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열린우리당에선 ‘대선 5% 수렴론’이 회자된다. 지금이야 한나라당 지지율이 천정부지이고 여당은 죽을 쑤고 있지만, 막상 대선이 닥치면 5%포인트 이내로 차이가 좁혀질 것이란 얘기다.
가능할까? 지지율만 보면 언감생심이라는 핀잔을 듣기 싶상이지만 여당에선 고개를 끄덕이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근거는 두차례 대선승리 경험이다. 여권은 15대 때 1.5%포인트, 16대 때 2.3%포인트의 실낱같은 차이로 이겼다. 노무현 대통령의 5년전 이맘 때 지지율이 4%대에 불과했다는 점도 이들에겐 위안이 된다.
5년 전과 정치 상황 유사
여권이 처한 5년 전과 현재의 정치상황은 여러 모로 닮음꼴이다. 2001년 11월8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에서 물러난다. 10·25 재·보선 참패로 광범위한 민심 이반이 드러난 데다 여당이 분란에 휩싸이면서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이 고개를 드는 시점이었다. 레임덕(권력 누수) 가속화, 극히 불투명한 재집권 전망도 요즘 정치상황과 유사했다.
당시 민주당은 ‘당 쇄신과 발전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를 꾸려 대반전을 꾀했고, ‘국민참여경선제’라는 새로운 대선후보 경선방식을 도입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5년이 흐른 지금, 열린우리당은 국민참여경선제를 진전시킨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추진하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그때는 국민참여경선, 이번엔 완전국민경선
5년 전 민주당처럼 열린우리당이 반전의 계기를 붙잡을 수 있을까? 회의론이 많다. 5년 전과 현재의 정치상황이 비슷하지만 차이도 많은 까닭이다. 첫째, 당시 민주당 지지율은 20% 언저리에 있었지만 최근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한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지지기반이 붕괴 상태다.
둘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건 세력 등으로 여권이 분열돼 있다. 셋째,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35% 선을 유지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은 15% 안팎에 그치고 있다.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이 훨씬 큰 것이다. 넷째, 당시 민심 이반은 ‘권력형 게이트’ 등 감성적 요인에 주로 기인했지만 지금은 부동산 정책 등 구체적 정책 실패의 탓이 크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불만의 강도가 더 높다.
어차피 49%대 51%의 싸움
하지만 열린우리당에선 얼마든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어차피 대선은 ‘49%대 51%’의 싸움이다. 지금부터라도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가면 만회할 기회는 온다. 서두르면 안된다.” 지난 2일 정계개편을 논의한 의원총회에서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다수가 이 말에 호응했고, 당내 분위기는 정계개편 속도를 늦추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한나라당 집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단일 대오를 형성하면 일단 20%대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한 대선 후보 선출과정에서 ‘6대 4’ 정도로 추격한다. 그러면 이슈와 정책대결을 통해 5%포인트 이내의 접전이 가능하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강래 의원이 제시한 시나리오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분명한 전선이 형성되느냐 여부를 관건으로 꼽았다.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선 속성상, 분명한 대립전선이 형성되면 흩어진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북한 핵실험의 와중에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중단에 반대하는 국민이 50% 이상 된다. 이런 흐름을 하나로 묶어내면 내년 대선도 근소한 접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지금 여권이 워낙 쪼개져, ‘흐름을 하나로 묶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