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행 영어교과과정을 살펴보면 영어를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습’하는 것입니다. ‘교육(敎育)’과 ‘교습(敎習)‘의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고 품성과 체력을 기르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에 교습은 일정 기간에 어떤 목적을 갖고 행하는 특정 분야에서의 실제적인 훈련을 뜻합니다.
이와 같은 정의를 영어에 적용시켜 보면 참된 ’영어교육‘은 영어를 가르치는 목적이 영어로 쓰인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함으로서 신학문을 접할 수 있게 하여 지식을 함양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서 ’영어교습‘은 한 단계 낮은 차원으로서 학문이나 교양지식을 함양하는 것 보다는 단순히 ’영어로 의사소통‘이나 할 수 있게끔 영어를 가르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전자는 구어체 중심 보다는 문어체 중심의 교과과정을 지향하고 후자는 생활영어회화나 짧은 메모와 같은 수준의 글을 읽은데 필요한 간단한 잡 기술을 가르치는 교과과정이 주를 이룹니다.
미국과 그 외의 영어권을 제외한 국가들에서 ‘영어는 제 2외국어’(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EFL)이기 때문에 영어로 의사소통을 못 한다고 해서 생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영어가 제 2언어’(English as a Second Language: ESL)인 경우는 미국과 영국내의 이민자들에게 주어지는 교과과정에서 잘 나타납니다.
미국에서는 이민자들에게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가르칠 목적으로 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교과과정이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우체국에서, 병원에서, 식당에서의 등과 같은 상황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대화체(상황영어, situational English)를 반복 연습시키는 교과과정과 교수법이 채택됩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영어는 어느 쪽에 해당되어야 합니까? 한국에서는 유럽의 선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영어가 일상의 생활을 영위하는데 결코 필수적인 언어가 아닙니다. 따라서 영어는 제 2외국어와 같은 위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땅에서는 구어체 중심의 ‘영어교습‘에서 벗어나 문어체 중심 교육을 지향함으로서 진정한 ’영어교육‘이 이루어져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L의 상황을 자처하며 공교육에서 조차 간단한 의사소통을 영어교육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영어교육’을 한답시고 경제학이나 사회학 심지어 수학과 같은 일반과목을 교사가 영어로 강의함으로서 영어회화와 지식을 동시에 가르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겠다는 일부 교육 행정가들의 발상 자체는 얼핏 보면 참신해 보입니다.
그들은 ‘영어강의‘(머리 염색하는 것이 한참 유행했듯이 요즘 영어로 강의하는 것이 유행해서 정체불명의 한국말로 줄여 보통 ’영강’이라고 합니다)가 성공하기 위해서 영어회화를 잘하는 교사가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하여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교사 양성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미국 대학교에서 외국인 교수가 좋지 않은 영어 발음으로 강의하는 경우에 비추어 보면 교육 행정가들이 영어교육의 본질을 얼마나 잘못이해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학생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학생들은 외국인 교수로부터 회화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고 지식을 전수 받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영어강의는 오히려 학생들의 자질에 달려 있습니다.
우선 간단한 회화 실력은 기본이고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읽기 능력입니다. 빠른 읽기 능력을 갖추어 주어진 교재를 미리 선행 학습할 수 있다면 교사의 다소 어눌한 영어 발음을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일반과목을 영어로 강의한다는 것은 ’교습‘과 ’교육‘을 구분하지 못하는 처사입니다. 교과과정을 개선함으로서 진정한 ’영어교육’이 시행되는 것이지 무늬만 바꾼다고 ‘교습’이 ‘교육’으로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똑같은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면 학생들이 더 이해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학습내용이 심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인 교사가 영어회화를 가르칠 이유도 없고 한국의 대학생들 중에서 신학문을 영어원서로 이해할 수 있는 학생이 몇 안 되기 때문에 소수의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 영어 강의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영어회화는 회화 시간에 ’교습’하고, 영어원서를 읽으면서 지식을 효과적으로 얻으려면 한국어로 ’교육’을 받아야 됩니다.
영화를 보면 영화만 감상해야지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영화를 본 후에 느낀 점을 써야 된 다든 지 빈칸 처리된 영화대사를 알맞은 말을 넣어서 완성해야 된다면 영화감상도 제대로 못하고 공부도 못하게 됩니다.
영어교습의 수준으로 전락한 한국의 영어교육을 개선하기 위해서 외형상 보기 좋은 영어강의 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의 읽기교재를 학생들에게 제공함으로서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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