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도 않는 것이 삼라만상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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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도 않는 것이 삼라만상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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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11>최하림 '바람과 아이'

 
   
  산수국
ⓒ 우리꽃 자생화
 
 

바람이 맨발로 좁다란 마당을 간다
햇볕 고단한 마당을 바람이 풀 속이듯이 간다
배춧잎 듬성듬성한 남새밭으로 길을 내어
가다 말고 바람은 문득 걸음을 멈춘다
한 아이가 마당에서 오줌을 누고 있다
오줌 줄기가 분수처럼 하얗게 솟아오르고 있다
'하'하고 바람은 소리나다 말고 걸음을 돌린다
바람의 걸음은 바쁘다
아이의 머리칼도 바쁘게 바람처럼 달려간다

노자는 물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도 삼라만상을 키워내고,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제 모습 그대로 담아낸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물은 담기는 곳에 따라 제 각각 그 형태로 변하고, 주어진 색깔에 따라 그 색깔을 있는 그대로 담아냅니다. 또한 물이 없는 곳에서는 어떠한 생명도 자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바람은 무엇일까요? 바람은 보이지도 않는 것이 삼라만상을 마구 흔들어 댑니다. 바람도 물처럼 색깔도, 형태도 없습니다. 단지 바람이 닿는 곳, 그 흔들리는 모습 그 자체가 바람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들 귀에 들리는 바람소리 또한 그 바람이 닿은 사물이 내는 소리인지도 모릅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바람이 맨발로 좁다란 마당", 햇볕조차 고단하게 보이는 그 마당을 지나가는데, "풀 속이듯이 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람은 "배춧잎 듬성듬성한 남새밭으로 길을 내어" 마구 달려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고 말합니다. 왜냐구요? 그 마당에서 어떤 아이 하나가 "오줌을 누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가 누는 "오줌 줄기가 분수처럼 하얗게" 허공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때 바람은 "'하'하고" 소리를 내다 말고 다른 곳으로 "걸음을 돌"립니다.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바람의 걸음은 바쁘"기만 합니다. 바람은 한시도 제자리에 머물러 서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때 "아이의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립니다. 그와 동시에 "아이의 머리칼도 바쁘게 바람처럼 달려"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의 머리칼도 바람이 달려가는 곳으로 휘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바람이 닿는 곳에 있는 삼라만상이 모두 바람처럼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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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순 2003-08-25 16:19:29
보이지도 않는 것이
좁다란 마당을 가기도 하고
배추밭에서
배춧잎을 흔들기도 하고
남새밭에서
숨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아이의 머리카락을 흔들기도 하며........................
큰 것과
작은 것을 포함하여
삼라만상을 흔드는 이야기를
잘 읽었습니다.
......
뜬 채로 감은 듯이 사는 우리네 일상을
이 한 편의 글로 하여
눈 뜨게 해 주는 듯 합니다.
........
앞으로도
많은 글을 읽게 해 주시고
감은 듯이 뜬 눈을
활짝 열리게 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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