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은 사랑의 ‘빛남’ 자체로만 본다면 행복한 조건일수도 있다. 한때는 24시간 목 타게 그리던 ‘그 사람’이 결혼해서 살다보니 언제부터인가 24시간 곁에 있어도 무덤덤해지는, 뇌의 내성(耐性)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지면 연인들의 뇌에서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고 한다. 소위 케미스트리다.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혹은 생각만 해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몽롱한 행복감에 빠지는 것은 도파민같은 사랑의 화학물질들이 뇌에서 분비되기 때문이다.
연인들은 같이 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고, 먹지 않아도 기운이 넘치는 것은 코케인이나 암페타민과 비슷한 뇌 속 천연 흥분제의 힘 덕분이다. 이런 흥분제가 평생 분비된다면 부부의 결혼생활은 얼마나 수월할까. 그렇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의심의 여지없이 백년해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랑의 묘약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효가 떨어지니 문제다. 아무리 ‘로미오’라도, ‘줄리엣’이라도 같은 대상과의 접촉이 반복되면 뇌에 내성이 생겨서 흥분의 정도가 점점 낮아지게 된다. 한마디로 약 기운이 떨어지는 것이다.
사랑이 장작불같이 훨훨 타오르는 기간, 즉 화학반응이 왕성한 기간은 길게 잡아야 2년 정도. 그 다음부터는 부채를 부치는 수고를 통해 숯의 불길을 살리듯 두 사람의 관계를 키워나가야 하는데, 그 수고를 중도 포기하는 부부가 요즘 너무 많다.
한국통계청의 최근 발표를 보면 결혼 15년 이상된 중년부부의 이혼이 특히 급증하고 있다. 이혼여성 3명중 한명은 40대이상의 중년이라고 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상황이라고 크게 낫지는 않을 것이다. 40대, 50대 되어서 다 늦게 이혼하는 경우들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본다. LA카운티 가정법원에 신청된 케이스를 봐도 하루 평균 2쌍의 한인부부가 이혼신청을 하는데 그중 절반은 중년부부라고 한다.
10여년을 같이 살던 부부가 하루아침에 남이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원을 파고 들어가 보면 살면서 쌓인 상대방에 대한 분노, 미움, 상처들로 더 이상‘우리는 하나’라는 팀 의식을 갖지 못하게 된 때문이라고 본다.
맞벌이로 부부 모두 지치고, 저녁시간이나 주말은 자녀들 과외활동·행사 뒷바라지에 다 바치다 보면 가장 쉽게 희생되는 것이 부부간의 관계이다. 연애 때처럼 화학반응이 활발한 것도 아닌데 부채질하는 수고도 안하면 숯의 불씨는 사그라지게 마련이다.
동물들 중에도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같이 사는 ‘일부일처’의 동물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 동물들에게서 동물학자들이 최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짝을 이룬 동물마다 쌍쌍이 정기적으로 하는 의식 같은 동작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긴팔원숭이는 암수가 짝을 이뤄‘이중창’을 부른다. 높게 낮게 구성된 소리를 매번 15분 정도씩 하루 걸러씩 반복하는 데 ‘신혼’커플은 자기들만의 노래를 만드느라 수개월씩 목소리를 맞추며 애를 쓴다고 한다.
그 외 동물들에 따라서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우아한 동작의 다이빙을 짝지어 하기도 하는데, 이런 정해진 의식이 상대방에 대한 애정의 고백과 ‘우리가 얼마나 멋진 팀’인가를 상기시키는 수단이 되는 것으로 학자들은 해석한다. 그렇게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는 커플일수록 ‘혼외정사’가 덜하다는 관찰도 있다.
20년, 30년 같이 살아서 단점, 약점 다 아는 남편·아내에게서 새삼스럽게 ‘화학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부채를 부쳐 불씨를 살리는 수고가 필요하다. 우리 부부의 ‘이중창’은 무엇인가 생각해보자. 볼룸댄스도 좋고, 노래 부르기도 좋고, 그도 아니면 매일 같은 시간에 둘이 산책하는 것이라도 뭔가 하나는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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