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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장기기억하고 있는 단어 중의 하나인 ’promenade'와의 특별한 만남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단어를 어디서 처음 마주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 대학 강의 도중에 이 단어를 칠판에 썼는데 철자가 틀려서 학생들과 같이 확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우연히 그 대학교 앞을 지나다가 ‘promenade' '산책’이라는 음식점 간판을 보았습니다.
학생들과 같이 철자를 확인해보았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 음식점 이름은 임의(任意)의 언어기호인 ‘promenade'와 ’산책‘을 연결해주는 두 개의 독특한 고리가 되어 제게는 그 단어가 장기기억 될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연관이 없는 두 기호가 비로소 유의미적(有意味的)인 기호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현란한 색채로 깔끔하게 인쇄된 영어 단어 책을 통해서 암기한 단어가 오랫동안 기억되지 못하는 것은 시험에 임박해서 아무리 정리가 잘 된 친구의 노트를 빌려도 막상 시험에서 큰 도움을 못 받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단어 책이 아무리 좋으면 무엇 합니까? 상업적인 목적으로 출판된 책의 단어는 단기기억으로 조차도 남지 않는 것입니다. 비록 자기 노트가 타인은 절대 못 알아 볼 정도의 악필로 정리되었어도 자기의 노트필기는 선생님의 설명이나 그 당시의 상황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기억이 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처음 마주친 영어단어와 개인적으로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그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기 전에 문맥을 통해서 추측을 한 후에 자기만의 특별한 단어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학교 교양영어 교재인 Reading for the Real World의 46쪽에서 발췌한 지문을 통해서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Liposuction is a surgical procedure to remove unwanted fat from the body. The doctor inserts a small tube called a "cannula" into the skin. A vacuum-like machine sucks fat from the body through the tube. Because it is so painful, people are usually given anesthesia for liposuction.
위의 지문에서 ‘anesthesia'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첫 번째 그룹은 아무런 생각 없이 사전에서 ’anesthesia' 찾은 후에 본문의 ’anesthesia' 바로 밑에 ‘마취’라고 써 놓는 학생들입니다.
두 번째 그룹은 사전을 찾기 전에 지문의 내용을 이용하여 그 뜻을 추측(educated guess)한 후 사전에서 확인하고 첫 번째 그룹과 똑같은 방식으로 단어 밑에 뜻을 쓰는 학생들입니다.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 중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기 단어장을 만들어 ’anesthesia'가 쓰인 문장과 함께 뜻을 옮겨 적기도 합니다.
단어장을 만드는 것 이외에 사전을 활용하는 방법에 있어서 두 그룹 간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이 뜻을 모르는 단어를 보면 먼저 사전을 찾는데 비해서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뜻을 추측한 후에 사전을 나중에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사전에 전적으로 의지 한다는 점에서 첫 번째 그룹의 학생들을 수동적 독자(passive reader)라고 하고 사전의 도움 없이 자신의 추리력과 상식으로 단어의 뜻을 알아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을 능동적 독자(active reader)라고 합니다.
그러나 두 번째 그룹이 비록 단어장을 자기 스스로 정리해서 만들었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단어장을 만들기 위해서 절대 준수해야할 사항은 한국말을 책과 단어장에 절대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 아래 우선 대학 노트를 구입해서 A부터 Z까지 색인카드를 붙입니다. ’anesthesia'라는 단어를 마주치면 노트의 A에 가서 ‘anesthesia'라고 쓴 후에 단어의 출처인 Reading for the Real World와 46쪽만 적는 것입니다. 그리고 암기 하려고 애 쓰지 말고 또 다시 다른 책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다른 영어 책을 보다가 또 이 단어를 마주치면 무조건 사전을 찾지 말고 일단 스스로의 단어장에 있는 단어인 지 아닌 지 먼저 살펴봅니다. 만약 단어장에 한국말로 뜻을 써 놓았다면 그 뜻을 다시 한 번 추측하려고 하지 않고 암기 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말은 없고 단어를 보았던 장소 즉, Reading for the Real World만 표시 되어서 그 책의 그 페이지로 다시 돌아가서 보면 역시 한국말이 쓰여 있지 않아서 다시 한 번 기억을 더듬어 추측하려고 노력하겠죠. 이런 방식으로 한 단어를 다섯 번 정도 다른 장소에서 마주치면 장기기억으로 남습니다.
이 방법을 수업 시간마다 소개하지만 단어는 무조건 암기하는 것이라고 배워 온 학생들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게을러서 수업 때 노트필기 안 했다가 친구에게 빌린 노트는 무용지물이지만 제가 제시한 노트 만들기는 무척 번거로워도 그 어느 단어장 보다 더 효과적입니다. 노력과 결과는 비례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마음에 새기고 지금 당장 노트를 사서 색인 카드를 붙입시다.
언제 그 많은 단어를 노트에 정리할까 조급해 하지 말고 하나가 모여 둘이 되고 둘이 모여 넷이 된다는 인내심으로 세상에서 둘도 없는 단어장을 만드세요.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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