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가 지난 한 달여 동안 이렇다할 만한 일을 한 게 없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청와대 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가 모든 것을 다 집어삼킬 만큼 압도적이었고,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한 것, 다주택자 양도세를 1년 감면키로 한 것도 떠오를 정도이고 결정적인 게 있다.
5년 간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큰 그림의 청사진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어떤 비전으로 국정을 차별화하고 어떤 전략으로 대한민국을 끌고 가겠다는 설득력있는 그림을 윤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는 아직껏 제대로 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더 걱정스러운 게 있다.
그들이 현대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고 종종 운동권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문재인과 김정은이 친서를 주고 받았다는 것과 관련해 논평을 하면서 민족 타령을 한 게 마음에 걸린다. 정확한 발언은 "비핵화를 통해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는 것이 민족의 대의라고 본다"고 밝힌 것이다. 그걸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인수위의 공식 입장이라고까지 언급했다.
민족의 대의, 이게 뭐냐? 학생운동권도 아니고, 민주당이나 문재인의 청와대가 한 언급도 아니다. 민족 타령을 하는 순간 우리는 이른바 우리민족끼리의 함정에 빠진다. 우리민족끼리가 뭐냐? 오래 전, 그러니까 70~80년대부터 북한이 주로 주장하는 선전 방식 중 하나 아니냐? 남한 사람들을 꾀어내기 위해 한민족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문구가 그것이었다. "미제를 몰아내고 우리 민족끼리 통일하자."였다. 심지어 북한은 예전 대한민국 연평도에 포격질을 하는 와중에도 이 단어를 고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왜 우리가, 그것도 윤석열 정부에서도 선제적으로 민족의 대의라는 말도 안되는 워딩을 구사하는가?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할까? "비핵화를 통해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대의라고 본다" 그렇게 중립적이고 드라이하게 언급했어야 옳았다.
그리고 민족 타령을 하고 우리민족끼리를 말하는 그 순간 우리는 국뽕으로 넘어간다. 국뽕이 뭐냐? 대한민국 이 나라에서는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신토불이식 자기만족을 말한다. 못 말리는 자기도취다.
그런 자기만족은 북한에도 존재한다.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란 구호가 그것이다.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란 구호가 짙은 자기열등감을 감춘 억지춘향이라면,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는 철부지 자폐주의다.
둘 다 민족주의를 떠받치는 민족 나르시즘의 변종이다. 국뽕과 싸구려 민족주의는 사실 TV드라마-영화-게임에 파고든 지 오래인데 그게 끝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가정체성을 해체하기도 한다. 즉 민족주의라는 괴물이 대한민국을 삼켜버린 게 이 나라의 현 상황이다.
근현대사를 민족중심주의로 해석하다 보니 그렇게 된다. 그게 바로 국가공동체를 흔들려는 의도 아래 민족주의를 들고 나온 세력, 즉 1980년대 이후 좌익 운동권의 전략이다. 지난 30년, 40년은 운동권과 국사학 그리고 TV드라마-영화 등이 합세해 어느덧 민족주의를 시민종교 차원으로 키워온 과정이고, 그래서 위험하다.
그걸 반복한 인수위는 공부좀 하기 바란다. 그걸 몰랐다면 사상 문제에 무식한 것이고 알면서도 그랬다면 철부지란 얘기다.
이참에 그리고 인수위는 대한민국 대청소를 해달라는 국민의 요청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 당신들 그러면 안된다.
※ 이 글은 26일 오전 방송된 "인수위 민족 타령 그게 꽤 불길한 이유”이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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