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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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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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한 장 남은 달력이 회한의 시간 속에 매달려 떨고 있다. 한해의 세월들이 얼어붙은 12월. 계절적으로 12월은 추위가 시작되는 달이다. 농가월령가는 "대설동지 절기로다/ 바람불고 서리치고/ 눈오고 얼음언다"고 했다. 다시 일년을 보내며 지난날을 반성하고 정리해야 할 때이다.

우리 속담에는 "섣달이 둘이라도 시원치 않다"고 재촉이다. 시간을 아무리 늘려도 이룰 수 없는 일을 두고 한 말이다. 할일은 많고 시간은 노루꼬리만큼 남은 12월. 그래서 지난날의 회한이 더욱 사무친다. 지난 한해 동안 지겹도록 바람해왔던 소망은 툇마루에 비친 햇살처럼 엷어져가고 있다.

마지막 장의 달력 앞에 마음부터 설렁해진다. 자선남비는 진작부터 딸랑거리며 한해가 저뭄을 알린다. 이제는 징글벨 소리가 거리거리를 누벼 퍼질 차례. 지금까지 크게 춥지는 않았지만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 차례이기도 하다. 눈도 내리겠지-.

7일이 대설이고 22일이 동지. 3일 제주도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22도까지 올라가며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고 한다. 기상청은 올 겨울에는 기습추위가 많을 것이라고 예보한다. 그것은 따뜻한 날이 더 많다는 말이다. 겨울이 따뜻한 것도 좋지만 겨울은 역시 겨울다워야 한다는 바람을 해본다.

모파상은 <여자의 일생>에서 "12월은 천천히 흘러갔다"고 했지만 12월처럼 빨리 흘러가는 달도 없지 않나 싶다. 이 모임에 나가고 저 모임에 쫓기다보면 금방 성탄절-제야에 이르러버리는 달이 12월. 정신없이 달아나버리는 달이다.

12월은 누구에게나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달. 우리 모두의 지난 한해는 회한만을 짓씹게 하는 것 뿐이다. <뉴스타운> 독자들에게 마지막 남은 이 한달이 부디 잠잠히 흘러가는 12월로 기억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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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헨리 2004-12-06 16:49:15
모처럼 가슴에 와닿는다. 한장 남은 달력이 회한속에 매달려 떨고 있다, 정말 이 표현 죽인다. 정말 뒤돌아보면 한해가 회한만 남는다. 그러고보니 정말 2004년도 노리꼬리만큼만 남았네. 휘리릭~

고영일 2004-12-08 01:52:15
기사 잘 보았습니다. 하지만 중앙기상대는 기상청의 잘못인 것 같습니다.

우리니라 기상을 관측하는 곳은 지난 1990년 1월부터 기상청입니다. 정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편집부 2004-12-08 12:13:54
고영일님!
좋은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수정하였습니다.

흠흠 2004-12-12 02:13:47
글 잘 썼다.
뉴스타운에서 이런 글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좀 괜찮고 제대로 된 글쟁이들이
여기선 거의 볼 수가 없어 아쉬웠는데
그래도 괜찮은 글을 오랜만에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군.

따뜻한겨울 2004-12-12 02:17:22
이 글 읽고 올겨울 목도리 없이도 잠잠히 따뜻하게 보낼수 있겠다. 감사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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