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선이 1914년 <청춘>에서 상금과 함께 문학작품을 공모한 게 효시라고도 볼 수 있으나, 신춘문예란 이름을 붙여 작가를 발굴한 건 1925년 동아일보가 최초이다. 필자도 40대 중반에서야 5년간에 걸쳐 매년 '시' 부문 신춘문예에만 응모하느라 우편료와 인쇄비도 꽤 날렸다. 만년 문학 소년인 양 가을이 오면 반사적으로 움직인 끝에 본선까지 오르고도 번번이 실패한 경험을 반추하니 웃음이 절로 나오는 엄동설한이다. 우여곡절 끝에 문학평론 부문에서는 신춘문예의 영예를 안았다. 이제는 예비 작가들을 심사하는 모 신춘문예 공모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각 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는 각 언론사별 신춘문예 심사위원이 누가 위촉되는지 그의 작품 성향을 밝히느라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신춘문예는 각 장르별 매년 1명을 선발한다. 응모자가 많아도 실력이 미흡하면 '당선작 없음'이나 '가작'은 선발하나 의무적으로 당선자를 배출하지 않는 깐깐함을 보인다. 반면에 잡음도 생긴다. 영혼이 없는 기교에 의한 글과 제자를 선발하는 등 불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종이신문이 조만간 없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음에도 언론사 신춘문예만은 아직도 기염을 토한다. 이러한 상황을 예측했던지 일찍이 온라인신문사가 공모하는 신춘문예도 눈여겨 볼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저널이면서 2007년부터 신춘문예를 공모하고 있는 창조문학신문(자사 대변지인 문학일보 홈페이지를 통해 금년 제10회 신춘문예 공모)은 네 개 부문 상금을 각각 500만원을 내걸어 귀추가 주목된다. 통상 여타 신춘문예가 12월 중순까지 마감을 하나, 이 신문사는 12월 말(신인문학상 예외)까지 응모할 수 있는 게 장점이면서 문학계에 쟁쟁한 문인을 배출한다는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2012년에는 1월에 이어 6월에 나름 시조 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신춘문예 '시조'부문 20명을 선발해 빈축을 산 나머지 자매지인 월간지가 최상급에서 중등급으로 하락한 해도 있었으나 간신히 명예를 회복했다. 기존 신춘문예 출신들이 그때 배출된 이들을 인정하지 않는 본의 아닌 우를 범했으나, 쟁쟁한 예비 작가들이 몰려든다. 그 다음해에는 동 온라인신문인 영주일보가 신춘문예를 공모하기에 이르렀다. 작가의 등용문이 신춘문예만 있는 게 아니다. 계간이나 월간지를 통해서 등단할 수도 있다. 실력 또한 별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단 사실이다.
혼신의 힘을 다한 끝에 차지한 영광은 판권까지 몇 년간 귀속되면서 순간에 사라지는 게 허다하다. 해방정국까지만 해도 문인이 정치를 아우르고, 걸출한 정치가 중에는 문인이 많았다는 게 사실이다. 작금의 우리 문학계 현실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꽤 이름깨나 있는 잡지에 기고하면 원고지 1매당 1~2만원 고료를 지불하나 가물에 콩 나듯이 하고, 책을 출간하려면 거의 자비에 의존한다. 고료를 받기는커녕 되레 게재료를 지불하거나 작품도 비평 없이 동인지화 한다. 쓰레기 문인들이 들끓는다. 정년퇴직한 노인들이 등단증을 매수하여 문에는 관심 없고 돈으로 권력화 한다. 관변단체나 지방권력에 기생하여 정치 사기꾼들의 끄나풀이 되기도 한다. 필자는 이러한 이들을 빗대 언론계와 문학계에다 '시레기(詩+쓰레기)'라고 조롱하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반면 올곧은 진정한 문인들은 배고픔이 엄습해도 삶의 질에서도 꿋꿋하다. 양대 문인협회에 등록된 시인과 수필가가 80% 이상을 차지해 시인천국을 방불케 하는 현실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염치없게도 국가도 문화강국을 부르짖으면서 세계 속에 노벨문학 수상자 배출을 바라고 있다. 이러한 문화정책과 문인들을 등한시 하는 사회구조로는 단언컨대, 한 세대가 흘러도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다운 시인이나 작가는 배가 고프다. 그러면서도 비굴하지 않으며 사술(詐術)에 능한 부류에는 동화되지 않는 게 문필가임을 망각하지 않는 삶이다. 잔인할 정도로 고달픈 세속적 삶을 배격하지 않고는 힘든 게 사실이다. 이를 이겨내는 것도 숙명이다. 등단의 영광을 순간에 날려 보내서는 안 된다. 배고픔 속에서 더욱 노력하여 영원한 삶을 영위하는 '문사(文士)'로 추앙받을 수 있는 정신적 삶의 우위에서 가치를 두어야 한다. 즉 인간은 가도, 그가 남긴 주옥같은 글은 후대에 영원히 남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래로 그랬듯이 문인이나 문사가 위대한 정치가로도 배출될 수 있는 문화강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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