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은 나오지만 '성룡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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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은 나오지만 '성룡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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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80일간의 세계일주>

^^^▲ 영화 <80일간의 세계일주>의 한 장면
ⓒ 씨네21^^^

성룡은 어느 정도의 고정 관객을 보유한 배우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성룡표 영화'를 기대하며 찾는 이유는 아마도 그의 영화가 지닌 '유쾌함' 때문일 것이다. 그 흔한 키스신이나 사랑얘기 한 번 안나오지만 성룡 영화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즐겁고 매력적이다. 기발한 세트에서 재기발랄(?)하게 펼쳐지는, 위험천만하면서도 코믹한 액션은 성룡표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공식이 되었다.

하지만 프랭크 코라시 감독의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성룡 고유의 '사물 이용 액션'보다는 과장된 유머나 곳곳에 등장하는 카메오의 공세에 의존한다. 따라서 이전의 성룡 영화를 기준으로 본다면 다소 실망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쥘 베른의 유명한 소설에서 제목과 등장인물을 빌려 왔지만 원작의 은근한 유머와는 다르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려고 정신없이 노력한다. 코믹영화다운 대사가 반복되고, 필리어스 포그(스티브 쿠건)와 파스파투(성룡), 여기에 모니끄 라로슈(세실 드 프랑스)가 연합, 세계 각국의 카메오를 만나 좌충우돌해보지만 폭발적인 웃음은 끌어내지 못한다.

각 에피소드는 80일 안에 세계를 여행하는 데에 올-인한 포그의 마음처럼 급박하게 진전되다가, 파스파투의 고향인 중국 마을에서 갑자기 느슨해진다. 시장에서 싸게 살 수 있을 것처럼 생긴 ‘옥부처’와 이것을 기어이 고향까지 가져온 파스파투에 시간을 조금 허락해보지만, 큰 보람은 없다. 머뭇거리던 이야기는 중국을 벗어나자 다시 빨라지고 급기야 포그는 라이트 형제보다 조금 앞서 ‘날틀’(파스파투의 노가다로 움직이는)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세 사람의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달성되는 순간, 가장 기쁜 사람은 어쩌면 관객 중 한 명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우리가 바라던 ‘아기자기 조마조마한’ 성룡표 코믹액션을 줄이는 대신 슬랩스틱과 캐릭터의 물량공세에 의존한다. 그러나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에 비하면 볼거리가 빈약한 편.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다국적 프로젝트는 ‘성룡표’와 ‘과장된 유머’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다가, 결국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진보 과학에 승리를 선언, 어줍게 19세기 유럽을 끌어안는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 출신 배우들의 영화 속 이미지는 반환 이전과 분명히 달라졌다. 활동 무대가 반환 이전의 홍콩, 아시아에서 세계로 변했기 때문이다. 성룡은 이들 중에서도 헐리웃 자본력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적절하게 결합한, 꽤나 높은 경쟁력을 유지해온 배우다. <턱시도>에서는 그의 액션이 테크놀로지에 묻혀 빛을 바래긴 했지만, <러시아워>나 <상하이 눈/나이츠>는 성룡 특유의 액션과 재치를 기본으로, 버디무디의 재미를 잘 버무린 분명한 성룡표 영화였다.

이에 비해 <80일간의 세계일주>는 다소 아쉽다. 성룡은 나오지만 그의 장기는 별로 발휘되지 않았으며, 왁자지껄한 코미디는 요란스러울 뿐, 성룡의 몸사림(?)으로 인해 생긴 빈 틈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성룡의 팬으로서, 그도 어느새 쉰이라는 점을 인정하기 싫어서일까. 다음에는 그가 몸은 사릴지언정(사실 54년생인 성룡이 여전히 이정도의 액션이라도 보여주는 것에는 감탄할 따름이다) 특유의 재치만은 잊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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