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히 쌓인 영어교재를 보면서
스크롤 이동 상태바
수북히 쌓인 영어교재를 보면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밀린 정기구독은 게으름의 상징일까

"여보세요! 이성훈님 되시지요? 이번에 **시사주간지에 아주 다양한 혜택이 있습니다. 구독료는 한꺼번에 내는 것이 아니라 다달이 얼마씩 내면 됩니다. 부담이 없습니다. 한번 구독해보실래요?" 나는 얼마간 얼버무리면서 전화를 끊고 만다.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정기구독을 해본다. 신문부터 시작하여 학습지, 주간지, 월간지, 그리고 우유 등을 포함해서 알고 보면 생활속에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물건이 상당히 많다.

나에게는 초등학교 입학전에 받아본 '일일공부'라는 학습지가 최초의 정기구독이었다.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학습지 아줌마가 대문에 꽂아두면 부모님 밑에서 슬슬 눈치보며 풀었던 기억이 희미하다. 그리고 다 풀었던 문제지는 다음날 가져가서 채점하고 다시 보내주었다. 다섯 번 정도 돌린 기분좋은 회오리 동그라미를 맞기도 하지만 가끔씩 줄줄이 틀리는 날에는 눈물 쏙 빼게 야단 맞었던 일이 생각난다.

^^^▲ 정기구독 했던 교재들공부 다 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다
ⓒ 이성훈^^^
고등학교 다닐 때는 성적 좀 올려보려고 일년동안 학습지를 정기 구독하였다. 몇년 뒤에는 한창 바둑이 재미있을때에 바둑 주간지를 일년동안 신청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3년 전에는 중국어 공부좀 할 욕심에 18번 받아 볼 수 있는 교재를 신청하였다. 정기 간행물을 잘 사용하면 아주 유익한 정보가 되고 지식이 된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을 꾸준히 활용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일반 잡지보다는 학습교재가 더더욱 그렇다.

고등학교때 보았던 학습지는 사실 고스란히 돈만 버렸다. 교과서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던 시기에 무슨 욕심으로 그것을 구독했는지 모른다. 당시에 그것을 구독한 이유는 광고가 상당히 컸었다. 대학에 합격한 졸업생들의 S대, K대에 합격한 수기, 모의고사에서 전국 일등한 학생의 수기, 마지막 학력고사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불안감 등이 작용하여 구독하였다. 그러나 한두권 정도만 겨우 보고 한장도 펴보지 않은 학습지는 수북히 쌓이더니 결국 졸업하고 나서 고물상의 손에 넘어가 버렸다.

바둑 주간지도 그랬다. 우편물 도착하는 날은 몇장 펼쳐 보고 잠시 잊는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또다시 오면 대충 제목만 훑어 본다. 이렇게 일년을 보내고 나니 역시 수북히 쌓였던 주간지는 다른 용도로 부지런히 쓰였다. 그 당시에 경품으로 받았던 유명기사의 비디오 교재는 몇년을 버티다가 얼마전 대청소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리고 3년전에 직장 다니면서 공부해보려고 중국어 교재를 구입하였다. 학창시절에 못다한 공부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열기는 대단했다. 밑줄 긋고 메모하면서 테이프를 들으며 꾸준히 공부하였다. 그런데 두어 달 지나자 어느 순간에 벅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처럼 애물단지로 만들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에 구독 기간을 한달에서 두 달로 늘렸다.

두 달이면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러나 사회, 직장생활이 내뜻대로만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술자리는 꾸준히 생기고 많은 약속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부하려는 기억은 점점 희미해졌다. 그리고 일년 후. 어느새 교재는 나도 모르게 차츰 쌓이기 시작하였다.

우유도 며칠 쌓아두면 먹기에 부담이 되는데 한 권 제대로 보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는 학습교재가 쌓여있다는 것은 커다란 부담이었다. 결국 시간 되면 보기로 하고 중국어에서 영어로 교재를 바꾸었다. 그러나 교재가 바뀐다고 정신이 바뀌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나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구나!' 한 권 한 권 쌓이는 책을 보며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끈기가 없는 성격에 당연한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게으름과 공부에 대한 열정 부족이 가장 큰 것이리라.

어느새 18권의 교재는 모두 날아왔다. 왜그렇게 빨리 구독이 끝나기를 바랬는지 모른다. 영어, 중국어 교재를 이번에는 버리지 않기로 했다. 비록 장식이 될 지언정 책꽂이에 꽂아두고 천천히 공부해봐야겠다.

이따금씩 시사주간지를 정기구독하라는 전화를 받는다. 혜택도 다양하다. 그렇게 경품을 제공하면 과연 제대로 운영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가끔씩 '신청해볼까?' 하는 유혹도 있지만 이제는 정기구독은 신중히 결정하려고 한다. 게으른 나에게 아직까지는 가끔씩 가판대에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요긴할 것 같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