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나이를 맞이한 이 땅의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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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나이를 맞이한 이 땅의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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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아버지 저 이제 쉰 넷 밖에 안됐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큰 아주버님은 담도암 판정을 받았다.

쉰 셋, 아직 할 일도 많고 누려야 할 일도 많은 나이, 맞다. 한창 때인 나이다.

그 분은 근 10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췌장과 간 일부까지 번져있는 암덩어리를 떼어내고 기적처럼 일년을 버티고 계신다.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며 자식 셋을 키우며 살기란 얼마나 힘든가를 아주버님은 몸으로 보여주시는 듯 하다.

나의 아버지.

올해 쉰 여덟, 당신도 큰딸도 일찍 결혼한 덕에 손주까지 보셨지만, 그래도 아직 한창인 나이다. 며칠 전 오른 팔과 다리로 마비가 와 병원에 입원하셨다. 병명은 뇌경색. 뇌 일부분의 혈액순환이 완전히 차단되어 뇌의 일부분이 죽는 것으로, 뇌경색 부위는 그 기능을 되살릴 수 없으며, 따라서 뇌경색에 의한 장애는 영구적으로 남게 된다.

한번 손상되면 회복은 불가하고 평생 재활과 치료로 더 이상의 장애가 없도록 해야하는 무서운 병이다. 그래도 놀라운 재활의지로 일주일만에 걸으셨다. 두 달이 걸려야 간신히 걸을 수 있다던 의사의 말도 무색하게 아버지는 그렇게 일어나셨다.

보습학원을 운영하시던 학원 원장선생님인 아버지는, 그러나 예전처럼 아이들을 가르치시긴 힘들 것이다.

이들을 보며 저무는 나이를 맞는 남자들의 삶을 생각한다. 평생을 직장과 생계에 묶여 자신을 위한 질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아버지들. 이제 간신히, 빠르게 질주하기만 했던 기차에서 내려 주위 풍경을 감상할 여유가 생길 즈음이 아닌가. 사느라 바빠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한 잘못치고는 너무나 살벌한 대가란 생각이 든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예 있으매 두려워 나는 가노란 말도 못 다 이르고 가는가"라는 제망매가의 일부가 자꾸 떠오르는 요즘이다.

"하나님 아버지 이제 저 쉰 넷 밖에 안됐습니다" 라며 고통으로 울부짖었다던 아주버님. 한 쪽 발을 질질 끌며 간신히 걸으면서 "그래도 이렇게 일어서니 살 희망이 보인다"던 아버지.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희망과 여유가 생기기를, 그런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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