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어공주' 조용하지만, 강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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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어공주' 조용하지만, 강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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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방이 고장났다

가방이 고장났다. 가방의 지퍼가 고장났다. 그런데, 나는 한동안 그 가방을 사용하지 않았다. 새로 사려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돈 쓸 일이 갑자기 많아졌다. 가방 살 돈이 아까워졌다. 그래서, 가방을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가방수선집을 갔다. “아저씨, 이거 지퍼 고장났는데 고칠 수 있어요?” 꽤나 장인정신이 있어 뵈는 그 아저씨는 아무 말없이 가방을 뺏어가더니, 드라이버를 손잡이에 대고 망치로 몇 번 두드리더니 다 되었다고 한다. ‘어라? 이거 돈 내야 돼?’ 속으로 말한다. ‘담부턴 내가 해야지.’

아저씨는 나의 생각을 읽으신 건지, 아니면 “얼마 내야 돼요?”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하신 건지 그냥 가란다. 졸지에 가방값 아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는 그 집의 아저씨가 장인정신이 참 투철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왜? 돈을 안 받아서가 아니다. 이 따위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자신감이 그 아저씨의 온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2. 인어공주를 봤다.

때는 7월. 드디어 인어공주가 내 눈에 들어왔다. 전도연의 1인 2역 연기. 인간적으로 그녀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만큼은 그녀의 투철한 장인정신을 엿보인다. 나영이인 그녀는 이쁘다. 하지만, 엄마의 과거인 그녀, 그러니까 연순이 모습의 전도연은 결코 이쁘게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엄마의 과거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인어공주의 첫 번째 매력이다.

그런 덕분인지, 인어공주는 억지스럽지 않다. 억척스런 나영의 엄마와 착해서, 너무 착해서 속병만 앓다가 돌아가시는 아버지. 그리고, 그들에게 적당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꼭 지켜야 할 관계를 잃지 않는 화자로서의 나영이가 있다. 엄마의 너무도 억척스런 모습이 싫은 나영은 아버지의 연약한 모습이 마음이 씁쓸하다. 결국, 아버지는 어디론가 떠나고 나영은 아버지를 찾아 떠난다.

아버지를 찾아 떠난 하리. 하리에서 나영은 엄마의 과거와 마주친다.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던 아버지. 과거의 우체부 김진국. 그는 언제나 소리없이 연순을 바라보고 늘 곁에서 연순을 지켜준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연순이 “까막눈”이라는 사실을 진국이 알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아직은 순수함이 묻어나던 시절, 오늘날처럼 ‘돈’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았던 시절, 그 시절 나영의 엄마는 너무 순수했었다. 그런 연순의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흐뭇할 것이다.

3. 나중에라도 갈 수 있다.

영화의 오프닝. 나영의 엄마는 말한다. “공부는 나중에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영에게 해외 연수를 할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아버지는 집을 나가고, 나영은 스스로 말한다. “여행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영은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루지는 못한 듯 하다. 대신, 소박한 가정을 꾸린다. 그 어느 것도 이루지 못한 삶. 그러나, 나영은 결코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왜? 그녀는 과거로 여행을 다녀왔고, 인생을 공부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것으로는 불충분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영은 그 어느 것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결코 불행해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영화는 ‘슬픔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는다. 대신, 조금 더 강렬한 삶. 소박하지만, 현실에 절망하지 않는, 그래서 더욱 더 강해보이는 그런 삶을 영화의 결말에 남겨놓는다.

4. 대박을 꿈꾸지 않는다.

연순은 대박을 꿈꾸지 않는다. 현실의 삶에 충실하면서, 조금 더 잘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의 마음엔 언제나 그가 있다. 그녀의 추억 속에는 언제나 진국이 있었다. 그녀가 그를 구박한 건, 그가 못나서가 아니라 그의 모습이 답답해서이리라. 그들의 모습은 실제 우리 삶과 너무나 닮아 있다.

나는 가방을 고쳤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은 쓰고 싶지 않다. 왜? 아까워서가 아니다. 가방이 멀쩡하기 때문이다. 연순과 나영은 그래서 아직 용감하게 살아있다. 아버지를 당당하게 그리워한다. 그들 삶의 작은 아픔은 남아 있겠지만, 그것이 우리 삶을 바꿔놓을 수는 없다. <인어공주>는 리얼한 삶의 현장을 뚜렷이 건져올린 작품이다. 가끔,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꿈을 꾸는 것.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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