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건의안은 국회를 통과해도 강제성은 없다.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29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재석 의원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단독으로 가결 처리했다.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은 헌법 제63조에 명시된 국회 권한으로 재적 의원 3분의 1(100명) 이상 발의와 과반(150명) 찬성으로 의결된다. 민주당이 169석을 갖고 있어 단독 의결이 가능한 상태였다.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이고, 박근혜 정부 때 2016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다음으로 7번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의사진행발언 후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의당은 이번 순방 외교가 참사로 귀결된 본질적 이유는 ‘비속어 파문’이며, 대통령 본인의 잘못이고, 대통령이 국민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표결에 불참했다.
송 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오늘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법과 관례를 모두 더럽히는 것"이라며,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 누구도 오늘의 본회의에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이 상정되는 것을 합의하지 않았다"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실시하던 중에 여야 합의 없는 쟁점 안건을 처리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송 부대표는 "대한민국 국회는 다수당의 의회 폭거를 막고 협치 정신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하기 위해 협의로 의사일정을 변경해왔음에도 오늘 민주당은 힘의 논리로만 의사일정을 변경해 국회법을 악용하고 협치는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협치 파괴 의회 폭거의 공범이 되시겠냐"며 "연설 직후 정회를 한 것은 협치를 위한 것이 아닌 의회폭거를 자행할 명분 쌓기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부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한 내용을 언급하며 "부당한 안건이 부당하게 처리되는 것에 동참하시면 안된다"며, "정치인은 주권자의 대리인이고, 국민이 맡긴 권력은 오직 국민만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며 "국민이 맡긴 권력을 정쟁과 정권 초치기에 이용하지 마시고 오직 국민만을 위해 사용하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참배 취소, 한·일 정상회담 ‘굴욕 외교’, 한·미 정상 ‘48초 회동’ 및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등을 들며 '외교참사'의 책임이 있다고 해임건의 사유를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막판까지 여야의 의사일정 합의를 유도했지만 실패했다. 김 의장은 오후 3시 본회의를 열려다 박 장관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방한 일정을 수행 중이라는 여당 반발에 해리스 부통령이 출국하는 오후 6시로 본회의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늘 미국 부통령이 와서 일정을 진행하는 중에 이런 폭거를 한 것”이라며 “국민들이 민주당에 169석을 허용한 것이 얼마나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위험한 지 차차 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30일 오전 중으로 김진표 의장에 대한 사퇴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해임건의안은 입법부의 권능을 바로세우고 행정부에 대한 견제의 역할을 보다 충실히 하기 위함”이라며 “이렇게 행정부가 잘못했을 때 책임을 묻는 장치로 1987년 개헌 통해 해임건의안을 제도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회법은 철저히 준수했고 관련해 하등 문제없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절차를 떠나서 국민적인 명분도 분명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장관은 “외교는 정쟁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엄중한 국제정세 속에서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해임건의안은 국회를 통과해도 강제성은 없다. 대통령실은 해임건의안 가결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야당의 정치공세로 보고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고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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