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나 비즈니스의 협상은 통상적으로 “주고받기” 협상의 과정을 통해 어떤 결론을 맺고, 그에 따라 상호 호혜적 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만일 한 국가의 일방적인 강요나 요구에 의한 타결은 상대가 아무리 힘이 없다고 해도 그 결과의 진행은 순조롭지 못하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최근 외교 관계를 보면, 한국의 입장이 무엇이든 일본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대한 외교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과거 일제 강점기 시대를 통해 엄청난 고통을 받은 한국인들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선진 일본의 아량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일본은 경제 동물(economic animal)이라는 비아냥을 받아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인들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로 이미 윤석열-기시다 회담은 11월 26일까지 7번이나 만나는 등 이른바 두 정상의 브로맨스(bromance)가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한국 고등법원의 옛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sex slavery, 이른바 위안부-comfort women)에 대한 재판에서 일본의 책임을 묻고, 일본은 피해자들에게 2억 원의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한국 고등법원의 판결이 무모하다며 한국을 질타하기에 여념이 없다. 일본 국익을 위한 일본 언론들의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수 있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반응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일본 언론들은 “갈등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한일 양국은 신뢰 구축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맞는 주문이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일본의 무조건적인 양보를 이야기하는 것은 ‘일방적, 강압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서울고등법원이 전(前) 성노예 피해 여성들에게 배상을 일본 정부에 명령하는 판결을 내놨다. 국가에는 타국의 재판권이 미치지 않는 국제법상의 원칙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나미이치 사설은 주장했다.
서울고법은 “법원이 있는 나라에 있어서의 ‘국민에 대한 불법행위’에는 ‘주권면제’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사설은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주권면제 예외로 인정하는 것은 고문과 제노사이드(대량학살)로 한정된다. 인도에 반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서울고법의 판단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소송에 응하지 않고 판결은 이대로 확정할 전망이다. 다만 일본 정부의 재외자산은 비엔나 조약 등으로 보호되기 때문에 압류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2년 전 1심 판결은 주권면제를 인정하고 호소를 각하함과 동시에 2015년 위안부 합의에 근거한 사업을 짓밟은 판단을 보였다고 한국 고법의 판결을 비판했다.
일본이 책임을 인정하고, 자금을 기부하고, 한국이 설립한 재단을 통해 전(前) 위안부(성노예)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을 도모한 사업이며, 존명이었던 전 위안부의 70% 이상이 받아들였다는 논리를 내세워 한국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이러한 주장은 가해자인 일본의 책임을 뒤로 한 채 피해자 중심의 재판을 애써 무시하는 행태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 정부의 일처리 방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은 꼬투리를 잡아 피해국인 한국을 가해국 일본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한국인들의 감정을 들쑤기에 충분하다. 일부 한국인들 중에는 일본의 처사에 동조하는 측면도 있으나 극히 일부분이다.
국가 간 합의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 재단은 한국 문재인 전 정권에 의해 해산되었지만, 일본이 기여한 자금은 남아 있다. 합의의 정신을 살리는 활용법을 양국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마이니치 사설은 주문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사설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한 청구권의 문제는 1965년 국교 정상화시에 해결이 끝났다. 하지만 한국 사법이 거기에 반하는 판단을 잇따라 내놓은 것으로 양국 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기까지 악화되고 있었다“면서 ”흐름을 바꾼 것은 윤석열 정권이 올 3월 (일본에 의한) 강제 징용공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며, 윤 정권의 조치를 환영했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는 그러한 해법에 다수는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안부 등 역사에 관련된 문제는 국민감정을 자극하기 쉽다. 갈등의 재연을 피하기 위한 협력이 양국의 정치 지도자에게 요구되고 있지만,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 기시다 정권의 너무나 일방적인 강요는 한국인들의 대일(對日)감정을 부정적인 흐름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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