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부싸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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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부싸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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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떄문에 싸운다

나는 싸움을 잘 못한다.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싸우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싸우는데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확실하게 가슴에 와 닫는다.

나는 감정의 표현. 특히 싫다는 감정의 표현을 잘 못한다. 이러이러해서 나는 싫으니 조금 고쳐나가자고 이야기 하고, 상대방이 자신의 입장에서는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하면 서로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싸울 이유가 별로 없어질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런 소리를 못한다. 꿍하니 가슴에 담아만 놓고만 있는다. 참 바보스럽다. 나는 세상의 모든 남편들에게 말하고 싶다. 싫은 점이 있으면 이야기를 하라. 나처럼 꿍하게 가슴에 담아놓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바보스런 사람들이다.

그러나 집안일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남편들이 간섭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된다. 집안 마다 형편과 사정이 다르기에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여자의 영역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은 존중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과 권위만 내세우려는 남편이 아직도 있다면 빨리 회개하고 마음을 바꾸는 것이 좋다.

그대가 나중에 늙어서 힘을 잃었을 때, 그대의 아내가 수 십 년 동안 마음속으로 칼날을 세우며 준비해 오던 복수의 반격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가. 내 주장은 여자에게는 무조건 져주는 것이 좋다. 생활사에 관한한 여자가 남자보다 현명하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싸우게 되는 대부분의 문제는 큰 결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감정상의 문제들이다. 위에서 부부문제에 대해 제법 아는 것처럼 훈수를 둔 나도 내 집안 문제는 어렵다. 그래서 마음고생을 하는 수가 아직도 가끔 있다.

물론 신혼 초에는 더 했다. 아무리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하지만, 수 십 년을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아닌가. 인생의 가치관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난다고 해도, 생활의 사소한 습관들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밖에서는 무뚝뚝하지만 신혼 초 아내 앞에서는 철없는 참새처럼 재잘댔었다.

그런데 아내는 그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가 보다. ‘점잖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날라리 촉새가 아닌가’하고 생각을 했던가 보다. 나는 나대로 불만이 있었다. 남편이 그렇게 열심히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있어야지, 별 말이 없으니 ‘부처님 귀에 경 읽기’ 꼴이 아닌가. 슬슬 자손심이 상해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서로가 말을 했어야 했다. 아내는 ‘난 날라리 촉새가 싫어요.’라고 하고, 나는 ‘무뚝뚝한 아내는 밥맛이야.’라고 했어야 했는데 서로가 서운함을 감춘 채로 살아간 것이었다. 그때 허심탄회하게 서로가 대화를 했더라면 신혼의 달콤함이 얼마나 더 향기로웠을까.

또 한기지 불만을 감추고 살았던 얘를 들자면 저녁식사 문제이다. 내 직장은 조금 퇴근이 늦었다. 8시경에 퇴근하면 집에는 9시경이나 되어서 도착하곤 했었다. 힘든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안식을 기대하고 내 따뜻한 집의 초인종을 누르면 아내는 문을 열어주고는 금세 어디론가 가버린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하루 종일 피곤한 일과가 끝나면 저녁에 가족들과 오순도순 모여 앉아 이야기 할 것만 기다리며 지내왔는데, 문을 열어주면서 잠시 얼굴을 빼곰이 내밀고선 금세 찬바람을 일으키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내에게 차마 말은 못했지만 그게 나의 제일 큰 불만이었다.

수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무슨 일로 싸움다운 싸움이 벌어졌다. 나는 흥분한 김에 그동안 서운했던 점들을 몇 가지 이야기했다. 남편이 돌아와도 관심도 없이 차갑게 대하는 것이 싫었었다고. 그것이 내 마음을 쓸쓸하게 하고, 상처를 주었다고. 그 말을 듣더니 아내는 싸우다 말고 어이가 없이 웃는 것이었다.

자신은 저녁 9시가 다되어 밥도 못 먹고 돌아오는 내가 안스러워서, 하고 싶은 말도 참고 잠시라도 빨리 저녁을 준비하려고 부엌으로 뛰어간 것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종일 무엇을 준비할까하고 고민하고 재료를 준비한 저녁을 차려놓으면, 나는 이유도 없이 화가 난 듯이 밥을 먹는 것이 마음이 아팠었다는 것이었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위한다는 것이 대화의 부족으로 긴긴 시간동안 마음고생만 하고 만 것이었다. 그날 이후론 우리는 적극적으로 감정의 표현, 특히 서운함의 표현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리곤 우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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