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한가한 시간에 그 노래가 나오면 나는 눈을 감고 그 노래가 이끄는 마법으로 가득찬 세상으로 따라가 보기도 했다. 그러면 정말 용과 마법사와 커다란 성이 나오는 시절에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용맹을 떨쳐 곤경에 처한 공주를 구출해 내는 용사중의 용사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런 백일몽은 오래갈 수 없었다. 끊임없이 현실이 나를 불러내었고, 나는 마법의 세계를 잠시 중단시켜 놓고 다시 현실에서 내가 해야 할 무엇을 위해 뛰어다녀야만 했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결코 그 노래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잊은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나는 그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달콤한 꿈결 속으로 잠겨드는 것 같았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는가.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또한 꿈꾸는 사람이 되자”고. 그래서 나는 진정한 꿈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물론 마법의 꿈은 내가 진정 꿈꾸는 그 꿈은 아니었다. 진정한 리얼리스트는 꿈도 현실적으로 꾸어야 했다. 그런 유아기적 퇴행에 깊이 빠져들어서 진정한 꿈을 잃어버려선 안 되었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나 자신에게 반항한다. 나를 규제하는 엄격한 나의 검열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는 나를 매어놓는 지겨운 세상에서 벗어나, 그저 가끔씩 신화와 전설이 장난치고 유희하는 세상에 잠시 머물고 싶을 뿐이다. 자신에게 그 정도 일탈을 허용하는 것이야 무어 그리 나쁘겠는가. 나는 그런 변명으로 나의 꿈에 빠져든다.
한 꿈속에는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에 있는 하얀 이층집이 나온다. 빨간 조끼를 입고 빵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나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끓인다. 끝없이 흐르는 시간에 내가 만든 제일 고소한 커피 향이 흘러간다. 현실에서는 내가 피우지 못하는 담배를 멋있게 피워 물고, 흔들의자에서 묻혀 책을 읽으며 세월을 낚고 있는 내가 보인다.
또 다른 꿈속에서 나는 험한 산을 오르는 소년이 되기도 한다. 제법 큰 산에 올라간 후, 그 산의 정상에서 온몸에 흥건하게 젖은 땀을 말리며 나는 숨을 고른다. 저 아래로 까마득히 내가 걸오 올라온 수많은 길들이 굽이쳐 보인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돌려 다음에 오를 더 높은 산을 쳐다본다. 그리고 숨을 고르고 다시 그 곳을 향해 걸어간다.
어떤 꿈에서 나는 라틴의 정글을 누비는 용감한 게릴라 전사가 된다. 긴 머리에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나는 강인한 팔뚝과 강철 같은 의지로 총탄도 무서워하지 않는 멋있는 전사가 되어있다. 마침내 그들 라틴인 들의 가슴에 기쁨이 강물처럼 넘칠 때, 내 눈에도 눈물이 흐르는 감동을 맛보며 꿈에서 깨어나기도 한다.
때로 나는 피터 팬처럼 자유로이 하늘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영원히 늙지도 않고 영원히 어른스러워지지도 않는 존재가 된다. 어린시절에도 그렇게 해보지 못했던 철부지 악동이 되어 끊임없이 짓궂은 장난을 친다. 한없이 장난스럽고, 한없이 철없는 존재로 끊임없이 낄낄거리며 다니는 바람같이 자유로운 존재로 지내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나에겐 다양한 꿈들이 존재해왔다. 그러한 꿈들은 다행히 나를 퇴행시키고 세상에서 나를 빨아들이는 나 자신의 감옥은 아니었다. 나에게 다시 세상을 달려 나갈 힘을 길러주고, 지친 내가 쉬어갈 마지막 휴식처였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깊은 곳에 숨겨진 나만의 비밀의 정원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안식처가 필요하다. 인생이란 길고 지루한 여정이다. 그 긴 여행의 도중에는 많은 늪과 함정과 무서운 동물들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나와 같이 자신의 내면에 쉼터를 만들 수도 있고,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버팀목이 되어줄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날에 편히 쉴 곳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고통의 생활 중에 그려오던 영원한 약속의 땅. 그곳이 있기에 하루의 삶도 힘들지 않을 수 있다. 하루의 삶이 힘들수록 그곳은 더욱 소중한 것이 될 것이다. 오늘 하루 또 하루. 그리고 내일 또 내일. 그리고 언젠가 힘든 여행이 마치는 날 우리들은 그곳으로 갈 것이다.
아이들이 사자들과 뛰놀고 독사 굴에 어린이가 손을 넣는 사랑과 평화의 나라. 고통과 슬픔이 없고 꿈같은 평화와 정의가 강물과 같이 흐르는 그 영원한 나라. 바로 그 나라가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이 불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버티고 서서 힘든 발걸음을 한 발짝 더 떼놓을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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