끌어올려 날품팔이 가장
어깨 짓눌러라
형네 영희네 처갓집 가봤자 먹을 것 너무 없더라
내 서러워 다시 가지 않으리

바닷물 준들 그칠 맘 없겠지만
생각 좀 해보아라 이젠 해가 그립다
이젠 맑은 하늘 보고싶다

네 아무리 마구 퍼부어도 이리는 못하지
어쩐다냐
어쩐다냐 비야!
눈물겹다 그칠 줄 모르는 비야

비야 비야 사람살이 시원찮다
너마저 왜 이런다니? 비야
간절하다. 이제 그만 멈추려무나

후두둑 한 번만 내려 늦가을 곡식을 쓰다듬고
그만 자리 털고
일어나거라 비야
풀마저 이른 새벽 깰 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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