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싸인펜이요, 다 쓴 것도 있고 겉의 케이스가 다 망가져서 자꾸 가방에 흩어져서 다시 사야겠어요" 하고 딸 아이가 말했다. 나는 "내일사면 안될까? 오늘 엄마 돈이 없는데"하며 말을 흐리니 "응, 내가 저금해 놓은 돈 있으니까 우선 내 돈으로 살께요 "하기에 "그래 그럴래?"했다.
아이는 얼른 제 돈을 모아두었던 곳에서 삼천원을 가지고 문방구에 가는 거였다. 올 시간이 거의 다 된것 같은데 안오기에 고르느라고 그런가? 하고 있는데 잠시후 아이가 들어섰다. "그래 얼마주고 샀니?" 하고 물으니 아이는 "엄마, 내가 먼저 문구랜드에 가서 물어보니까 삼천오백원이래요. 그래서 저 위에 있는 꿈돌이 문방구에 가서 물었더니 이천오백원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보니까 조금 키가 작은것 같긴 한데 쓰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을 것 같아서 이걸로 샀어요" 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나는 순간 참 어떻게 그런 대견한 생각을 했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시 집에 와서 돈을 더 가지고 갈수도 있었을텐데 다른 문방구에 가서 비교해볼 생각을 했다는 것이 영 신통하기만 했다.
이제 이학년이니 서서히 세상 이치를 알아가는 것이 당연지사이건만 덜렁대는 엄마보다 더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쩌면 우리 딸이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 하면서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 주었더니 저도 제법 기분이 좋은 눈치다.
이렇게 아이들은 세상에서 산공부를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어른들은 세상복잡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꼼꼼히 비교하며 열심히 살지 못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마저 들었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돈을 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은 아이가 2학년이 되면서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며 혹 군것질을 하는 습관을 들일까봐 그동안은 돈을 따로 주지 않다가 얼마전부터 아빠가 얼마씩의 용돈을 주면서 부터다. 생각 외로 아이는 아빠에게서 받은 용돈을 제 사물함에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꼭 써야 할 때 요긴하게 사용했다. 그 요긴한 데라는 것이 엄마 생일에 저녁 사주기 등, 오히려 엄마가 배워야 할 것들 아이가 하는 일이 몇번 있다보니 아이가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어린아이지만 돈을 모아 엄마가 필요할때 많이 주고 싶다거나, 제 옷등 필요한 것을 이 돈으로 사자고 할 때는 꼭 집안에 든든한 경제박사 하나쯤 두고 있는듯 하니 그 기분이 참 묘했다. 자식 키우는 맛에 부모들이 세상사 시름을 다 잊는다 하더니 나도 어는새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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