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오숙희님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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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오숙희님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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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문화 탐방

^^^▲ 오숙희님
ⓒ 박소영 기자^^^
지난 주말(19일) 저녁 7시, 경기 과천시 부림문화의집. 주부의 외출이 도저히 불가능할 시간이죠. 하지만 강당은 넘쳐났습니다. 물론 남편과 자식들의 연이은 주문을 들어줘야 하는 '가정부'로서의 책무를 도저히 피할 길 없는 시간대여서 되돌아가는 주부들도 있었지요.

이제 오숙희님이 강의, 아니 수다를 위해 무대에 오릅니다. 귀여운 모자, 긴 스카프, 그리고 맨발이 드러나는 검정 샌들. 방송을 통해 보았던 이미지와 사뭇 다르네요. 무엇보다 예쁩니다. 제일 앞줄에 앉은 덕에 그녀의 얼굴을 확실히 감상하고 있습니다.

얼굴은 오목조목하고 피부는 아주 고와요. 우리나라 여자들은 외모에 대한 대화가 대부분이라는 그녀의 말대로 저도 별수 없나 봅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그녀의 매력은 자칭 '수다'에서 찾아집니다. 그녀의 말은 통째로 가슴에 와 닿네요.

자기 주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자신이 보이는, 남편과 자식을 떼어놓고는 온전한 자신을 바라본 적이 없는 아줌마들, 그네들의 위악적(僞惡的)인 삶에 대한 성토는 '삼십대가 되면 학력이 모두 같아진다'는 우스개로 마무리됩니다.

이제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한 토막. 그녀는 평생 말없이 살아오신 어머니를 위해 굿을 벌였다고 합니다. '굿은 현대 여성의 퍼포먼스'라는 게 오숙희님의 생각이죠. 하루 종일 굿을 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어머니는 말문이 트이고 오래오래 우셨다고 합니다.

지난 세월 우리 어머니들의 고된 삶을 말해주는 것일 테지요. 한평생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했던 우리 어머니들은 이제 '노인'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다른 세대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노인 말예요.

하지만 오숙희님은 노인을 '자생적 여성운동가'로 여깁니다. 죽음이 목전에 와 있다 생각하면 여태껏 해보지 못한 일들을 반드시 해내고 싶어하는 점을 읽어낸 것이죠.

^^^▲ 강의에 빠져드는 주부들
ⓒ 박소영 기자^^^

어느새 강의는 약속 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무리들을 위해 자연스럽게 뒤풀이가 마련됐죠. 밤 10시가 다 돼 가는 시간. '밤을 지새자'는 건의에 과연 몇 명이나 남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남았어요.

저도 남아야겠다 싶어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다섯 살배기 아들녀석과 남편도 바깥바람을 쐬고 있나 봅니다. 다시 뒤풀이 자리로 들어서려는 순간, 아들녀석이 찾아왔지 뭐예요!

결국 뒤풀이는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10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저녁밥을 안 먹었다는 현실 앞에 속수무책이었죠. 저는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쌀을 씻어 밥을 하고, 아들녀석 목욕을 시켰지요. 이게 주부 생활이려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이 두터운 벽을 언제나 허물 수 있을까요? 이제 오숙희님의 '수다'를 통해 얻은 의지와 용기를 잘 활용해 보려고 마음먹습니다.

^^^▲ 더욱 진지한 강의 뒤풀이 모습
ⓒ 박소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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